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학회, 9일 '국가 R&D 정책제안 포럼' 개최
"'연구자 자유공모 사업 확대' 해야"

창의적 기초연구 진흥을 위한 '국가 R&D 정책제안 포럼'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렸다.<사진=김지영 기자>
창의적 기초연구 진흥을 위한 '국가 R&D 정책제안 포럼'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렸다.<사진=김지영 기자>
"한국에 귀국한 지 3년,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쌓아온 연구경력을 펼치고 싶지만,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사업이 많지 않아 어렵다. 지원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아 많은 연구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마련이 시급하다."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이우인 서울대 교수의 말이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 후 국내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한국의 기초연구 진흥을 위해 창의적이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연구자 주도 과제 확대'를 강조했다.
 
기초연구 분야 학회 및 협의회 13개 단체가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창의적 기초연구 진흥을 위한 국가 R&D 정책제안 포럼'을 개최했다. 새로운 정부 출범에 맞춰 R&D 정책방향을 제안하기 위한 포럼으로 여러 연구학회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기초과학의 중요성과 국가 R&D 정책 기조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일하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90년대 이후 정부주도 과학 진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2012년 SCI급 논문발표 세계 10위 등 괄목할 만한 과학분야 발전을 이끌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성장이 정체됐다.
 
기초과학자들은 성장정체의 이유를 '추격형 연구지원 체계'에서 찾았다. 과학의 질적 도약을 한 단계 뛰어넘기 위해 연구자의 창의력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가 많이 이뤄져야 하는데 여전히 정부주도 추격형 연구지원체계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보다 정부주도형 기획과제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과학경쟁력 향상을 위해 '연구자 자유공모 사업 확대'를 강조했다. 연구자 자유공모사업은 창의성과 다양성 기반의 연구자 주도 사업이다. 현재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이 유일하다. 지난 5년간 기초과학지원 비중은 많이 늘었지만, 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은 거의 정체상태다. 총 R&D대비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이 교수는 "연구자 주도 기초과학은 어느 정도 선진과학에 근접한 우리나라에 필요한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가 R&D 투자 패러다임은 경제발전 목적에 쏠려있다. 선진국은 대학진흥과 보건환경, 비목적 연구 등 공공성이 강화되고 있다"며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우리도 목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창의적 기초연구는 자연현상과 우주, 생명 등 궁금증을 풀기 위한 과정임과 동시에 항암제와 인공지능 등 미래첨단기술의 토대가 되는 지적 진보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추진한 추격형 선택과 집중 패러다임을 바꾸고 선도형 연구를 위해 창의적이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R&D를 편성해야 한다"며 ▲선진국형 기초과학 정책 기조확립 ▲올바른 정책수립 위한 R&D 통계 확립▲창의성과 다양성 기반이 자유공모 사업확대를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우인 서울대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기초연구 상황을 비교했다. 미국에서 2014년 귀국한 그는 "2016년 미국은 자유공모사업이 77%, 한국은 20%로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며 "귀국해 지금까지 쌓아온 연구경력을 펼치고 싶었으나 지원할 수 있는 연구자주도 과제가 많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물론 신진연구자들에게 많은 연구비를 줄 수는 없는 것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미국 NIH처럼 이전의 연구결과나 계획에 대하여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공정심사과정을 도입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1년 안에 성과를 요구하기보다 3~5년 정도의 꾸준한 연구를 통한 연구성과 도출 가능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이향숙 이화여대 교수는 "기초연구를 통해 상품화 사례가 도출되는 등 응용과 기초연구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면서 "국가경쟁력과 우리 삶의 증진을 위해 기초과학은 계속 해야 한다. ▲자율성 ▲독립성 ▲개방성 ▲공공성 등 키워드를 바탕으로 기초연구종합계획이 고려되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초연구 수행 이유를 밝혀야한다"며 "그동안 선진국이 개발한 기초지식과 기초과학 성과물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뤘으니 우리도 되갚을 의무가 있다는 등 과학자들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잘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성훈 미래부 기초연구진흥과 과장은 "우리나라 기초연구 역사는 20년도 안 됐다. 기초연구의 축적의 시간이 짧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새 정부에서 투자확대에 대한 공약이 어느 정도 제시됐다. 그 범주에 맞춰 미래부에서 투자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이승복 서울대 교수는 "과기계도 타성에 젖어있다며 "평가의 공정성, 연구 효율 제고 등을 자성해야한다. 이를 위한 꾸준한 논의를 해야할 것"이라고 과학계의 반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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