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분 20초 개기일식' 현상 관찰 예정
2021년 국제우주정거장에 코로나그래프 설치

2017년 개기일식 현상 관측을 위해 꾸려진 천문연 개기일식 원정단. 왼쪽부터 김지헌 박사, 봉수찬 박사, 박종엽 박사, 박영득 박사, 최성환 박사. <사진=박은희 기자>
2017년 개기일식 현상 관측을 위해 꾸려진 천문연 개기일식 원정단. 왼쪽부터 김지헌 박사, 봉수찬 박사, 박종엽 박사, 박영득 박사, 최성환 박사. <사진=박은희 기자>
"개기일식을 관측하는 것은 관측기기의 싸움이기도 하다. 이번엔 국내기술로 만든 독자적인 장비로 들고 간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무척 궁금하다."

"2분 남짓 태양 없는 세상을 관측하기 위해 2년을 준비했다. 관측에 성공하면 지구 주변의 우주환경을 좀 더 정확히 알아가는 데 기여하는데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된다."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면서 태양을 가리는 개기일식을 관찰하기 위해 한국천문연구원 개기일식 원정단(팀장 조경석 우주과학본부장)이 16일 미국행에 올랐다. 

출국 이틀 전인 14일 오후 원정단은 마지막 점검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가져가야 할 장비만 10박스. 분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한 추려 비행기에 싣기 위해서다.  

최성환 박사는 "관측기기를 택배로 보낼 수도 있으나 분실되거나 파손될 수도 있어 직접 갖고 간다"며 "모든 장비를 가져갈 수 없어 필요한 장비만 싸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6명으로 꾸려진 원정대는 관측장비와 함께 장장 20시간을 날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시에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오는 21일(현지시각 기준) 11시 35분 04초부터 2분 남짓 일어나는 '2017년 개기일식' 현상을 관측하게 된다. 

일식의 원리. 일식 때는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위치해 지표면에서는 태양이 달에 가려져 보인다. 이번 개기일식은 지표면 상에서 약 100km 폭으로 진행된다. <자료=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일식의 원리. 일식 때는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위치해 지표면에서는 태양이 달에 가려져 보인다. 이번 개기일식은 지표면 상에서 약 100km 폭으로 진행된다. <자료=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이번 개기일식은 북미와 중미, 남미 북부지역과 유럽 서부, 아프리카 서부 등에서만 관측 가능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가 없다. 특히 미국에서는 99년 만에 서부 해안에서 동부 해안까지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최 박사는 "이번 개기일식에 연구자는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은 걸로 알고 있다"며 "개기일식에 필요한 렌즈 필터의 여분을 구하려 했는데 없어서 구하질 못했다. 연구팀이 묵을 호텔도 1년 전에 예약했고 렌터카도 수개월 전에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박영득 박사는 "개기일식 때마다 각국의 다양한 기술을 볼 수 있다"며 "이번엔 우리가 개발한 독자적인 장비로 관측을 하는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고 피력했다. 

조경석 팀장은 "날씨가 최대 관건이다. 예보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날씨가 좋아야 우리가 얻고자 하는 정보를 정확히 얻을 수 있다"며 "관측이 성공하면 천문학의 난제를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태양 없는 세상···"2분 관찰위해 2년 준비"
 

이번 개기일식 관측에 사용될 연구장비로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사진=천문연 제공>
이번 개기일식 관측에 사용될 연구장비로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사진=천문연 제공>
 

개기일식은 지상에서 태양의 대기층을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면 평소 산란광 때문에 관측하기 어려웠던 대기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원정대는 미국 중부 내륙에 위치한 와이오밍주 국립공원 내 제한지역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개기일식 전 과정을 관측, 분석할 예정이다. 일식 시간은 현지 시각 기준으로 21일 오전 11시 35분 04초부터 11시 37분 24초(우리나라 시각 22일 오전 2시 35분 04초부터 22일 오전 2시 37분 24초)다. 

개기일식 관찰 시간은 2~3분에 불과하다. 지구 자전과 달 공전으로 지표면에 비춰지는 달의 그림자가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다. 

원정대는 백색광 관측, 백색광 편광관측, 내부코로나 관측 등을 수행해 코로나의 특성을 연구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일식에서는 국내 순수기술로 만든 필터와 카메라를 활용해 시험 관측하게 된다. 

천문연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코로나그래프는 차세대 태양관측위성 Parker Solar Probe가 활동하는 영역을 포함하는 더 넓은 영역을 관측하게 된다. <자료=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천문연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코로나그래프는 차세대 태양관측위성 Parker Solar Probe가 활동하는 영역을 포함하는 더 넓은 영역을 관측하게 된다. <자료=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는 인공적인 개기일식을 만드는 장비로 천문연은 코로나그래프의 차폐막과 필터 시스템, 운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NASA는 광학계와 시스템 통합을 담당한다. 

이번 일식 때는 달이 태양 광구를 가리는 차폐막 역할을 하는 만큼 필터와 편광 시스템을 중점으로 시험할 예정이다. 

필터와 카메라 개발을 담당한 김지헌 박사는 "태양 대기인 코로나는 지구에 영향을 주는 태양물질이 가속되는 지역이기에 연구가 필요하다"며 "개발 중인 차세대 코로나그래프는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 분포를 측정해 태양풍의 가속 과정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필터와 카메라는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기성품을 사는 것이 아니기에 새로운 과정을 연속으로 이어가는 힘든 과정이었다. 디자인하고 가공까지 1년 정도 걸린 것 같다"며 "개발하는 데 최선을 다 했기에 결과도 좋을 거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소프트프로그램을 개발한 박종엽 박사는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관측하는 데 도움을 줄 예정이다. 과거 경험을 보면 계획한대로 진행된 적이 많지 않았다. 상황을 잘 해결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엔 준비를 잘 했으니 잘 될 거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데이터 처리를 맡은 봉수찬 박사도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서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천문연은 2021년 NASA와 함께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할 목적으로 코로나그래프를 공동 개발 중이다. 이 코로나그래프는 400나노미터 부근의 파장대 영역을 관측해 전자의 온도와 속도에 따른 밝기 변화를 관측할 수 있다.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 분포를 측정하면 태양풍의 가속과정을 연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코로라그래프는 NASA와 유럽우주국(ES)이 공동으로 개발한 태양관측 위성 SOHO에 탑재한 LASCO(Large Angle and Spectrometic Coronagraph)이지만 이미 20년 이상 운영돼 코로나의 형태학적 관측에 한정이 있다. 

조경석 팀장은 "기존 코로라그래프는 분출현상 등 영상만을 찍었다. 개발 중인 넥스트 코로나그래프는 전자의 가속운동이나 광구보다 높은 코로나의 온도, 속도 분포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며 "개기일식 측정에 성공하면 코로라와 관련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터와 카메라 개발을 담당한 김지헌 박사가 연구장비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필터와 카메라 개발을 담당한 김지헌 박사가 연구장비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연구장비의 분실과 파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구장비를 비행기로 운반한다. 한정된 무게로 짐 짜기가 전쟁과 같았다고 한다. 원정단이 장비의 무게를 재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연구장비의 분실과 파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구장비를 비행기로 운반한다. 한정된 무게로 짐 짜기가 전쟁과 같았다고 한다. 원정단이 장비의 무게를 재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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