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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우주덕후' 유년의 꿈 키워내는 'SF 장르'

[뉴 스페이스-일본④]사회 저변에 깔린 '우주 상상' 콘텐츠
우주 벤처인들 "어렸을 적 영화·만화 보며 꿈꿨다" 목소리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우주 SF 만화(영화)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문라이트 마일 ▲우주형제 ▲은하철도 999 ▲극한의 별 ▲2001 스페이스 판타지아 ▲하야부사(영화) ▲프라네테스 ▲트윈 스피카 등이다.<사진=위키피디아 및 각 출판사 제공>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우주 SF 만화(영화)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문라이트 마일 ▲우주형제 ▲은하철도 999 ▲극한의 별 ▲2001 스페이스 판타지아 ▲하야부사(영화) ▲프라네테스 ▲트윈 스피카 등이다.<사진=위키피디아 및 각 출판사 제공>

"우주로 가겠다"라는 포부 하나로 일본 우주 벤처인들이 활약하고 있다. 소위 말해 '우주덕후'가 된 이들이 우주를 향한 꿈을 꾸기까지 유년기 흔히 접해왔던 'SF(Science Fiction·공상과학) 장르'가 한몫했다.

'은하철도 999', '우주형제', '문라이트 마일', '극한의 별', '프라네테스', '2001 스페이스 판타지아', '하야부사' 등등. 우주가 현실이고 현실이 우주가 되는 SF 장르들이다. 단행본 30쇄까지 찍어낸 우주 만화책은 물론이고 일본인이 꼽은 입소문 만족도 랭킹 1위를 차지한 소행성 탐사기 주제의 대중 영화도 존재한다.

이처럼 일본 사회 저변에는 우주를 꿈꾸고 상상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수히 깔려있다. SF 속 우주 영웅들은 일본 청소년들에게 성장기 우상으로 각인되며 상상을 뛰어넘는 도전 정신을 주입하고 있다.

일본 우주 벤처 현장에서 만난 젊은 기업인들에게 한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유년기 SF 장르를 보며 우주의 꿈을 키워왔던 것.

◆ '우주덕후' 키워낸 SF 만화···"상상이 현실 된다"

일본 우주 관계자들은 국민에게 '우주는 머지않은 미래'라는 메시지를 심어주고 있다. 유년기 학생들은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꾼다.<사진=대덕넷 DB> 일본 우주 관계자들은 국민에게 '우주는 머지않은 미래'라는 메시지를 심어주고 있다. 유년기 학생들은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꾼다.<사진=대덕넷 DB>

일본에서 우주 SF 만화를 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우주비행사 이야기 '프라네테스'와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소년·소녀의 성장기인 '트윈 스피카', '패스포트 블루' 등등. 시대의 걸작으로 꼽히는 만화 리스트에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만화들이 항상 포함돼 있다.

특히 일본 '우주덕후'들이 우주 진출 자극을 크게 받았던 만화는 '우주형제'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비행사가 되는 꿈을 꾸는 형제들의 이야기다. 우주인 선발 과정을 상세하게 그리면서도 코믹을 더 한 스토리로 구성됐다.

우주형제 주인공들의 피겨.<사진=대덕넷 특별 취재팀>우주형제 주인공들의 피겨.<사진=대덕넷 특별 취재팀>
우주형제는 일본 '만화대상 2010'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만화책은 올해 1월 30쇄까지 찍어냈다. 또 만화책을 원작으로 2012년 5월 일본 전국 영화관 322개 스크린에 개봉되기도 했다.

'문라이트 마일' 만화도 일본 우주 벤처 기업인들에게 우주 진출 자극제 역할을 했다. 실현 가능한 우주 개발과 우주 생활 등을 그려내고 있다.

차세대 에너지원인 헬륨3가 달에 매장됐다는 이유로 달에 기지를 세운다는 내용이다. 우주 비행사와 우주 건설자들이 달 계획 후보자로 발탁돼 훈련받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도 만화책 출판 이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지난 2007년 2월 'Lift Off'의 부제목으로 12편의 애니메이션이 나왔고, 같은해 9월 'Touch Down' 부제목의 14편 완결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다.

또 야마다 요시히로 작가가 써낸 '극한의 별' 만화도 인기를 끌었다. 인간이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화성에 착륙한 우주선이 지구와 연락이 두절되고 주인공이 구조대 참가를 지원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본 우주 벤처들의 플랫폼 역할에 일조하는 이시다 마사야쓰 SPACETIDE 대표는 "10살 때부터 일본 우주 SF 만화와 그리스로마 신화 등에 관심이 많았다"라며 "어렸을 때 우주에 대한 욕망을 꾸준히 심어왔다. 30대가 된 지금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리며 우주에 관심을 갖게됐다"라고 말했다.

◆ 우주 성과 '전국 순회 전시회'···'우주 열풍' 주인공은 '하야부사'

2011년 10월 1일에 개봉한 '하야부사' 영화 포스터.<사진=제작사 '20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제공>2011년 10월 1일에 개봉한 '하야부사' 영화 포스터.<사진=제작사 '20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제공>
SF 장르는 아니지만 우주 성과를 그대로 다룬 콘텐츠도 큰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은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하야부사는 지난 2003년 5월 가고시마현 우치노우라 우주센터로부터 발사됐다.

소행성에 도착 후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통신두절과 엔진 정지 등의 위기에 빠져 일정이 늦어졌다.

7년간 60억km의 우주 비행을 마치고 2010년 6월 13일 기적적으로 귀환했다.

영화 제작사와 JAX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하야부사의 탐사 스토리를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주연은 다케우치 유코. 2011년 10월에 개봉한 영화는 소행성에서 샘플을 찾아온다는 임무를 완수한 하야부사와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7년간 도전과 투쟁의 나날을 그리고 있다.

하야부사 영화는 일본 전국 영화관 303개의 스크린에 상영됐고, 개봉 이후 3일간 누적 관객만 10만명이 넘었다. 일본인이 꼽은 입소문 만족도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JAXA는 하야부사가 소행성에서 채취해온 샘플 3개를 모형으로 제작했다. 실물은 머리카락의 100분의 1 크기다.<사진=대덕넷 특별 취재팀>JAXA는 하야부사가 소행성에서 채취해온 샘플 3개를 모형으로 제작했다. 실물은 머리카락의 100분의 1 크기다.<사진=대덕넷 특별 취재팀>

이뿐만 아니라 하야부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연이어 등장했다. 이듬해 와타나베 켄 주연의 '하야부사: 아득한 귀한'과 후지와라 타츠야 주연의 '웰컴 홈, 하야부사' 영화가 줄지어 개봉했다. 일본 각지에 위치한 천체투영관에 상영되는 다큐멘터리도 4편이 제작됐다.

하야부사가 채취한 샘플이 왼쪽 사진과 같은 캡슐에 실려 지구로 귀환했다. 오른쪽 위부터 ▲하야부사 영화 제작 기념 술 ▲하야부사 영화 참여 배우 사인들 ▲하야부사 무사 귀환을 응원하는 메시지들.<사진=대덕넷 특별 취재팀>하야부사가 채취한 샘플이 왼쪽 사진과 같은 캡슐에 실려 지구로 귀환했다. 오른쪽 위부터 ▲하야부사 영화 제작 기념 술 ▲하야부사 영화 참여 배우 사인들 ▲하야부사 무사 귀환을 응원하는 메시지들.<사진=대덕넷 특별 취재팀>

JAXA는 하야부사가 채취해 온 샘플 캡슐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전국 순회 전시회도 가졌다. 초·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과학관 등에 방문·전시해 국민에게 일본의 우주 성과를 두 눈으로 확인시켰다.

아베 아주사 JAXA 홍보부서 연구원은 "하야부사가 채취해 온 샘플의 인기는 지금까지도 여전하다"라며 "하야부사 영화 상영 이후 국민이 우주에 어마어마한 관심을 보인다. 방학이 아닌 날에도 샘플을 보러 JAXA를 찾아오는 학생들만 평균 100여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 "실제 H2B 로켓 일부를 소장한다" 우주 꿈나무에 자극을

민간 벤처에서도 우주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레이더 위성 영상을 AI로 분석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페이스시프트(대표 카네모토 나루오)가 대표적이다.

카네모토 대표는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우주 대중화에 나섰다.<사진=스페이스시프트 제공>카네모토 대표는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우주 대중화에 나섰다.<사진=스페이스시프트 제공>

카네모토 대표는 지난 2009년 기업을 설립하고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우주 이벤트를 진행해 왔다. 우주 만화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인 마츠모토 레이지를 초청해 대중 강연회와 국민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 2013년에는 JAXA와 함께 우주 대중화 콘텐츠를 만들었다. 일본에서 쏘아 올린 실제 H2B 로켓 페어링(인공위성의 보호덮개)을 얇게 짤라(재가공) 소장용 기념품으로 제작했다. 이를 우주 꿈나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뽑기 형태로 판매했다. 지금까지 팔린 개수만 1만5000개 이상이다.

스페이스시프트는 JAXA의 사업 일환으로 H2B 로켓 표면을 잘라 소장용 기념품으로 만들었다.<사진=스페이스시프트 제공>스페이스시프트는 JAXA의 사업 일환으로 H2B 로켓 표면을 잘라 소장용 기념품으로 만들었다.<사진=스페이스시프트 제공>

카네모토 대표는 "우주 대중화 활동을 하면서 많은 돈은 벌지 못했지만 우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큰 이득"이라며 "국민에게 우주를 어려운 존재로만 생각하지 않고 누구나 꿈을 키울 수 있는 존재로 인식시키고 싶었다"고 소회했다.

이어 그는 "어렸을 적 SF 영화를 보면서 천문학자의 꿈을 키워왔다"라며 "우주와 IT가 연결돼 새로운 문제해결이 가능해질 것으로 확신했다. 우주 문제 해결에 나서게 된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우주 산업 진흥 전문 컨설턴트인 노무라종합연구소 사토 마사시씨는 "대부분의 우주 벤처들은 B2B 모델이지만, 최근 달에서 로버 레이스에 참여하는 하토쿠와 같이 B2C 형태의 팀이 등장하고 있다"라며 "이들이 긍정적인 우주 인식을 전파하면서 기업과 정부 등 모두가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우주 관계자들은 국민에게 '우주는 머지않은 미래'라는 메시지를 곳곳에서 심어주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난 학생들은 우주를 두렵지 않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일본 우주 주역들이 우주를 꿈꾸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도쿄 = 박성민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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