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국가참조표준센터, 빅데이터 차세대 먹거리 부상···데이터 '신뢰성' 중요
김창근 센터장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창출 통한 일자리 확보 가능"

김 센터장이 참조표준을 활용해 제작된 '한국인 허혈 뇌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뇌지도에는 급성뇌경색 환자 1만4000여명의 MR 영상에서 얻은 영상 빅데이터와 임상정보가 더해져 만들어졌다. 지금은 165개 병원에서 뇌혈관질환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김 센터장이 참조표준을 활용해 제작된 '한국인 허혈 뇌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뇌지도에는 급성뇌경색 환자 1만4000여명의 MR 영상에서 얻은 영상 빅데이터와 임상정보가 더해져 만들어졌다. 지금은 165개 병원에서 뇌혈관질환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모방경제에서는 선진국을 열심히 쫓아가면 됩니다. 하지만 선두로 나서기 위해서는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설계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하죠. 4차 산업혁명도 누가 더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데이터 전쟁'이라고 단언하는 김창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국가참조표준센터장. 기술적 격변기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측정 데이터를 확보해야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가참조표준센터는 국가표준기본법에 따라 참조표준을 제정하고 있다. 참조표준은 국가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신뢰가 공인된 표준데이터다. 연구과정에서 나온 데이터를 표준화된 방법과 절차로 수집, 분석 및 평가해 데이터의 신뢰성을 공인한다. 

만약 참조표준이 없다면 기술 선도분야 연구나 산업의 제품개발 시간이 지연되거나 질 저하 등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연구자 데이터의 신뢰성을 알 수 없어 반복된 연구를 초래해 국가 R&D 예산을 낭비할 수도 있다.   

"헌법 제127조 제2항에 의하면 국가는 국가표준제도를 확립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참조표준은 넘쳐 나는 데이터 중 믿고 써도 되는 데이터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많은 참조표준을 마련해 국방, 우주, 산업 등 전반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4차 산업 혁명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참조표준을 더 많이 확보해 나가야 합니다."

◆ "참조표준 없으면 기술혁신도 불가능" 

 참조표준을 활용해 제작된 '뇌졸중 MRI의 이해와 정량 분석' 저서. 김 센터장은 "참조표준은 의료분야에서도 응용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박은희 기자>
참조표준을 활용해 제작된 '뇌졸중 MRI의 이해와 정량 분석' 저서. 김 센터장은 "참조표준은 의료분야에서도 응용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박은희 기자>
우리나라 참조표준은 현재 53종 3만2000개가 개발돼 있다. 수질 데이터센터, 건강지수 데이터센터 등 27개 국가참조표준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국내 참조표준이 양적으로 많이 뒤떨어지지만 데이터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참조표준을 활용한 성과도 늘고 있다.  

가령 국내 중소기업인 경원테크는 반도체 핵심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플라즈마물성 참조표준을 탑재한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했다. 

K-스피드로 이름 붙은 이 소프트웨어는 플라즈마를 사용하는 반도체 식각 및 증착공정을 시뮬레이션 해 실제 공정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또 기존 단일 CPU 기반 제품대비 100배 이상 계산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국산화 이전에는 장비 설계 및 생산에 필요한 플라즈마의 물성 데이터를 미국에서 매년 수백 달러에 달하는 사용료를 내고 써야 했다. 

김 센터장은 "K-스피드 소프트웨어를 통해 미국에서 6일 걸리는 작업을 우리는 단 하루 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며 "정확한 데이터가 기반이 돼 참조표준을 만들어 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참조표준은 의료분야에서도 응용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참조표준세터와 11개 병원은 한국인 뇌MR 영상 빅데이터를 활용해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한국인 허혈 뇌지도'를 개발했다. 급성뇌경색 환자 1만4000여명의 MR 영상을 활용해 140여만장의 영상 빅데이터를 얻고 여기에 200개의 임상정보 등을 담아 뇌 MRI 영상 참조표준을 만들었다.  

연구를 이끈 김동억 동국대학의료원 신경과 교수팀은 뇌허혈 표준뇌도판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연구성과는 심장 및 뇌졸중 분야에서 권위 있는 'STROKE' 학회지에 게재됐다. 현재는 전국 165개 병원에 도판이 배포돼 뇌혈관질환을 보다 정확히 진단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김 센터장은 "매년 10만 명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한다. 5분마다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나오는 셈이다. 환자들은 고가의 MRI를 찍고도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참조표준이 생긴 후로는 환자는 정확한 상태를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개 병원이 5년 간 수집한 데이터를 네트워크를 활용하니 6개월 만에 자료 수집을 마쳤다. 수집한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참조표준데이터를 생산하는 데까지 3년 이상 걸렸다"며 "참조표준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활용가치가 무궁하다"고 덧붙였다. 

또 초음파 영상으로 목 주위 경동맥 두께를 재면 심뇌혈관 질환 가능성을 단 3~4분 내 확인이 가능하다. 경동맥은 나이, 성별, 인종, 질환 여부 등에 따라 혈관 두께 등이 다르다. 

보통 심뇌혈관 진단은 혈관 조영제를 주입해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해야 한다. 병원 입원 검진이 필요하고 검사에 따른 위험과 비용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한국인 참조표준이 바탕이 된 경동맥 초음판 검사는 위험과 시간, 비용 등을 한 방에 해결해 준다. 

건강지수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인의 연령별 비만지수, 혈당지수, 뇌졸중 위험도 등을 참조한 표준데이터는 손쉽게 자신의 건강지수를 알 수 있게 한다. 

김 센터장은 "의료분야 참조표준을 활용하면 관련 질환을 조기진단하고 오진을 예방할 수 있다"며 "더 나아가 보건의료 분야의 사회 간접비용도 줄일 수 있는 경제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 "참조표준으로 국부유출 막고 미래 산업 창출" 

국내 참조표준이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참조표준에 대한 필요성은 일찍부터 인식이 됐다면서 김 센터장이 관련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국내 참조표준이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참조표준에 대한 필요성은 일찍부터 인식이 됐다면서 김 센터장이 관련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연구자는 기업이 어떤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반면 기업은 필요한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합니다. 데이터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주된 산업임이 분명한 만큼 국가참조표준센터가 가교 역할을 해 데이터 산업으로 미래를 그려나가야 합니다."

김 센터장은 국가참조표준센터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IT 강국의 이점을 활용해 데이터 기반 사업을 글로벌화 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는 "왓슨이 인간의사와 같이 진단을 한다. 보도에 따르면 직장암 85%, 폐암 18%를 일치시켰다. 중국, 미국, 인도 등 왓슨을 도입하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왓슨을 쓰기 위한 사용료가 연간 10억 원에 이른다"며 "왓슨이 기계적 알고리즘을 최고로 높이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인에 대한 맞춤형 진단을 위해서는 신뢰성 있는 한국인 특유 참조표준이 필수적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한국형 특유 참조표준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한국형 왓슨 산업을 만든는 것은 시간문제 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데이터 산업을 주도할 청년창업, 신 IT 중소기업 창출 등을 통한 고용창출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데이터 산업을 연구 장비 등과 연동해 진단 지원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신약 개발에도 활용해 복지 국가 창출 및 의료시장 개척도 가능할 전망이다. 

김 센터장은 "의료 장비 시장은 이미 강국들에 의해 장악돼 있다. 그러나 데이터를 활용하면 기존 장비가 아닌 의료소프트웨어 장비 시장이라는 새 시장을 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최근 조성된 '빅데이터 클럽'의 역할도 강조했다. 국가참조표준센터가 주축이 된 이 연구 클럽은 물리화학, 보건의료, 재료환경 등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였다. 

범국가 차원의 국가참조표준체계의 확대 필요성도 피력했다. 김 센터장은 "데이터센터를 통해 데이터의 신뢰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산업부 중심으로 표준데이터가 개발되고 있어 인식이 적고 힘을 못 받고 있지만 법제도의 범부처 확대 및 시행으로 전 부처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분야별 데이터센터가 생기면 데이터의 힘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내 위치한 국가참조표준센터. 김창근 센터장과 함께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내 위치한 국가참조표준센터. 김창근 센터장과 함께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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