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상]文 대통령 방미날 실리콘밸리 표정은?

우리에겐 운명 걸린 한미 정상회담이나 현지는 담담
실리콘밸리의 관심은 舊우주에서 新우주로의 차원 이동
미국 실리콘밸리 = 강민구·김요셉·이석봉 기자 happymate@hellodd.com 입력 : 2017.06.29|수정 : 2017.07.03
 지금은 우주경제를 다시 상상할 때.<사진=대덕넷> 지금은 우주경제를 다시 상상할 때.<사진=대덕넷>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적 미국 방문이 시작된 29일을 전후로 대덕넷 취재팀 일원이 미국에 있게 됐다. 장소는 정치 중심지인 워싱턴 D.C.가 아닌 미국 먹거리의 심장부인 실리콘밸리.

이곳에서 인터넷 다음 먹거리로 급부상하는 우주 산업을 취재하고 있다. 우주창업자와 투자자를 만나고, 콘퍼런스에도 참가하며 이들의 열정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국내 언론으로 전해지는 문 대통령의 방미 분위기와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우주에 대한 열기는 온도차가 아주 크다.

우리에게 한미 정상회담은 앞으로 우리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주요 의제는 아니라고 하지만 본질은 북핵에서 비롯한 안보 문제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해법에 있어 양자는 정반대라는 이야기가 주류다. 그러기에 두 정상의 이견이 확실해지면 자칫 쓰나미가 우리에게 닥칠 수 있기에 우리로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으로서는 본인들의 안보가 중요하지 대한민국의 안위는 그 다음일 수 밖에 없다.

미국 현지에서는 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나를 보는 것은 상대의 눈으로 우리를 보는 것으로, 한국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하나의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런 배경에서 실리콘밸리에서 보는 문 대통령 방미를 관찰해보면 주요 뉴스는 결코 아니다. CNN 등에서도 도착 그 자체는 별로 이슈로 삼고 있지는 않다.

이곳에서 만난 미국인들에게 한국과 그 나라에서 벌어지는 주된 이슈인 '과거'는 전혀 흥미롭지가 않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미래이고, 우주이다. 한국은 그 흐름에 동참하며 같이 나간다면 좋은 동반자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략적 가치가 그닥인 '그렇고 그런 나라의 하나(one of them)'일 따름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약 10년 전부터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제는 보통 명사가 됐고, 인터넷에 이은 거대한 태풍의 눈으로 주목되고 있는 분야가 있다. 그 주인공은 'new space'(新우주)이다. 군사 위성, 통신 위성, 우주 정거장, 아폴로 등으로 대변되는 우주는 옛 우주(old space)이다. 여기에서의 주연은 NASA, 록히드마틴, SSL(Space Systems Lora), 디지털글로브 등 거구들이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제프 베조스(Jeff Bezos) 등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이 스페이스 X, 블루오리진 등 우주사업을 민간에서 주도하는 것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발사체와 우주 관광 등 큰 자본을 가져야만 가능한 하나의 파도가 지나간 다음에 큐브 크기의 위성과 위성 영상 분석 등의 스타트업들이 나오며 제 2의 붐이 일고 있다.

미국항공우주학회 통계에 따르면 2015년에만 뉴 스페이스 관련 창업기업에 투자된 돈만 18억달러. 그런데 이 규모는 지난 15년간의 투자액 합계보다 많을 정도로 강품이 불고 있다고 한다.

뉴 스페이스에 대해 다소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들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문한 기업 가운데 오비탈 인사이트(Orbital Insight)란 회사는 우주에 떠있는 약 100개의 위성으로부터 영상을 받아 이를 AI로 분석해 그 정보를 판매하는 일을 한다. 온 세계가 손바닥에 놓여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할 정도다. 구글 출신의 AI 전문가가 CEO인 이 회사는 자체 보유 위성은 하나도 없다. 가진 것은 오직 상상력과 프로그램 개발 능력. 그럼에도 큰손들이 너나없이 투자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우주 스타트업. 오비탈 인사이트와 쿨록.<사진=대덕넷>주목할 만한 우주 스타트업. 오비탈 인사이트와 쿨록.<사진=대덕넷>

1인 벤처인 쿨록(Koolock)란 회사도 재미나다. 위성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본인들이 가진 위성 제작 기술을 기반으로 24개의 기상 전문 큐브 위성을 띄워 전세계의 날씨를 분석해 그 정보를 상업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27일부터 3일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NEWSPACE 2017'이란 콘퍼런스에는 이 분야 스타트업과 투자자, 엔젤 등이 모여 성황을 이룬다. 3일 내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세미나와 패널 토론 등 공부를 하고, 저녁에는 밤늦게까지 교류회를 하는 강행군이다. 인상적인 것은 꼬마들 모임이지만 정부쪽의 NASA는 물론이고 에어로스페이스, SSL, 구글, 딜로이트 등 큰손들도 함께하며 미래를 논의하는 것이다.

이들은 말한다. "우주는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다. 인류 제 2의 대항해시대의 개막이고, 꿈이고, 예술이다"라고. 꿈만 가진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우주 기술로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확히 파악해 태풍 등의 경로를 미리 알아 재해로부터 사람들을 더욱 안전하게 하고, 달과 화성에 인류의 다음 정착지를 만든다는 열정들을 나누고 키운다.

이런 사람들에게 한국의 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별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가 과거란 시간과 한반도란 공간에 의식을 묶어 놓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 성장엔진인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미래라는 시간과 우주라는 공간을 포용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새로운 집권 세력이 그토록 강조하는 일자리는 어디서 나올까?
 
  <추신>

  1. 한국민이 그렇게 싫어하는 일본은 이미 뉴 스페이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Orbital Insight'에는 이미 이토추와 미쓰비시 등 일본 대기업이 투자했다. 한국계 미국인이 이사로 일하고 있으나 한국 기업은 아직 관심이 없다. 콘퍼런스에도 일본은 JAXA는 물론이고 일본 대기업과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20여명 넘게 참가해 정보를 수집하고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2. 현지에서 들은 미확인 이야기 하나. 문 대통령이 원래 실리콘밸리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대사관 등에서 준비도 했다. 그런데 페이스북에 가입하고, 주커버그 창업자가 반응을 보이자 부담을 느껴 일정을 취소했단다. 페이스북도 이제는 대기업이 된만큼 대기업과 거리를 두고 있는 가운데 방문하는 것이 부담으로 느껴진 것이 아니었느냐는 분석을 현지 한국인들은 한다. 그럼에도 방문해 이곳의 활기를 느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우주 스타트업 창업가, 우주벤처 엔젤투자가, 우주 대기업 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우주개척의 미래를 논한다. 사진은 뉴 스페이스 콘퍼런스 리셉션 모습.<사진=대덕넷> 우주 스타트업 창업가, 우주벤처 엔젤투자가, 우주 대기업 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우주개척의 미래를 논한다. 사진은 뉴 스페이스 콘퍼런스 리셉션 모습.<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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