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원, '탈원전 논란에 대한 과학자들의 토론' 주제 113회 한림원탁토론회 개최

한국과학한림원 회원들이 토론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과학한림원>
한국과학한림원 회원들이 토론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과학한림원>
"에너지는 장기 정책으로 검토해야 한다. 수요예측은 최소 20년 이상 필요하고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과 기술개발을 우선시 하면서 탈원전을 결정해야 한다."(이은철 서울대 교수)

"산업사회는 과학기술에 대해 무조건 믿음이 있었지만 현대사회는 완전한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한 위험사회로 위험분배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과학자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스스로 위험에 대한 통제와 책임감을 갖고 참여 또는 심의 민주주의적 논의를 해야 한다."(김경만 서강대 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명철)은 8일 오후 5시30분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탈원전 논란에 대한 과학자들의 토론'을 주제로 113회 한림원원탁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탈원전 논란: 가치와 의사결정 그리고 오해', '미래 원자력연구개발 추진현황' 등 두 가지 주제에 대한 발표와 지정토론으로 진행됐다.

'탈원전 논란; 가치와 의사결정'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경만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탈원전 논리와 반대 논리를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원전 유지와 탈전원 논리에 앞서 중요한 가치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 구성원들이 지금까지 풍족하게 누렸던 에너지 사용을 과감하게 줄이고, 그에 따르는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합의(agreement)'가 도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탈핵문제는 사실에 의거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정당화'의 문제"라면서 "사회구성원들의 논쟁과 협의에 의해서만 결정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탈원전 논란; 오해와 진실'를 주제로 미국 쓰리마일 섬 2호기,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예로 들며 원전사고에 대한 과장된 주장과 사실이 왜곡된 부분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국가들이 탈핵을 선언했다는 것은 왜곡된 사실"이라면서 "탈핵을 선언한 독일도 17기를 8기로 축소하고 나머지는 수명까지 가동하고 있다. 또 미국 4기, 중국 11개국 30기 수출 추진, 인도 10기 건설 승인, 영국 13기 건설, 일본 재가동 본격화로 전체 원전 가동이 연 1~2%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 정책은 수요예측을 20년 이상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원전 비중은 30% 수준인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를 위해 정책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확보하고 에너지 안보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홍준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은 '미래 원자력 연구개발 추진 계획'에 대해 소개했다.

정부의 원자력 연구개발은 원전 해체, 사용후핵연료 처분, 가동 중 원전 안전 확보 등에 투자가 강화될 전망이다.

해체기술 확보와 장비개발, 인력양성에 2018년 138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19년까지 해체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조기에 개발하고 기술자립을 추진한다.

가동중인 원전 안전을 위한 내년 예산은 400억원이 투입되고 사용후 핵연료 처분관련 요소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박 단장은 "AI, 빅데이터, 3D 프린팅, 로보틱스 등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과 접목으로 원자력 기술의 혁신도 도모하고 우주, 해양, 극지연구 등 장기적인 미래국가전략 연구개발 주제도 발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정토론은 김승조 한림원 기획정책담당부원장을 좌장으로, 성창모 UN 기후변화협약 기술집행기구 위원,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이동수 서울대학교병원 핵의학과 교수, 최기련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한삼희 조선일보 수석논설위원 등이 참여했다.

성창모 위원은 "21세기 에너지 정책은 기후변화체제에 동참하고 글로벌 트랜드에 적합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에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클린 기후기술개발과 상용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융합과 사회적 합의, 경제적 시너지가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과학 입장에서 의견을 피력한 신동화 교수는 "방사능 물질은 태양, 토양, 공기 등 자연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다"면서 "위해성 물질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함량이 위험 수준인가 아닌가가 관심의 대상이 돼야 한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국민적 공감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명철 원장은 인사를 통해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기조 속에서 노후 원전 뿐만 아니라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검토 등 탈원전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탈원전은 관련 과학기술 이슈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 국제적 이슈 등에 대해 거시적이고 객관적인 논의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기간 내 회복 불가한 국가적 차원의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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