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미래부 수장에 SW경영자 유영민 지명···과학계, '과학 실종' 우려 속 변화 기대

"문재인 정부 내에 과학기술계의 중론을 전달할 채널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과학기술분야 현안이 산적돼 있는데 이를 풀어날 인재도 기용하지 못한 상태다.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이를 잘 안배하는 수장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과학정책 전문가)

"ICT는 당연히 잘할  것이다. 그동안 미래부 장관도 ICT, 1차관은 기재부, 2차관도 ICT로 과학계가 서운한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도 충분히 아우르며 과학계를 이끄는 장관이 되길 기대한다."(출연연 기관장)

미래창조과학부 수장에 유영민 후보자가 내정됐다. 과학기술계에서는 그동안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이 아니라 모두들 의외라는 반응이다. 일부에서는 LG와 포스코 등에서 경영을 담당, 부처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13일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4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를 각각 지명했다.

유영민 후보자는 1951년생으로 동래고와 부산대 수학과를 나왔다. LG CNS 부사장,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이사장,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 등을 두루 거쳤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출발해 ICT분야의 풍부한 현장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ICT 전문가로 알려진다. 기업 연구소장, 전문경영인을 거치면서 쌓아온 융합적 리더십이 큰 장점이라는 평가다.

유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입당시 직접 영입한 인물. 지난해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마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LG전자 근무시 유 후보자가 멘토역할을 했을 정도로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청와대는 유영민 후보자를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국가 R&D체제 혁신, 핵심과학기술 지원, 미래형 연구개발 생태계 구축 등 미래창조과학부의 핵심 과제를 성공시킬 적임자로 내정 이유를 들었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 조직개편으로 정책실 산하에 신설된 과학기술보좌관에 더불어민주당 문미옥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신임 후보자에 대한 과학계의 기대와 우려 교차

"ICT와 과학은 다르다. 기존 미래부가 ICT 기준으로 성과 압박을 하면서 연구현장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가 많이 알려졌으니 ICT와 과학을 균형있게 추진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 차관이나 과학기술혁신본부 수장은 과학계에서 나오면 좋겠다."

과학계 현장에서는 우려 보다는 "ICT와 과학을 아우르며 해주면 좋겠다"는 당부의 목소리가 많았다.

한 출연연의 기관장은 "그동안 기관장 협의회에 참석해 보면 겉으로 불만을 크게 이야기하지 않지만 내심 과학계에서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면서 "신임 후보자도 잘 할 것으로 믿는다. 일부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ICT와 과학의 균형을 이루며 잘 할 것으로 믿는다"며 적극 신뢰했다.

과학계의 정책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계 중론 전달 채널 역할을 당부했다. 그는 "미래부에 혁신본부가 들어서면 공무원이 주도하게 된다. 과거처럼 공무원 주도의 승진용 과제 만들기 같은 독소적 요소들은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미래부의 혁신본부가 개방형으로 전환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가운데 현안을 풀어갈 인재가 기용될 수 있는 인사를 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신설되는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종합조정 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나눠주기식 사업과 평가 기능들은 과감하게 축소해야한다. 그래야 범부처 조정과 전략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출연연의 정책 전문가는 균형적인 인사를 요청했다. 그는 "과학계 인사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차관은 과학계 인사로 구성돼 ICT와 과학이 균형을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미래부 출범 초기부터 ICT 전문가가 수장에 임명되고 1차관으로 기재부 출신이 오면서 연구현장은 미래 먹거리 대신 당장 사업화가 가능한가로 평가되고 성과 압박을 받았다. 그러면서 기술 숙성과 축적 시간이 사라져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될 첨단 기술 속도가 뒤쳐지게 됐다는 생각에서다.

출연연의 한 정책 전문가는 "과학은 속도전이 아니다. 물론 빨리 성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분야에 따라 5년, 10년이 걸릴 수 있다.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거대과학의 경우 큰 방향을 제시하며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우려는 유 후보자가 공저로 참여한 저서에 대한 것이다. 그는 2014년 출간한 '상상, 현실이 되다'를 통해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라는 엘빈 토플러의 명언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과학계의 한 인사는 "정치와 과학에 상상을 입히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종교적인 문제로 풀어갈 경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잘 풀어가 주길 당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과학계의 원로는 "소프트웨어와 ICT 전문가로서 경영분야도 경험이 있어 부처의 수장으로서 오히려 적합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과학계의 문제에 대해 현장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ICT와 과학이 균형을 이루는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소감문]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계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중차대한 시기에 중요한 소임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부족하지만 소명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양질의 일자리와 먹거리를 만드는데 집중하겠습니다. 우리가 잘 해왔던 제조 분야에 R&D 역량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스마트 ICT를 융‧복합하여 실체가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과학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참여, 공유, 개방의 흐름 속에서 과학기술인들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고 국가연구개발 예산의 체계적인 배분에도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SW 개발자로 출발해 ICT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항상 낮은 자세로 현장의 목소리를 귀 담아 듣고, 국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017. 6. 13
 
유 영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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