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레이저닉스, 시료 가공에서 분석까지 '한 번에' 가능한 융합 현미경 개발중

"현재 표준연 SEM 현미경에 레이저닉스의 레이저 기술을 접목하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표준연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을 통해 한 달에 1~2회 표준연과 협업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업 개별적으로 과제를 진행했다면, 이토록 체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해당 과제가 끝나더라도 표준연과 협력 관계를 이뤄나가며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하겠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은 국내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중소중견기업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대표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기술선도형 히든챔피언 육성사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계별로 글로벌강소기업, 기술이전 후속지원, 명품홈닥터·기술실용화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업 경쟁력에 따라 체계적 지원을 통해 최종적으로 히든챔피언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로 사업을 진행한 지 4년 차. 표준연의 맞춤형 기술지원을 통한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레이저닉스(대표 유준호)라는 레이저 연구 전문기업이 표준연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는다.

◆ '기술 실용화 과제'로 뭉치다

박인용 첨단측정장비센터장(좌)과 표준연 히든챔피언 육성사업 참여기업 레이저닉스의 김윤석 연구소장.<사진=조은정 기자>
박인용 첨단측정장비센터장(좌)과 표준연 히든챔피언 육성사업 참여기업 레이저닉스의 김윤석 연구소장.<사진=조은정 기자>

2008년부터 김승우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실에서 파이버 레이저 연구를 시작한 레이저닉스. 2015년 자체 개발중인 레이저가 충분한 시장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 연구실에서 스핀 오프(spin-off) 한 스타트업이다. 국내 레이저 개발 기업은 많지만, 수 W급 이상 산업용 팸토초 레이저를 개발 및 판매 중인 곳은 레이저닉스가 유일하다.
 
첨단측정장비센터는 기초과학과 첨단산업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측정, 분석, 검사기술의 토대를 제공하기 위해 전자나 이온과 같은 하전입자빔기반 첨단장비 요소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주로 이온·광학 현미경에 연구 타깃이 맞춰져 있다.
 
첨단측정장비센터와 레이저닉스의 융합연구는 2015년에 시작됐다. 당시 박인용 첨단측정장비센터장은 세미나 개최를 위해, 국내 레이저 시장 규모와 연구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만한 적합한 국내 업체를 찾고 있었다. 레이저닉스 유진호 대표와 연이 닿았고, 세미나를 마친 후 첨단측정장비센터 내에서 개발 중인 SEM 현미경을 소개했다.

"표준연에서 개발하고 있는 SEM 현미경과 레이저닉스의 펨토초 레이저를 융합하면 어떨까? 가공에서 분석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표준연과 레이저닉스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표준연 히든챔피언 육성사업 중 하나인 '기술 실용화 과제'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표준연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연구성과를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실용화 기술로 개발함으로써 기술가치 창출 극대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추진된 사업이다.

박인용 센터장은 "좋은 성능의 첨단 장비들을 고도화하고 융합해 시너지를 발휘시키는 게 센터의 최종 목표"라며, "레이저닉스의 펨토초 레이저와 우리 센터 SEM(주사전자현미경) 현미경을 융합하면 산업체에서 원하는 수준의 현미경을 개발할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SEM 현미경과 레이저 융합 개발 완성도.<자료=박인용 센터장 제공>
SEM 현미경과 레이저 융합 개발 완성도.<자료=박인용 센터장 제공>
유준호 대표는 첨단측정장비센터에서 개발한 SEM 현미경이 시료 분석을 위해 시료실을 여닫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에 주목했다.

SEM 현미경으로 시료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시료실 안에 시료를 넣고, 관찰이 가능한 정도의 진공으로 시료실 내부를 만들어야한다. 하지만 이 과정이 해결된다면 전자현미경이 산업에 적용될 때 많은 장점을 갖게 된다.
 
센터는 이같은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좌측에서 보이는 길다란 실린더 안에 시료를 직접 꽂는 방법을 사용했다. 납작한 슬라이드 시료판에 시료를 고정하면 되는데, 이 시료판은 진공밸브의 역할도 하여 전자현미경이 적정한 진공도를 유지하며 작동할 수 있게 한다. 불필요한 시료실 개방이 사라지니, 시료교체시마다 진공 상태를 다시 조성해야하는 복잡한 과정도 생략할 수 있었다.
 
여기에 레이저를 융합, 레이저와 SEM 현미경 두 시스템이 가공 지점 좌표계를 공유할 수 있게 했다.

김윤석 소장은 "SEM 현미경이 워낙 작은 나노단위의 세계를 살피다보니, 시료 가공 지점을 찾는데만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표준연에서 개발중인 저진공·시료삽입형 SEM의 경우 저진공 특성으로 인해 해상도는 다소 낮아지지만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한 미세가공 특성을 평가하는데는 충분하며, 시스템 경량화와 빠른 측정을 구현할 수 있어 산업화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표준연은 10월 말 두 장비의 융합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특허 출원 중이다. 또 진공상태를 유지하면서 분석 시료를 이동시키는 기술은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것으로, 개발이 완료된다면 반도체 가공 분야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반도체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며,  반도체 가공 기업들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박인용 센터장은 "아이디어에서 기술구현과 판매까지 나아가는 데에는 엄청난 완성도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과제가 끝나더라도 협력관계를 지속해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 기술 수요처들이 원하는 수준으로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김윤석 연구소장이 레이저닉스가 개발한 레이저 관련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김윤석 연구소장이 레이저닉스가 개발한 레이저 관련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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