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채 생명연 박사 나서 '생생한 연구현장' 설명
"일선 과학자 만나니 과학 관심 깊어졌다"

"따르릉~". 지난 8일 오후 과학시민단체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회장 정용환)의 사무국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서울 소재 중학생의 학부모였다. 그는 과학을 좋아하는 중학생 아들과 지인의 아들이 대덕 출연연을 방문해 실험실을 둘러보고 과학자와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라도 아들과 연구자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꼭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러한 사연을 들은 벽돌한장 측은 내부 회의를 거쳐 가능자를 물색했고, 이에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가 흔쾌히 학생들을 만나고 싶다고 나섰다. 학생들은 당장 다음 날 아침에 찾아가겠다고 말하며 기뻐했다.

다음 날 아침. 중학생 두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생명연을 찾았다. 이들은 정 박사의 사무실을 찾아 수줍게 인사를 했다. 학생들은 과학에 대해 관심이 많았으며 과학의 대표 단지인 대덕을 찾아 과학자와 이야기를 꼭 나눠보고 싶었다며 찾아 온 이유를 설명했다. 

이승연 홍성중학교 3학년 학생은 "친인척이 의학과 과학분야에서 일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특히 집에 있는 현미경을 활용해 양파껍질을 관측해 보는 등 생명공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흥채 박사는 생명연 바이오합성연구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부터 다양한 생명공학 연구 분야에 대해 소개했다. 또 생명공학기술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건넸다. 일선 과학자의 생생한 설명을 듣자 학생들의 흥미가 더해졌다.

정 박사가 연구분야에 대해 설명하던 도중 "만약 컴퓨터에 있는 정보를 뇌에 연결해 바로 주입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시험 공부를 할 필요가 없을텐데 학생들에게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되묻자 학생들의 웃음도 터져 나왔다.

이승연 학생(오른쪽)과 배대현 학생(가운데)이 정흥채 생명연 박사를 방문해 연구소에 대한 소개를 듣고 있는 모습.<사진=오은정 인턴>
이승연 학생(오른쪽)과 배대현 학생(가운데)이 정흥채 생명연 박사를 방문해 연구소에 대한 소개를 듣고 있는 모습.<사진=오은정 인턴>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세포 배양실, 발효실, 냉동 보관실 등의 실험실을 차례로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들뜬 모습으로 정 박사의 뒤를 바짝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플라스크에 담긴 액채 샘플을 보여주며 정 박사는 각 실험실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학생들이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사진=오은정 인턴>
플라스크에 담긴 액채 샘플을 보여주며 정 박사는 각 실험실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학생들이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사진=오은정 인턴>

장비 안에 담김 실험물질을 주의깊게 관찰하는 이승연 학생과 배대현 학생.<사진=오은정 인턴>
장비 안에 담김 실험물질을 주의깊게 관찰하는 이승연 학생과 배대현 학생.<사진=오은정 인턴>
연구원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도 대화의 시간은 계속됐다. 정흥채 박사가 학생들에게 진로 계획에 대해 묻자 학생들은 아직 막연히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정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정흥채 박사는 자신이 생명공학 분야를 선택한 이유부터 이 분야에 대한 학업과 진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어떤 진로를 선택하더라도 우리 사회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며 주변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박사와의 만남의 시간을 마친 학생들은 다시 버스터미널로 이동하며 아쉬움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연구소를 방문해 과학자와 만났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학생들은 크로마토그래피 장치와 배양실을 각각 이번 방문에서 인상적이었던 장소로 꼽았다. 이승연 학생은 "배양실을 비롯한 실험 공간들의 모습을 실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실제 연구하는 모습을 보니 과학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배대현 학생의 어머니는 이후 연락을 통해 "학생들에게 평소 접하기 어려운 연구소 탐방 기회를 마련해줘서 감사하다"며 "어려운 시간을 할애해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준 박사님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흥채 박사는"학생들이 스스로 연구원에 온다고 해서 대견했다"면서 "생명공학 연구와 미래, 지식과 사회와의 가치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공감했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연구소 탐방 후 학생들과 정 박사가 유전자 모형 앞에서 포토타임을 가졌다. <사진=오은정 인턴>
연구소 탐방 후 학생들과 정 박사가 유전자 모형 앞에서 포토타임을 가졌다. <사진=오은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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