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연구장비 개발 경쟁 몰입···분석과학 연구장비 개발사업 본격 추진
2025년까지 530억 원 투입···"국산화로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확보 급선무"

# 상황 1. 빛을 사용해 물체를 보는 광학현미경보다 약 40~1000배 확대해 볼 수 있어 미생물 형태나 분자 구조까지 관찰이 가능한 투과전자 현미경(TEM). 대당 15억에서 90억원 정도지만 전량 외산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 상황 2. 신소재가 산업에 쓰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밝히는 일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물질의 기본적 특성을 파악하는 전자기 물성 측정 장비의 국내산은 전무하다. 

과학기술 선진국들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장비 개발 경쟁이 치열하지만 국내 연구장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

국내 R&D(연구개발) 자본의 해외 유출도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산 연구장비 개발 사업이 본격화 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분석과학기반 연구장비 개발사업(총괄책임 조영훈)이 지난 1월 시작돼 오는 2025년까지 총 530여억원 투입돼 진행된다. 국산 연구장비는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보급형, 과학기술을 이끌 수 있는 선도형, 세계 유일 장비를 만드는 도전형 등으로 나뉘어 개발된다. 

보급형에는 투과전자현미경·전자기 물성측정장비 등이, 선도형에는 다중모드 나노바이오 광학현미경·3차원 분자 이미징 질량분석기·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 등이, 도전형에는 무냉매 고온 초전도자석 핵자기 공명 장비·카이랄 분자 입체화학 영상기술 개발이 포함된다. 

분석과학 연구장비개발 사업 비전. <자료=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분석과학 연구장비개발 사업 비전. <자료=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 보급형, "수입 장비 대체할 장비 구축"

보급형 투과전자현미경은 지난 2015년부터 설계를 시작해 지난해 장치를 제작, 올해 시스템을 조립하고 2019년까지 성능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30kV급 보급형 TEM 장비. <자료=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30kV급 보급형 TEM 장비. <자료=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전자현미경은 주사전자현미경(SEM)과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나뉜다. SEM은 국산화 돼 있으나 상대적으로 고배율인 TEM은 기술력이 선진국과 비교해 떨어지는 상태로 전량 외산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보급형 투과전자현미경 연구팀(사업책임자 김진규 기초지원연 환경·소재 분석본부장)은 고가의 고성능 외산 투과전자현미경에 편중된 국내 연구장비 시장에 저전압 투과전자현미경을 보급형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올해까지 테스트베드 1, 2호기를 마무리하고 보급형 TEM 시작품을 제작해 성능을 높이는 등 2019년 TEM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30kV 전계 방출형 전자총, TEM용 저수차 대물렌즈, 고정밀 시료스테이지 및 다목적 시료 홀더, 영상 검출기 등을 개발해야 한다. 

김진규 본부장은 "SEM과 TEM의 수요가 많다는 것은 연구자들이 그만큼 많이 쓴다는 것이다. 선진국과의 기술력 차이를 좁히는 방법은 개발 밖에 없다"며 "SEM 개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오 시료에 최적화 된 TEM 개발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자기 물성측정 장비도 개발 중이다. 물리학뿐만 아니라 화학 재료 공학 등에서 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신소재는 기본적인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밝히는 일을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 전자기 물성 측정 장비는 물질의 기본적인 특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는 만큼 국산화의 필요성이 높다. 

전자기 물성측정 장비 개발팀(최연석 기초지원연 스핀공학물리연구팀장)은 전자석 플랫폼, 초전도 자석, 프로브&분석기술, 극저온 냉각기술 등을 활용해 오는 2025년까지 3단계에 걸쳐 전자기 물성측정 장비를 개발할 계획이다. 

최연석 연구팀장은 "3단계 초반이면 모든 장비들이 전체적으로 구축이 돼 성능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급형 장비로 기획 단계부터 기업이 참여했다. 기업이 장비를 제작하고 유지보수까지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선도형, "국가 과학기술 이끌 장비 구축"

국내 질량분석장비 국산화는 시작 단계로 저분자 분석장비용 질량분석기(TOF SIMS)의 국산화는 전무한 상태다. 3차원 분자 이미징 질량분석기는 이온빔을 이용한 유기물 시료의 3차원 분자 이미징 질량분석이 가능하다. 

클러스터 TOF SIMS 분석 장비. <자료=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클러스터 TOF SIMS 분석 장비. <자료=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3차원 분자 이미징 질량분석기 개발팀(최명철 기초지원연 질량분석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기능을 갖는 클러스터 TOF SIMS 장비 개발을 통한 국산화를 하고자 한다. 이번 장비개발에는 표준연, 조명연, 가천대, 성균관대, 윤슬 등 산·학·연이 함께 머리를 맞댄다. 

지난해까지 액체금속이온빔, 고전압 전원 및 영상화 장치, 이온빔, 제어 프로그램 등을 설계, 제작했으며 올해 질량분석기 및 이온건 1차 결합을 시도해 기술이전도 마친다는 계획이다.

또 2019년까지 클러스터 이온빔 및 TOF MS 최적화 및 클러스터 TOF SIMS 시제품을 제작하고 TOF SIMS 기술이전을 할 계획이다. 

최명철 책임연구원은 "이번 사업은 총 3단계에 걸친 사업으로 2019년에 1차 사업이 마무리 되면 범용 클러스터 TOF SIMS 시제품이 나올 것"이라며 "오는 2025년까지 3단계 사업을 진행해 새로운 3차원 분자영상 질량분석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중모드 나노 바이오 광학현미경 개발팀(장기수 기초지원연 광분석장비개발팀 책임연구원)은 광학 현미경 시장의 지속 성장에 발맞춰 기존 기술과 차별화된 광학현미경을 개발하고자 한다. 

광학현미경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첨단 광학현미경은 대부분 수입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연구팀은 대물렌즈, 미세내시경, 다중모드 이미징 기술 등을 개발할 계획으로 올해 대물렌즈와 미세 내시경 구조를 설계하고 다중모드 광학현미경을 설계한다. 

또 내년에 무반사 렌즈를 제작하고 미세 내시경 프로브 설계 및 제작, 3차원 광간섭&비선형 현미경 집적화 기술 개발 등을 통해 2019년 다중모드가 가능한 나노·바이오 광학현미경 시작품을 만들어 낼 계획이다. 

장기수 책임연구원은 "하나의 현미경 플랫폼에서 생체조직의 마이크로 구조, 세포구조, 세포 내 소기관, 나노·바이오 분자 이미징 구현이 가능한 현미경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 도전형, "세계에서 유일한 국산 장비 개발" 

도전형 연구과제는 말 그대로 성공과 실패 중 운명을 알 수 없는 도전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연구장비로 성공시 세계 과학기술을 선도해 갈 수 있다. 

무냉매 고온초전도 NMR 자석. <자료=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무냉매 고온초전도 NMR 자석. <자료=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핵자기 공명 장치(NMR)는 최근 5년간 국내에 70여대의 외산 NMR이 구축되는 등 장비 국산화를 통한 수입대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존 NMR 장비의 저온초전도 자석은 20T 이상에서 임계전류가 급격히 감소해 1GHz 이상의 초고자기장으로 확장이 가능한 고온초전도 자석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또 기존 NMR 장비는 액체헬륨 수급불안 시 안정적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무냉매 냉각기술을 활용한 NMR을 요구하고 있다. 

무냉매 고온초전도자석 핵자기공명 장비 개발팀(이상갑 기초지원연 스핀공학물리연구팀 선임연구원)은 분자의 구조와 운동을 규명할 수 있는 고분해 핵자기공명 분광기를 개발 중이다. 이는 신약개발, 소재합성, 원유분석, 물성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무냉매 전도냉각형 고온초전도 자석 시스템과 2채널 고체 NMR 프로브, 400MHz NMR 콘솔 및 운영체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상갑 선임연구원은 "핵자기공명 장비는 최근 외산 장비 구축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존 기술을 뛰어 넘는 기술 개발을 통해 국산 장비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카이랄 분자 입체화학 영상기술 개발팀(이한주 기초지원연 서울센터 책임연구원)은 NMR 분석으로 구분할 수 없는 거울상 이성질체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카이랄(Chiral)는 '손'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거울에 비춘 듯 비슷한 모양을 갖지만 절대 포개질 수 없는 형태인 것처럼 구성 원소가 동일하지만 서로 포개지지 않는 거울상 이성질체로 되어 있는 분자를 카이랄 분자라 한다. 

연구팀은 다차원적으로 분자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올해 분광계를 설계 제작하고 후방산란 광학현미경도 제작한다. 이어 2018년 분광계와 전후방산란 광학현미경을 결합해 2019년 3차원 카이랄 영상을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이한주 책임연구원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제약, 의학 분야 혁신적인 생체영상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며 "고부가가치 바이오, 의약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영훈 분석과학연구장비 개발사업 총괄책임은 "연구장비 개발은 논문도 특허도 나오기 힘든 부분이지만 국가 R&D 자본의 해외 유출이 심각한 만큼 국내산 연구장비 개발은 필수적"이라며 "국산 장비로 산업계를 지원하고 외산 의존도를 낮춰 국가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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