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Space C# '과학과 신화 : 연금술사' 展 개막

과학문화예술 복합문화공간 Space C#의 두 번째 전시가 막을 올렸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규호)은 지난 19일 오후 5시 디딤돌플라자 1층 로비에서 화학예술 융합 전시 '과학과 신화 : 연금술사' 오프닝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참여작가, 연구원 직원, 예술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번 전시 주제는 현대 미술작품 속에 담긴 화학연구 분야의 다양한 기술과 과학철학이다. 과학자와 예술가의 시선이 서로 다른 곳에 있는듯 하지만 그 시작점은 우주의 다양한 현상을 상상과 실험을 통해 밝히려 한 '연금술사'의 사유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기획됐다.

황찬연 큐레이터는 "과학적 지성과 신화적 상상을 결합했던 연금술사가 최초의 과학자와 예술인이라는 생각에서 전시가 시작됐다"고 전시를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는 故 이종수, 오윤석, 최원진, 김기라 작가의 작품이 출품됐다.

(왼쪽부터) 오윤석 작가, 최원진 작가, 이규호 원장, 고 이종수 작가의 아들 이철우 도예가, 김기라 작가. <사진=화학연 제공>
(왼쪽부터) 오윤석 작가, 최원진 작가, 이규호 원장, 고 이종수 작가의 아들 이철우 도예가, 김기라 작가. <사진=화학연 제공>
 
겨울 눈처럼 결정체들이 돋보이는 유백색 백자 「잔설(殘雪)의 여운(餘韻)」,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을 연상시키는 「마음의 향(鄕)-겉 터진 항아리」, 금속을 불완전 연소해 붉은 빛을 내는 「겨울열매」 등 전시관의 입구에 자리잡은 도자기 작품들은 도예가 故 이종수 작가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자유로운 색감과 추상적인 형태가 특징이며 한국적 정서가 담겨 있다.   

고 이종수 작가의 작품 「마음의 향(鄕)」. <사진=화학연 제공>
고 이종수 작가의 작품 「마음의 향(鄕)」. <사진=화학연 제공>
 
전시관 가운데 천장에 설치된 작품은 오윤석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는 펜이나 붓이 아닌 칼을 사용해(칼-드로잉 기법) 전통 그림, 경전, 추상 언어 등을 한지에 새겼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추사 김정희의 「불이선란도」를 네 배 이상 확대해 한지에 글씨를 쓰고 글씨만 오려내는 작업을 반복해 탄생했다. 작가는 새기고 뚫는 방식을 통해 모든 텍스트들의 허상을 비우거나 지워갔다. 또한 오려낸 작은 조각들을 손으로 비벼 꼬아 텍스트의 의미를 한 층 강조하는 작품도 선보였다.

오윤석 작가의 작품. <사진=화학연 제공>
오윤석 작가의 작품. <사진=화학연 제공>
 
전시관 안쪽으로 들어서면 신화에 등장할 법한 형상들이 등장한다. 김기라 작가의 「스펙터」 연작이다. 스펙터(specter)는 망령이라는 의미다. 이 작품은 작가가 500권 이상의 문화·역사·인류사 등 서적에서 발췌한 신화와 성상 이미지들로 만든 사진 콜라주, 드로잉, 오브제로 구성됐다. 이 이미지들은 작가가 지난 8년간 세계 10여 개국을 다니며 모은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유산들이 공동선을 향하기 보다는 인간의 의식과 행위를 억압하고 그릇된 욕망을 부추긴다는 생각을 표현했다.

김기라 작가의 작품들. <사진=화학연 제공>
김기라 작가의 작품들. <사진=화학연 제공>
사진가로 활동하는 최원진 작가도 이번 전시에 출품했다. 작가는 채소의 표면을 근접 촬영한 「파프리카」, 「죽순」, 「노각」 등을 선보였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채소 안에 생명의 신비와 우주가 들어있음을 말하고 있다. 작가는 늙은 오이에서 갈라진 대지를, 죽순에서 동물의 털을, 가지의 꼭지에서 알맹이를 지키려는 표피의 강렬한 힘을 발견했으며 이를 사진으로 보여준다.

최원진 작가의 작품들. <사진=화학연 제공>
최원진 작가의 작품들. <사진=화학연 제공>
 
황찬연 큐레이터는 "스페이스C# 전시를 통해 서구화된 과학예술이 아니라 한국이 중심이 된 새로운 과학예술을 찾아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규호 원장은 환영사에서 "연금술사가 순수한 금을 만들다가 화학이 발전했듯이 예술가들도 순수한 것을 캐내기 위해 노력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과학자와 예술가가 상상력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올 9월 2일까지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