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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관장의 과학톡톡] 간절한 매미의 울음

엄마의 외침이나 알람 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다.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로 잠에서 깨어난다면 그 하루는 상쾌할 것이다. 초여름에 들어설 즈음부터 창문을 열고 잤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새벽에 새소리를 듣고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얼마나 기쁘던지···.

그런데 하지가 가까워질수록 그 시간이 점차 일러졌다. 그러다가 마침내 새벽 4시 43분에 새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난 날 나는 페이스북에 불평을 했다. "새들은 잠잠하라!"라고 말이다. 동네 일출시간이 5시 11분이던 하짓날엔 동네 새들은 4시 30분부터 우짖었다. 해가 뜨기 한참 전인 여명에 그들은 노동을 시작한 것이다. 새끼들을 한창 먹여야 할 때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은 새벽 4시에 깼다. 나를 깨운 것은 새가 아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잡으려면 더 일찍 나돌아다니는 벌레가 있어야 하는 법. 하지만 여명 속에서 사냥을 하려면 소리를 내는 곤충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벌레들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특히 살집이 좋은 애벌레는 절대로 소리를 내지 않으니 해가 뜬 다음에야 좋은 먹잇감이 된다.

요즘 얼리 버드들의 좋은 먹이는 매미다. 오늘 우리 동네 매미는 새벽 4시부터 온몸으로 울었다. 우리 동네 일출시간은 5시 27분이었는데 말이다. 매미 소리는 잠을 깨울 정도로 시끄럽다. 하지만 각각의 매미가 내는 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다. 아무리 크게 울어봐야 80데시벨 정도다. 자동차 경적소리는 물론이고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보다 작다. 하지만 개체 수가 많다. 함께 우니 시끄럽다.

모든 매미가 우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매미는 열세 종류밖에 안 된다. 가장 많이 보이는 매미는 참매미와 말매미이고 고층 아파트 방충망에 붙어 있는 것은 대개는 애매미다. 우는 매미는 모두 수컷이다. 매미는 근육을 움직여서 울음판에서 소리를 내는데 암컷에게는 소리를 발생시키는 기관이 없어서 소리를 내지 못한다. 암컷은 수컷의 소리를 듣고 찾아온다.

불만이 생기면 외국인 핑계를 대는 것처럼 매미 소리가 시끄러워지자 외래종 매미를 탓하는 말이 들린다. 대표적인 외래종으로는 꽃매미가 있다. 아이들은 징그럽다고 한다. 낯설기 때문일 것이다. 내 눈에는 울긋불긋한 게 예쁘게만 보인다. 그런데 꽃매미는 울음판이 없어서 소리를 내지 못한다. 따라서 중국에서 온 외래종 때문에 시끄럽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NASA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도 대부분 우리나라 토종이라고 한다. 괜히 중국 탓만 하지 말자.)

오해하실까봐 덧붙이자면 꽃매미는 해충이다. 꽃매미만 그런 것은 아니다. 나무 입장에서 보면 모든 매미는 해충이다. 암컷 매미는 나무에 산란관을 꽂아서 20~30개의 알을 낳는다. 매미 알은 물관과 체관을 막아서 물과 양분의 통행을 방해한다. 애벌레는 줄기를 타고 땅속으로 들어가 몇 년 동안이나 수액을 빨아먹는다. 성충도 나무에 주둥이를 꽂고 수액을 섭취한다. 전염병도 옮긴다. (매미가 옮기는 전염병은 동물에게는 문제가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골에서 듣던 매미 소리는 좋았는데 도시에서 듣는 매미 소리는 유독 시끄럽다는 말도 한다. 영화에서 시골 여름 풍경의 배경소리로 나오는 매미 소리의 주인공은 참매미다. 맴, 맴, 맴, 웽~하고 운다. 도시의 플라타너스 나무를 좋아하는 매미는 말매미다. 음의 변동이 없이 지~~~~ 소리가 일정해서 소음으로 느껴지는데다가 실제로 소리가 크기도 하다.

또 한밤에도 매미가 우는 까닭은 도시의 밤이 환해서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추론이다. 하지만 추론은 추론일 뿐이다. 과학자들이 실험해 봤더니 결과는 달랐다. 빛과 매미의 울음 사이에는 별 관계가 없었다. 매미가 우는 데 결정적인 요소는 온도였다. 울음판의 근육을 움직이는 데는 온도가 중요했던 것이다. 더우면 아무리 캄캄해도 매미는 운다. 최선을 다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매미가 우는 이유는 짝짓기를 하기 위해 "나 여기 있소! 암컷들이여, 내 울음소리가 매력적이지 않소? 내 소리를 들으니 왠지 유전자에 신뢰가 가지 않소!"라고 호소하는 건데, 캄캄한 밤에는 울어봐야 별 소용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 매미도 처음에는 한낮에만 운다. 조금 지나면 새벽 일찍부터 울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한밤중에도 쉬지 않고 운다. 그만큼 점점 간절해지는 것이다. 짝짓기를 하기 위해 자그마치 3~7년 동안이나 땅속에서 살다가 나왔다. 성충으로는 기껏해야 일주일에서 한 달을 산다. 수컷 매미의 유일한 사명은 암컷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그래봐야 극히 일부의 수컷만 암컷의 선택을 받는다. 최선을 다해서 우는 매미를 욕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언제 그들처럼 간절히 울어봤던가!

◆이정모 관장은

이정모 관장.이정모 관장.
이정모 관장은 자신을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로 소개합니다. 전문적인 과학자와 과학에 흥미가 있는 시민 사이에 서 있는 거간꾼이라고 말합니다. 앞으로 과학자들이 연구실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무엇이고 그것이 시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려줄 생각입니다.

하지만 "과학은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과학은 쉽고 재미나요" 같은 말은 하지 않습니다. 과학은 정말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과학은 우리의 삶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고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앞으로 무엇을 쓸지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글을 연재할 무렵에 일어나는 세상 일과 관련된 과학 이야기를 쓸 예정입니다.

이정모 관장은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했습니다. 독일에 유학 했으나 박사는 아닙니다. 귀국후 과학저술가로 활동하면서 안양대학교 교수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을 지냈습니다. 지금은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달력과 권력' '공생 멸종 진화' '유전자에 특허를 내겠다고?' 같은 과학책을 썼으며 독일어와 영어로 된 과학책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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