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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단상]광복절과 과학

문 대통령 "광복은 애국 선열이 흘린 피의 대가"
과학기술 기반으로 국가 성장···선열 기리며 국가 존속과 과학기술 의미 되새겨야
광복 72주년을 맞은 2017년 8월 15일. 

이날 오전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국민주권의 시대가 열리고 첫번째 맞는 광복절로 그 의미가 유달리 깊게 다가온다고 밝혔다. 이 날은 대통령 취임 100일을 이틀 앞둔 날 맞는 광복절이기도 하다. 

"광복은 애국 선열들이 흘린 피의 대가"라 말한 그는 과학자, 영화감독 등 곳곳에 많은 독립운동가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광복 이후 조국이 눈부신 성장을 이룬 중심에 과학기술이 있었음을 부인하는 이들은 없다. 소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역사의 중심에는 과학기술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지난 1967년 과학기술처 설립으로 과학기술 발전 정책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설립되면서 과학기술은 산업과 학계 전반으로 확산,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 

한국은 선진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개발도상국가에게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가 됐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중동 국가에서 출연연, KAIST 등을 찾아 한국의 항공우주기술, 원자력기술, 석유화학기술을 배운다. 이들은 단기간에 경제발전을 이룩한 한국을 벤치마킹하기를 원한다.

50년 전 연구투자의 개념조차 없었던 한국은 이제 국내총생산(GOP) 대비 R&D 투자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을 이루는 국가 중 하나가 됐다. 

그럼에도 기존의 발전 전략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과학계는 자평한다.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대표된 주력 수출 품목인 조선, 철강, 화학, 전자 분야는 중국 등 후발주자에 점차 밀리는 분위기다. 현장에서는 그동안 반세기를 잘 먹고 잘 살아 왔지만 이후 반세기의 미래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다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었던 출연연의 분위기도 침체되고 있다. 연구현장 스스로가 답보상태로 흐르고 있다. PBS 문제를 비롯해 예산권 배분 문제, 투입대비 연구성과 창출, 자율성 확보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만 집중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민간연구원에 비해 출연연의 경쟁력이 상실했다는 지적을 대놓고 하고 있다. 

국가 정책에서도 과학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고 정치에서도 후순위다. 그러다보니 대중들의 관심도 거의 없다. 주요 기사에서는 과학 관련 콘텐츠는 찾아 보기 어렵고, 연애나 정치 기사가 최상위 조회수를 차지한다. 식탁에서 가족들, 친구들이 모여 과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미래 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다.

문 대통령은 이제 지난 100년의 역사를 결산하고 새로운 100년을 위해 공동체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일 역사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자세를 주문했다.

역사는 중요하다. 이를 바로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과학기술 없이 이러한 변화를 실현하는 것은 어렵다. 과학강국이 곧 국력이 강한 나라이며,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날 경축사에서 미래보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 것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과거사에 집착하고 있는 동안 미국, 일본, 중국, 이스라엘 등은 글로벌하게 움직이면서 전략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로봇, 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순한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새로운 판 구축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더 크게 다가온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뉴스페이스(New Space)'에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젊은 기업가와 재력을 갖춘 투자자 등이 넘쳐 난다.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등 유럽에서도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들은 기술이 없어도 투자를 하면서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일본, 중국, 인도 등에서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기업가, 과학자 등이 지구에서 우주를 바라봤다면 이들은 이미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기존의 발상을 뒤엎는 사고를 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도 중국이 정부 주도로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에 거대한 창업전진기지를 만들고,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인공지능, 인공위성 회사를 인수하며 국제사회에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은 어떠할까. 존재감이 없다. 컨퍼런스, 기업 등을 둘러봐도 한국인 과학자, 연구자 등은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변방국가로 치부된다. 글로벌한 동향에 관심을 갖고 이를 분석하며 서로 알리고 전파하는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도 기대하기 어렵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이 개입된 한반도 정세는 연일 급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 개발과 ICBM 미사일 문제는 국가 안보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북핵 문제 타결을 위해서도 과학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민주적', '자주적' 해결은 과학이 전제돼야 한다.

수많은 도전과 위협속에서 국가 발전과 안보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과학의 힘이 컸다. 한국에도 故 최형섭 과학기술처 장관을 비롯해 롤 모델이 될만한 선배 과학자들이 존재한다. 광복절을 맞아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선배 과학자들을 기리며 국가 존속과 과학의 필요성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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