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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가다-기고]과학기술의 미래 '북극'

글: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노르웨이와 독일은 스발바르 니알슨에서 북극 상주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다산과학기지에서 6개월 정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독일은 스발바르 니알슨에서 북극 상주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다산과학기지에서 6개월 정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3월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극을 찾았다. 자원이 풍부한 북극해의 장악력을 키우기 위한 행보다. 한 달 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경단체들과 알래스카 원주민 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극에서 원유 시추 작업을 확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른바 '미국 우선 연안 에너지 전략'의 일환이다.

같은 달 시진핑 중국 주석 역시 북극 이사회의 순회 의장국인 핀란드를 방문해 5조 달러(약 5592조5000억원) 규모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북극 개발에 적극 동참할 예정임을 밝혔다.

개별 국가의 주권이 인정되지 않는 남극과 달리, 북극은 주권 국가가 있다. 북극은 북극해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툰드라를 포함하는데, 러시아·미국·캐나다·덴마크·노르웨이가 북극해와 맞닿아 있는 북극해 연안국가이고, 스웨덴·핀란드·아이슬란드가 북극에 포함되는 북극권 국가이다. 따라서 북극 이사회는 이들 8개 국가가 정식 회원으로 이끌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북극해와 인접한 러시아·미국·캐나다·덴마크·노르웨이 5개국에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인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북극은 강대국과 주변국의 치열한 깃발 꽂기 경쟁이 한창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북극의 자원 매장량은 미래 국가의 경제와 안보 이익을 단번에 좌우할 정도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석유의 13%, 천연가스의 30%가 북극에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한다. 러시아는 북극에 매장된 자원의 가치는 약 30조 달러(약 3경 3430조원)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할 정도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부상하면서 북극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겨울 북극에 머물러야 할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오면서 한반도에 이상 한파를 일으키는 등 우리나라 역시 북극의 기후변화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최근 미국 조지아공대와 연세대 연구진이 35년 간의 기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북극 해빙의 감소로 계절풍에 변화가 생기게 됐다. 이로 인해 대기 정체가 심화되면서 동북아 지역의 대기오염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올해 초 수도권에 발생한 강력한 초미세먼지에서 중국발 스모그 영향이 65∼80%였다고 분석한 결과를 고려하면 지난 대선 내내 문제가 되었던 미세먼지의 주요원인이 결국 북극에 있었던 셈이다.

이렇듯 북극은 국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제·안보 차원의 목적이든, 기후변화 등 인류 공동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든, 미세먼지와 같은 국가사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든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중요한 아젠다임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극지과학은 1988년 세종과학기지에 이어 2014년 장보고과학기지를 남극에 설립하는 등 활발하다. 남극에 2개 이상의 상설기지를 운영하며 극지 연구의 열 번째 국가가 될 정도로 성장했다.

북극에 대한 연구는 2002년에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군도의 니알슨에 다산과학기지를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그 동안 아라온호 탐사를 통해 동시베리아해에서 처음으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발견했다. 또 북극 지역의 해저 자원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획득했다. 이는  향후 북극 해저자원과 북극항로 개발시 미래 에너지자원 확보의 발판이 될 가시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북극의 무한한 가치에 관심을 보이며, 국가경쟁력 선점과 인류공동 현안해결 등의 명분을 걸고 북극 연구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비하면  우리의 행보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2015년 7월, 아라온호 선상에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및 15개 소관 출연연은 극지연구소와 업무협약을 통해 극지환경 기반의 융합·협력연구를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극지연구는 'Big Science'로서 독자연구 보다는 해양과학, 지질학, 생명과학, 기후학 등 다학제적 학문 분야의 협력을 통한 융합연구가 필수적이고, 글로벌 이슈에 대응해 과학적 성과를 창출하고 경제적인 성과로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관 출연연과 극지연의 공동 융합연구 과제 발굴 등의 노력에도, 연구비 확보나 쉽게 이뤄지지 않는 공동연구 환경 등 현실적 어려움으로 공동 연구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실정이다.

필자는 북극 연구개발의 중요성과 출연연 간 공동연구 활성화를 위해 지난 5월 초 북극 다산과학기지를 방문했다. 이탈리아, 독일, 노르웨이 등 주요국의 북극 연구동향 파악과 함께 노르웨이 극지연구소(NPI)로부터는 남극 거점 협력을 위한 Scanner Ship 공동개발, 활용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제안을 받았다. 또 앞으로 구체적인 협력을 추진키로 하는 등 소기의 성과도 얻을 수 있었다. 귀국 후에는 극지연과 공동으로 융합·협력 연구 발전방안과 연구주제를 발굴하는 등 실질적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극지 연구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없이는 지금의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상화된 기후변화 문제 등 국가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이슈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실용적 극지 정책수립과 추진이 필요하다.

북극 등 극지연구를 과학기술 분야 상위 아젠다로 선정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산학연 협력연구도 활기를 띨 것이고 이를 통해 극지 연구개발에 필요한 장비·로봇 및 관련 융·복합 기술개발의 활성화와 사업화가 촉진되고, 향후 국익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북극방문 마지막에 들렀던 노르웨이 NPI 소장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북극에서 그 동안 기초연구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응용연구와 연구사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출연연을 포함한 우리나라 과학기술계가 북극연구를 지렛대 삼아 기후변화 문제 해결과 미래 신산업 창출의 주역으로 활약하게 될 미래를 상상해 본다.

◆이상천 이사장은

이상천 이사장.이상천 이사장.
이상천 이사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년 영남대 기계공학부 교수로 부임해 30여 년 동안 열전달 분야를 연구했고, 직선으로 영남대 총장까지 올랐다.

2008년 9월 기계연 수장에 이어 2014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초대 이사장에 임명, 융합연구단과 장비 공동 활용 등 연구 환경과 연구 문화 개선에 힘을 쏟았다. 임기는 오는 6월 말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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