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새통사 지식공유]사회과학입자가속기

글 정리 : 이순석 ETRI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이번 시간에는 공학과 사회과학, 이 두 가지 배경을 가지고 기술경제를 연구하는 최민석 박사와 함께 했다. 과학·공학·인문의 새로운 융합 학문인 '계산사회과학'이 고민하는 세상과 이를 지원하는 방법론인 '사회과학입자가속기'에 대해 생각을 나눴다.

시선의 높이 문제에 봉착한 우리나라 지식계의 한계로 인해 우리나라는 불필요한 소모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우리의 딱한 현실을 보다 거시적이고 긴 호흡으로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또한 새로운 시야의 확보를 기대해보는 간절함이 더해진 시간이었다. 담대한 도전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한 치의 여유도 확보하지 못하는 자율성에 대한 욕구와, 담론 앞에 침묵하고 생각을 멈추며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도전성의 향수만이 만연한 우리의 현실 앞에 고뇌를 더하는 6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 사회과학과 자연과학과 공학

인간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일반성과 그러한 사회적 현상을 일으키고 또 영향을 받는 인간들의 행동특성에 대한 과학적 탐색을 지향하는 사회과학이 존재한다.

인간의 행동특성에는 그런 특성을 만드는 1차적 원리가 존재하고 그런 원리에 감성, 의지, 관계성 등 2차적 원리가 더해져 3차적 경향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것이 행동으로 발현된다는 것이 사회과학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사람들의 주관 속에 존재하는 공통적인 것들을 서로 인정하고 공유하거나 배척하는 등 상대적인 상호주관성이 존재함을 전제한다. 1차적 원리의 발견, 2차적 원리의 발견, 3차적 현상의 발견, 4차적 행동의 발견, 또 이들간에 존재하는 상호작용성을 과학적 방법론으로 규명해보고자 한다.

과학적 방법론이란 위와 같은 원리나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있는 '지식모델'을 세우고 나타나는 현상을 검증하며 가장 멋있게 설명할 수 있는 지식모델을 정의해가는 방법론이다.

정답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과학적 방법론은 현상을 설명할 때 모순을 최소화하며 가장 간결하게 말하는, 많은 사람들이 논리성과 구체성을 인정해주는 방법론이다. 문제는 모든 원리가 지속적으로 서로 영향을 받으며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연구하고 사회에 대한 연구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물질세계의 자연현상을 일으키는 기본적인 원리나 법칙을 과학적으로 탐색하는 자연과학이 존재한다.

인간도 물질을 벗어날 수 없기에 인간의 행동 또한 자연과학적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사회과학의 기본적 접근방법론이나 토대는 자연과학과 독립적이지 않다. 자연과학은 빅뱅에서부터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의 모든 것을 있게 하는 기본적인 원리, 법칙, 인과관계에 대해 상당한 수준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 들었다.

범우주적 현상, 범지구적 현상, 그리고 우리의 생명현상이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니다. 물질세계의 가장 원초적 단위에서부터 동식물의 생명현상과 인간의 언어활동에 이르기까지 실로 엄청난 분량의 과학적 사실이 밝혀졌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과학적 사실이 사회과학쪽으로 전이되고 참고되는데 많은 벽이 존재한다.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거나, 이 과정에서 획득한 경험치를 과학적 체계화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을 추구하는 공학이 있다.

공학은 실질적이다. 과학처럼 적당한 수준에서 가정으로 남겨놓을 부분이 없다. 그래서 고려할 경우의 수가 방대할 수 밖에 없다. 공학도 점점 더 과학적 접근 방법을 요구한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발현하게 하는 기본적인 '그 무엇'을 설명할 수 있는 '지식모델'을 요구한다.

수많은 경험을 있는 그대로 축적한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을 수반한다. 경험에도 기본적인 법칙으로 정제해서 축적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최근 공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설계도 가르칠 수 있는 기본 방법론이 있다는 움직임과, 디자인도 배워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있다.

기술은 세상에서 꽃을 피워야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기에, 세상을 이루는 인간을 알아야 한다. 인간을 알기 위해서 '사회과학과 연애'가 필요하다. 인간 또한 자연법칙에 인과되어 있기에 자연과학과 분리될 수 없다. 인문이 과학이고 과학이 곧 인문이며 인문 속에 공학이 있으며 공학 속에 과학이 있다. 이것이 모두가 함께 호흡해야 하는 이유다.

◆ 입자가속기와 사회과학입자가속기

입자가속기는 말 그대로 입자를 가속시키는 것을 말한다. 입자를 가속시켜 새로운 에너지를 얻거나 가속시킨 입자들끼리의 충돌해 입자 속에 숨겨진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충돌할 때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에너지를 얻는 것을 말한다.

새롭게 얻어지는 에너지로 지금까지 확인할 수 없었던 엄청난 미시세계를 관찰할 수 있게 하거나, 새로 구한 에너지로 물질의 성질을 변하게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다.

포항공대의 방사성가속기는 엄청나게 짧은 파장의 빛을 만들어 단백질 수준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 양성자 가속기는 암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ETRI에서도 양성자 치료기를 개발 중이다. 대덕특구에 세워질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만들어질 중이온 가속기는 다양한 신물질 개발과 물리학의 지평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입자가속기는 물질의 원초적 단계의 행동을 연구하게 해준다. 이런 연구는 물질의 원초적 행동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인과관계에 있는 모든 연구에 영향을 준다.

사회과학입자가속기란 입자가속기의 기본적인 개념을 차용한 개념이다. 입자가속기와의 차이는 사회과학의 기본입자인 인간의 기본 속성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 속성의 다양한 변화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실험을 컴퓨터를 통해서 해보자는 것이다.

일종의 공학에서 사용하는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사회과학연구에서 취약한 실험의 한계, 즉 실험의 복잡성 문제와 실험 규모 문제 등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활용해보자는 것이다.

컴퓨팅 파워가 사회과학에서 미처 상상할 수 없는 수준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인간의 머리나 엑셀의 도움으로 할 수 있는 실험과는 차원이 다른 실험들을 컴퓨터가 대신 할 수 있게 됐다.

Dr. Ziegler가 60년대 말에 시뮬레이션 이론을 창안했지만, 이것을 실현할 도구가 존재하지 않아 폐기될 뻔 했다. 그러다가 1980년에 와서 컴퓨터가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시뮬레이션 이론이 빛을 보기 시작하고 공학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방법론으로 자리잡았다.

◆ 시뮬레이션 VS 알파고

이번에는 시뮬레이션에 대한 이해가 좀 필요해 보인다. 시뮬레이션은 실험의 대상을 프로그램(agent)으로 정의해놓고 시간 또는 이벤트에 따라 취할 수 있는 행동을 확률적 실험에 따르도록 움직이게 함으로써 인간 의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복잡한 실험을 스스로 하게 만드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gent model의 타당성이다. 프로그램의 행동이 사회과학적 이론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필수다. 프로그램의 행동들이 사회현상의 인과관계에 적합하게 동작하고 있는가에 대한 검증 또한 필요하다.

시뮬레이션 모델에 대한 타당성과 검증이 완료되면, 다양한 난수를 기반으로 유의미한 실험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반복 실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그램의 행동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파라미터 값들의 다양한 변경에 따른 시뮬레이션 결과가 유의미한 것들이 발견될 경우, 실험에 적용된 파라미터 값이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가길 수 있는지를 연구해 전체 시뮬레이션의 결론을 낼 수 있다.

아울러, 최근 IoT(사물인터넷) 기술의 발달한 것도 도움이 된다. 비의식적 감각지능으로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시뮬레이션 결과와 현실에 대한 비교도 아주 쉽게 할 수 있어 사회과학 연구에 대한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알파고 스타일의 지능을 사회과학에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시뮬레이션과 알파고에 대한 명확한 차이는 데이터다.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원인에 대한 데이터와 인과관계에 대한 확률적 행위 규칙에 따라 매번 주사위 놀이를 한다.

알파고는 원인과 결과에 대한 데이터 세트가 있어야 한다. 알파고는 인과관계 데이터를 가지고 인과관계를 일어나게 하는 확률적 행위 수칙을 스스로 알아내 주사위 놀이를 한다.

정리하자면, 시뮬레이션은 확률적 행위 수축을 인간이 만들어 줘야 하고 알파고는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다만 인간이 알파고를 교육하는 방법(데이터 학습법)에 따라 알파고가 만들어내는 확률적 행위 규칙이 모두 달라질 수 있다.

시뮬레이션에 대한 프로그램들이 알파고처럼 동작하는 시뮬레이션 방법론도 새롭게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임을 발견한 것도 하나의 소득이다.

◆ Multi-Objective Optimization 세상

우리는 지금 컴퓨팅 파워의 빅뱅시대에 살고 있다. 상상력의 범위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방대한 문제를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어떤 문제도 하나의 원인만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세상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얽히고설켜 있다.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한 가지도 독립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문제를 동시에 풀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초연결세상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숙제다.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피드백되며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새로운 상태로 변한다.

Multi-objective Optimization 문제의 시대다. 시선의 높이가 필요하다. 인과관계가 어디까지 펼쳐져 있는지 살필 수 있는 시선의 높이가 요구된다.

시선의 깊이기 필요하다. 인과관계를 일으키는 행위규칙을 읽어 낼 수 과학적·공학적·사회적 지식의 깊이가 요구된다.

시선의 너비가 필요하다. 인과관계와 행위규칙의 시간적 역동성을 읽어 낼 수 있는 통찰이 요구된다.

이렇게 탁월한 시선의 높이, 깊이, 너비를 바탕으로 국가사회적 차원의 문제 정의와 접근방법론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다.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로 인한 새로운 동작방식이 지배하는 국가사회의 합리적 시스템의 재설계가 요구된다.

담대한 도전 경험이 있는 선배들은 프로그램이라는 큰 그릇을 만들어 내고, 탁월한 지적 능력을 가진 자율적 행동 주체인 후배들은 큰 그릇 속에 자신이 해 낼 수 있는 것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어우러져야만 하는 시점이다.

후배들의 자율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큰 그릇은 만들어 주는 선배가 있어야 하며, 후배들이 놓치고 지나가는 빈자리를 채워주는 선배들이 있을 때, 우리는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부가 수십 조를 들이기는 해도 멋진 치매국가관리에 대한 방향성 제시가 있으면, 당연히 출연연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해법에 대한 화답을 할 수 있어야 함에도 우리는 꿀먹은 벙어리다.

고령사회가 코 앞에 임박해 있음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국민의 건강과 복지관리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질병이나 미세먼지가 재난 차원에 이르렀어도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원자력발전소는 범지구촌적 기후변화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할 일임에도 해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초연결사회의 CPS 공간 상의 위험이 사회의 재난적 상황에 임박해서도 해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식량자립도가 낮아 식량안보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최고의 지식인들이 해결하지 않는데 그 누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문제인가? 선배들이 사라지면 후배들의 삶은 좋아지는가? 선배들이 사라지면 국가사회현안은 자동적으로 해결되는가?

국가사회의 현안문제를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의 설계가 절실히 요구된다. 인문사회과학·자연과학·공학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정의하는 그룹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 것인지 해법을 제시할 설계 전문 그룹이 있어야 한다. 설계를 가성비 높게 실현하는 개발 전문 그룹이 있어야 한다. 시스템을 구축 운용하는 전문 그룹이 있어야 한다. 국가의 예산 계획을 다시 짜야 할 때다.

◆ 함께 또 따로 !

우리나라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활개를 치지 못한다. 높은 학력과 높은 호기심으로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을 소유한 청년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음에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활개를 치지 못한다.

우리는 전반적으로 시장이 협소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의 자본세력들은 그 좁은 시장을 나누고 있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장벽은 너무나도 높다. 한마디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게 우리나라는 비빌 언덕이 되어 주질 못한다. 이들을 위한 구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세계시장과, 무한대로 확장 가능한 무한 가치의 세상인 가상시장에서 활개를 펼칠 수 있도록 힘이 돼야 한다. 그 속에 자연스럽게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과 복지가 공존한다.

현장에서 수많은 경험치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에게 '솔루션'이라는 날개를 달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요구하는 솔루션을 아주 값싸고 빠르게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왕이면 그들의 수많은 경험치와 새로운 가치들이 용융될 수 있도록 하여,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성비 높은 솔루션을 빠르게 장착하는 것이다. 그들의 비수와 같은 비즈니스 감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솔루션의 제공이다.

그 솔루션은 온 국민이 만들어 내는 미가공 데이터(raw data)를 모으고 분석하고 가공하고 축적하는 새로운 국가적 기간산업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데이터 속에는 우리 인간들의 의식세계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수많은 비즈니스 대안 해법들이 숨어있다. 새로운 해법으로 새로운 사회현상이 나타나고, 그 새로운 사회현상은 국가사회적 차원의 높은 수준의 복지사회건설을 고민하게 할 것이다.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