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나카야 우키치로, 편: 후쿠오카 신이치, 역: 염혜은, 출판: 목수책방

◆과학자의 머리와 시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았던 '눈 박사'

저: 나카야 우키치로, 편: 후쿠오카 신이치, 역: 염혜은, 출판: 목수책방
저: 나카야 우키치로, 편: 후쿠오카 신이치, 역: 염혜은, 출판: 목수책방
여기 "하늘이 보낸 편지"를 제대로 읽기 위해 평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정(結晶)'을 들여다본 사람이 있다. 세계 최초로 인공눈(雪)을 만든 일본의 물리학자 나카야 우키치로다.

"눈은 하늘이 보낸 편지다"는 나카야 우키치로의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다. 낭만적인 시의 한 구절처럼 들리는 이 문장 안에는 "눈의 결정 구조를 조사하면 상공의 기온이나 수분 상태를 알게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카야 우키치로는 지루하고 어려울 것만 같은 과학적 사실을 이렇게 감성적인 문장으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표현할 줄 알았던 사람이었다.

후쿠오카 신이치의 표현을 빌자면 나카야 우키치로는 "과학에 대해 매우 효율적이고 세련되게 설명하는 과학자였고, 동시에 매우 절제력이 뛰어난 시인"이었다. 냉철한 이성과 섬세한 감성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교차하고 있는 그의 글들은 과학적 사실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학가의 유려한 산문 한 편을 읽어 내려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과학의 출발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애정

눈 연구부터 영화 제작, 날씨, 먹을거리, 고(古)사찰, 온천, 여름 바다, 원자력, 컴퓨터 등 에세이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과학 이전의 마음'에 실린 나카야 우키치로의 글은 '본연의 과학'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평생 눈이라는 자연 현상을 연구했던 과학자는 "자연을 연구하려면 우선 자연을 보는 것에서 시작해야만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과학은 자연과 인간의 순수한 교섭이며 본래 평화로운 것이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순진한 경이와 염원에서 출발해야만 한다"고 믿었다.

그를 과학자로 만든 것은 어린 시절 시골 마을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비녀를 꽂은 뱀 이야기,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던 진화론 이야기, 창세 이전 우주 저편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었던 성운(星雲) 이야기 같은, 황당무계하면서도 비과학적인 것이었다.

"평범한 세상 속에서 신기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의 중요한 요소라는 나카야 우키치로의 말은 현재 우리의 교육, 특히 과학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과학적 사고방식이란 가장 단순하고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

첨단 과학 시대를 사는 요즘 사람들에게 나카야 우키치로의 글은 너무나 '구닥다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학에는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더러운 것도 없다. 모든 사물을 객체로 보고 사물의 본체, 그 사이에 있는 관계를 캐내는 것이 과학이다"고 말하는 나카야 우키치로는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이야말로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이라 믿었다.

그는 과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모든 사정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사이에 이치가 통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라 했다. "뭔가에 마음을 쏟아, 가장 단순하고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과학적 사고라는 것이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어떤 식으로 사고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나카야 우키치로의 글에는 '성찰'을 유도하는 힘이 있다.

과거의 과학자들이 어떻게 연구했는지를 상상할 수 있게 해 주는 글이나, 트랜지스터나 초기 컴퓨터 이야기 같은 것은 현재와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래의 발소리' 같은 글을 보면 과학의 미래에 대한 나카야 우키치로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원자력의 해방'이 인류의 문화를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지상 낙원을 세우게 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과학이 아닌 인간"이라고 말한다. 첨단 기계를 만든 인간이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은 오늘날 과학기술을 맹신하는 사람들에게도 울림을 준다.

글 뒤에 나오는 이 책을 엮은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의 해설과 나카야 우키치로의 둘째 딸이자 미술가인 나카야 후지코의 글도 흥미롭다. 특히 후쿠오카 신이치가 지적한 '과학의 한계'에 관한 부분은 책을 다 읽은 후에 한 번쯤 곱씹어 볼만한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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