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총, 24일 '신정부 과학기술혁신 정책 혁신 방안 대토론회' 개최
연구개발생태계 구축 방안, 창업 활성화 등 논의

"과학기술혁신 정책은 정부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율과 책임이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자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도 살펴보면 매번 반복되고 있다. 정부에만 의존하면 안된다. 과학기술인들이 먼저 미래에 대한 꿈을 갖고 큰 그림을 그리면서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경우도 과학기술인들이 먼저 제안했다. 자율 책임은 우리 이슈이기 때문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과학기술계 일부 독식 구조가 있어 포함되면 혜택을 받고 이탈되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듣고 있다. 결국에는 신뢰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체적인 정화노력이 필요하다. 여러분들이 함께 사람중심 과학기술계를 만들어야 한다."(이원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신정부에서는 정부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등을 지난 정부가 표방하면서 연구자들이 해당 분야로 몰렸다. 이에 따라 타분야 연구가 소외된 결과를 초래했다. 4차산업혁명도 지나치게 강조하면 타분야 연구가 소외될까 우려된다. 자율성과 기초연구 강화 측면에서 풀뿌리부터 연구현장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면서 다양한 기초분야 연구자를 양성해야 한다."(노석균 과실연 상임대표)

문재인 정부 출범에 따라 과학기술혁신 정책 설계와 추진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의견 수렴의 장이 마련됐다. 대학, 산업, 출연연,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참석자들은 대토론회를 진행하면서 과학기술 진흥,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 신산업발굴 육성 방안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는 24일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신정부 과학기술혁신 정책 혁신 방안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24일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신정부 과학기술혁신 정책 혁신 방안 대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24일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신정부 과학기술혁신 정책 혁신 방안 대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 다양한 과학기술계 현안 논의···"자율성, 책임성 강화 필요"

과총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신정부의 과학기술혁신 정책 수립에 맞춰 대선공약을 중심으로 과학기술계 의견을 수렴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설문조사에 대한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전문가 패널토론과 자유토론에는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인사 13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유명희 전 청와대 미래기획수석은 "기업 응답자들이 기초연구비 확대를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끈다"면서 "기업에서 파이프라인에서 좋은 연구를 탐색과 기초연구의 실질적 활용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과기정책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규태 과학기술출연연협의회 회장은 "출연연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책이 변경될 것이라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면서 "자율성, 책임성이 강화된 생태계를 위해 연구현장서 더 관심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규태 회장은 "특히 출연연의 안정된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 PBS 제도 개선, 연구원 정년 환원,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 제외 등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래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준 KAIST 교수도 "Post-PBS 제도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서 "이 제도가 상당부분 인건비 보전 형태가 되면서 연구자들이 창의적 연구보다 단기적 연구에 나서고 있다. 20년 동안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에 자율성과 책임이 있는 연구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정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일부 의원의 발의를 통해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서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분류하는 것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과학자 육성 방안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오 의원은 "학생연구원, 포스닥 등이 실험 도중 다쳐도 산업재해가 아니라 상해보험만 적용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들을 위해 정책적인 해결책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권 한국기술사회 회장은 "산업기술계에 임금체계 개선 등을 통해 젊은 인재들이 엔지니어 등을 꿈꿀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대한 노력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기초연구분야 활성화 부분에 대해서는 산학연 역할 분리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노석균 과실연 상임대표는 "다양한 분야의 기초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연구자 중심의 연구관리제도 도입과 함께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승현 GIST 총장은 산학연의 역할 분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대학, 연구소, 기업이 각자의 역할을 분리해야 기초연구에 대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물음에 대해 과학기술 행정서 질문을 던지고 기초연구 몰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매년 노벨상 이야기, 단기성과 평가 지적 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논문 등 성과평가 문제를 국회, 정부부처, 언론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를 정돈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마련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패널들의 발표를 듣고 있는 참석자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패널들의 발표를 듣고 있는 참석자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과학기술계 저변확대 등을 위한 의견도 제시됐다.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은 "과거부터 NTIS 데이터 개방요구가 지속된 가운데 접근성을 상당부분 확대하고 있다"면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R&D 시스템을 통해 기업, 연구현장 등에서 필요한 성과정보 등도 확대해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승현 GIST 총장은 "인력 교류 확대도 중요한 요소"라면서 "학생, 교수가 기업, 연구소 등에서 활동하면서 소통하는 교류의 장도 확대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행정체제에 대해서는 정권 교체시마다 변경되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거버넌스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진두 과학기자협회 회장은 "행정체제 정비는 과학기술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혀왔다"면서 "과학기술부 부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시대에 맞는 부처 역할을 재정립하고 부처의 정책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자율과 창의성을 담보한 거버넌스 구축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정책의 중장기적 연속성을 지킬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며 이를 과학기술인이 과감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개헌 문제 등이 있어 과학기술인이 원하는 수준의 과학기술행정체제 개편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올해 정부 부처 개편이 최소화 수준에서 진행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창업활성화 측면에서는 연구전문기업 활성화, M&A 활성화 등 창업생태계 기반 구축 등의 의견이 나왔다.

김원준 KAIST 교수는 "오픈이노베이션, 기술융합 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혁신의 마이크로화, 수평적 혁신이 중요하다"면서 "청년 창업을 일자리 창출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산업경쟁력확보와 기업 경쟁력 제고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은 "스타트업 지원 확대보다 대학원생 이상의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한 수준높은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교수평가 등의 문제가 있어 쉽지는 않겠지만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기술상용화가 가능한 융합시장 마켓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스타트업의 신기술은 규제에 막히는 경우가 많은데 규제프리존 활성화 등을 통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의 토론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패널들의 토론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 설문조사 응답자들 "사람 중심 과학기술 진흥 정책 추진 필요성" 강조

전문가 토론에 앞서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은 과총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과총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과학기술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유효 응답자 수는 1230명으로 박사급(59%) 전문가 중심으로 40대에서 50대 사이의 현직 과학기술인(63%)이 참여했다.   

응답자 소속 분포는 출연연(41%), 기업(29%), 대학(17%) 순으로 집계됐다. 응답자 성별 분포는 남자(85%), 여성(15%)로 구성됐다. 학위별 분포는 박사(59%), 석사(25%, 박사수료 포함), 학사(16%)였다. 응답자 연령별 분포는 30대 이하(23%), 40대(31%), 50대(32%), 60대 이상(14%)으로 조사됐다.  

과학기술계는 '사람 중심 과학기술 진흥 정책' 추진에 높은 관심과 지지를 보였다. 이들은 과학기술인이 신명나게 연구개발 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자율과 책임이 강화된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 정책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특히 출연연을 '연구개발 목적기관으로의 분류'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초연구 비중 확대와 관리 개선 부분'에서는 단기성과 중심의 평가 지양(34%)과 창의적 개인 기초연구비 확대 정책(23%)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과학기술 저변확대와 과학지식 공유'에서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인적 다양화(27%)와 NTIS 데이터 개방(26%)의 순위가 높게 나타났다.

미래성장동력 확충에 대해서는 '혁신 창업국가 지향'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고(44%), 이어 4차 산업혁명 플랫폼 구축(37%)을 주요 과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스타트업 지원 확대(34%)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연대보증제 폐지(19%), 창업 벤처의 공공조달 참여 기회 확대(14%) 등이 뒤를 이었다.

과학기술 행정체제 정비 강화를 위해서는 과학기술 독립부처에 이공계 전문가 활용을 통한 정책의 중장기 연속성 확보(32%)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신정부에서 과학기술 총괄부처의 설치(26%)도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과학기술 총괄부처의 예산 권한 강화(21%), 미래기획 기능(19%)과 혁신정책 총괄 기능 강화(14%)의 순으로 응답했다.

질문 응답 외 서술 의견에서는 사람중심의 연구환경 조성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출연연 65세 정년 환원, 고경력 연구자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도전적·창의적·자율적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 성실 실패 인정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한편, 김명자 과총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신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자율성과 창의성이 존중받는 연구개발 생태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과학기술계 현장을 비롯해 정책 수요자 중심의 의견을 수렴하며 과학기술정책 추진과 함께 촉진자로서 지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사진=과총 제공>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사진=과총 제공>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