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수학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저: 오구리 히로시 / 공역: 서혜숙·고선윤 / 출판: 바다출판사
수학자 아버지가 들려주는 수학으로 본 세계
◆미분보다 적분 먼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법
학교에서 배운 수학을 제대로 이해하자


저: 오구리 히로시 / 공역: 서혜숙·고선윤 / 출판: 바다출판사.<사진=출판사 제공>저: 오구리 히로시 / 공역: 서혜숙·고선윤 / 출판: 바다출판사.<사진=출판사 제공>
모든 학문의 여왕, 수학. 인간이 생각을 하게 된 때부터 등장한 수학에는 수천 년에 걸친 인간 지성의 정수가 담겨 있다.

수확물을 분배하고 이자를 계산하는 일부터 지구의 크기를 구하는 문제까지, 수학은 우리 일상과 밀착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수학은 우리가 가장 멀고 낯설게 느끼는 학문이 되었다.

수학책은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와 도형들로 가득하고, 우리가 수학 시간에 하는 것도 공식에 맞춰 기계적으로 문제를 푸는 일 밖에 없다.

하지만 수학은 우리가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고 언어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로 세계적 수리물리학자인 오구리 히로시는 자신의 딸 또한 수학의 묘미를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들을 따라가면서 때로는 수학자들의 흥미로운 역사를 곁들이고 때로는 이야기글도 덧붙이며 수학의 재미를 돋운다.

왜 미분보다 적분을 먼저 배워야 할까?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서는 보통 미분을 먼저 설명한 후 그 역연산으로 적분을 도입한다. 이러한 순서는 완성된 수학을 논리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지만, 역사적인 발전 순서로 보면 정반대다.

적분 계산을 위해 아르키메데스가 구적법을 발명한 것은 기원전 3세기지만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미분법을 고안한 것은 17세기다. 적분은 면적이나 부피 등 눈에 보이는 양을 계산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미분을 이해하려면 극한에 대한 개념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려운 미분을 공부하기 전에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적분부터 익히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 이 책은 수학의 역사를 따라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기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독자들이 흥미의 끈을 놓지 않는 동시에 수학적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도박에서 절대 지지 않는 법
인터넷 암호체계의 원리
은행예금이 배가 되려면?
수학은 우리 일상 어디에나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성장해온 수학은 우리 일상 어디에나 있다. 따라서 수학을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읽는 새로운 언어를 획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구리 히로시는 '제1장 불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한다'에서 확률이 아주 조금 유리할 때 도박에서의 승률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계산한다.

가령 내가 상대방보다 3퍼센트 정도로 확률이 유리할 때 충분한 돈을 가지고 내기를 계속하면 판돈을 두 배로 만들 확률은 99.75퍼센트까지 올라간다. 즉, 도박에서는 '아주 조금이라도 유리할 때 충분한 돈을 가지고 시작하면 거의 확실하게 이긴다.' 이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사는가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균형 잡힌 식생활, 적당한 운동, 규칙적인 생활 등 매일의 습관을 건전하게 개선하는 것은 오래 살 확률을 '아주 조금 유리하게' 만들어 우리가 장수할 확률을 대폭 높일 수 있다. 이 확률이 얼마나 높아지는가 숫자로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수학의 힘이다!

결국 수학은 필요에 의해 탄생한 학문이다. 고대부터 문명이 발달한 곳에는 항상 수학이 있었고 문명의 기틀이 되어왔다. 아주 멀고 낯설게만 느껴지는 수학이 실상은 우리의 삶과 직접 결부되어 있는 것이다.

가령 분모를 다시 분수로 만들어 단위분수를 이어 만든 '연분수'는 달력을 만드는 데 사용되어왔다. 1년을 대략 365.24219일로 두고 분수 근사계산을 하면 365.24219는 365+0.024219≒365+1/4이므로 4년에 한 번 2월 29일까지 있는 달력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오차가 0.00781일이 있다. 따라서 '4로 나누어지는 해는 윤년으로 하지만 100으로 나누어지고 400으로 나누어지지 않는 해는 윤년으로 하지 않는다'는 규칙에 따라 만든 달력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그레고리우스력이다.

수학자들만의 전유물 같은 '소수'도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수의 비밀을 품고 있어 '수의 아톰'이라고도 불리는 소수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수학자들을 매료시킨 개념이다. 수학자들은 소수의 출현 패턴이나 소수 판정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소수에는 풀리지 않은 문제가 많다. 그럼에도 소수는 우리 생활에서 긴요히 쓰이고 있다.

바로 인터넷 상에서 쇼핑이나 결제를 할 때 사용되는 암호 시스템이 소수의 성질을 응용해 개발된 것이다. 그동안 암호 기술은 아무리 복잡해도 암호화의 규칙이 노출되면 금방 풀 수 있었다. 그런데 소수를 이용한 암호는 암호화의 규칙을 알고 있어도 풀 수 없다.

예컨대 자물쇠는 그것을 푸는 방법을 알고 있더라도 열쇠가 없으면 풀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소수를 이용함 암호 체계도 큰 수는 소인수분해가 어렵다는 소수 특유의 성질을 이용해 각 사용자에게 고유한 ‘열쇠’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이처럼 오구리 히로시는 수학이 우리 생활을 크게 바꾼 사례를 통해 일상과는 동떨어진 것 같은 수학이 실제로 얼마나 강력한 도구인지 보여준다.

◆왜 수학을 알아야 하는가
세상으로 나가는 딸에게 들려준 가장 강력한 무기, 수학


학교에서 처음 수학을 배웠을 때 느낀 당혹감을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말로 풀어서 설명해주는 다른 과목과는 달리 수학에서는 무엇이든 기호로 압축해버리기 때문이다. 손가락으로 셈을 할 수 있는 수들을 넘어 음수, 분수, 그리고 소수를 배우면서 덧셈 뺄셈만 기계적으로 하는 동안 과연 이게 실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의심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당혹감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심화된다. 삼각형과 원, 지수와 로그, 미분과 적분 등 무의미해 보이는 기호와 도형들은 자꾸만 늘어난다. 언젠가는 도움이 된다는 선생님의 말을 믿으며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뿐이다.

하지만 수학적 개념이 왜 만들어졌는지 알고 나면 수학도 좀 더 친밀해질 수 있지 않을까? 가령 많은 사람들이 음수와 음수를 곱하면 양수라고 외우면서 왜 그렇게 되는지는 이해하지 못한다. 애초에 음수는 머릿속으로 떠올리기 힘든 개념이기 때문이다. 음수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은 저명한 수학자도 마찬가지다.

17세기까지도 수학계는 음수를 받아들이길 주저해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0에서 4를 빼면 0 그대로다'고 주장하고, 르네 데카르트도 방정식을 풀었을 때 음수가 나오면 '무보다 작은 수는 없다'며 거부했다. 무리수는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피타고라스는 정사각형의 한 변과 대각선의 비에서 무리수를 발견한 히파소스를 바다에 빠뜨려 죽였다고 한다.

납득하긴 어렵지만 음수와 무리수는 분명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이고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개념이다. 인류는 이런 수들을 이용해 보다 강력한 계산방법을 활용할 수 있었다. 단순한 셈을 위한 자연수에서 시작해 뺄셈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0과 음수를 생각해냈고, 나눗셈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분수를 생각했고, 도형을 작도하기 위해 무리수를 발견했다.

이처럼 수의 세계가 넓어지면서 자연 현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2차방정식의 해의 공식을 발견함으로써 대포의 포탄이 어디에 떨어질지 예측하게 되었고, 대수함수의 도입으로 지구의 공전주기를 계산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것은 뉴턴의 중력 법칙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수학을 통해 자연 현상을 해명하는 것을 오구리 히로시는 "말할 수 없었던 것을 말하고 풀 수 없었던 문제를 풀 수 있는" 언어를 얻은 것과 같다고 말한다. 사물에 대한 정확한 표현을 위해서 만든 언어가 바로 수학이다.

수학은 이제 세상으로 나갈 딸에게 아버지가 준비해준 가장 강력한 도구인 것이다. 이 책은 딸에게 전하는 간곡한 목소리로 21세기에 의미 있는 생을 살아가기 위한 도구로서 수학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글: 출판사 제공>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