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회, 23일 '현장에서 본 리켄 100년' 주제 학습
"정부 요구 그만···국민 존경받을 성과 만들어야"

동아시아과학기술연구회는 23일 대덕넷 교육장에서 '현장에서 본 리켄 100주년' 주제로 5월 정기모임을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동아시아과학기술연구회는 23일 대덕넷 교육장에서 '현장에서 본 리켄 100주년' 주제로 5월 정기모임을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일본은 100년 전 가속기가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속기 개발을 생존의 문제로 인식해왔다. 과학은 생존이라는 인식이 지금까지 지속돼고 있다. 기초과학 접근 방법과 투자가치가 우리나라와 달랐다."

"100년 전 일본 리켄이 설립될 때 척박한 환경이었던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다. 그동안 한국 과학자들은 정부에 대해 요구만 해왔다. 사명감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자발적 학습모임인 동아시아과학기술연구회(회장 조양구)는 23일 대덕넷 교육장에서 '현장에서 본 리켄 100주년' 주제로 5월 정기모임을 개최했다.

이번 학습은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 국제 포럼에서 개최한 '리켄 100주년 기념식' 현장 사진을 공유하며 한국 과학기술계 방향을 논의·정립하자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리켄 100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마쓰모토 히로시 이사장은 일본의 100년 뒤 10가지 사회개혁을 목표를 내건 바 있다.

구체적으로 ▲과학기술연구소 로봇화·무인화 ▲공공자본주의 가치 변화 ▲환경·자원· 에너지 문제 해소 ▲인공광합성·낙농업 공업화 ▲물건 현지생산 ▲VR 체험·이동 대체 ▲지방분산형 사회발달 ▲사이버기기 신체 일체화 ▲대체장기 보급 ▲인류 우주진출 등이다.

이석봉 대덕넷 대표는 "10가지 사회개혁 목표 중 두 번째와 일곱 번째를 제외하고 모두 과학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리켄은 지난 100년을 되짚고 향후 100년의 인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0년 동안의 리켄 가속기 연구 문화에 대한 내용도 언급됐다. 임창환 원자력연 박사는 "지난 1917년 물리 전성시대에 일본은 가속기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가속기 개발은 생존의 문제로 인식돼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과학자를 비롯해 국민까지도 '과학은 생존'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라며 "기초과학에 대한 접근 방법과 투자 가치가 달랐다. 우리나라도 기초과학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곽상수 생명연 박사는 5년간의 일본 연구 경험을 회상했다. 그는 "주임연구원 회의가  곧 의사결정기구였다. 기관장은 바뀌지만, 주임연구원은 평생 가기 때문"이라며 "정년을 1년을 남겨놓고 후배 주임연구원 5명과 연구실 존폐를 결정한다. 결국 기관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연구 자체에 본질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과학기술계에 변질된 '출연금 제도' 의견도 나왔다. 김갑수 KAIST 교수는 "故 최형섭 장관이 출연금 제도를 만들 때 정부가 돈을 지원하고 출연연에 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라며 "하지만 1980년대 과학기술처가 과제 출연금까지 관리하며 출연연이 감사원 감사 대상으로 바뀌었다. 출연금 제도가 변질됐다"고 진단했다.

조양구 표준연 박사는 일본 과학 "일본 과학자들의 성과가 사회 저변에 깔리면서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이유가 생겼다"라며 "우리나라 과학자도 산업체가 인정할 만큼 성과를 냈는지 고민해보자. 우리 자신을 깨우쳐 효율적 성과를 내야 할 때"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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