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등서 귀국···연구현장서 다양한 활동 수행
과학 대중화 활동에도 적극 나서···"해외 인재 성공적 안착 고려해야"

"미국 스탠포드대 학부를 거쳐 프린스턴대에서 박사과정을 수행하다 귀국했습니다. 수리과학연구소에서 과학대중화 활동을 많이 하면서 연구자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갖춰야 할 자세를 생각하는 시간이 됐습니다."(이석형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전문연구요원)

"일본 교토대에서 학부부터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규직의 꿈도 이뤘습니다. 병역 복무 기간동안 학술·연구활동을 하면서 연구 기반을 쌓는 토대가 되었습니다."(김정훈 KIST 로봇연구단 전문연구요원)

"군 복무를 위해 국내로 돌아오면서 출연연의 연구수준을 확인하고 연구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통해 좀 더 전문성을 키운 후 귀국해 국내 연구소나 기업에서 활동하고 싶습니다."(배종윤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요원)

이공계 인재들은 주로 2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 병역을 해결한다. 학부 중에 일반 현역으로 복무하거나 석사나 박사를 마치고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는 것이다.

전문연구요원은 국가산업의 육성·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병무청장이 선정한 병역지정업체에서 연구 또는 제조·생산인력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중소기업 부설연구소, 대학원 연구기관, 방산 연구기관, 정부출연연구소 등의 기관은 3년간 이들을 활용해 연구현장에 도움을 받고, 전문연구요원들은 다양한 현장에서 연구를 수행하면서 병역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연구요원 중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명문대 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이들은 학업을 위해 오랜 기간 해외에서 거주하다가 한국을 찾아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면서 각자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과학기술 연구, 학문활동, 대중 활동에 나서고 있어 연구현장에서 적잖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또 이들은 3년의 복무 활동 이후 자연스럽게 한국에 정착하게 되면서 고급인재 두뇌 유출 방지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 전문연구요원 폐지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출연연 전문연구요원으로 소속돼 각양각색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현재 역할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주요 출연연별 전문연구요원 현황과 국외 학위 소지자 현황.<자료=강민구 기자>
주요 출연연별 전문연구요원 현황과 국외 학위 소지자 현황.<자료=강민구 기자>
◆ 팀 전체가 전문연구요원으로 구성···"대중활동 큰 호응"

출연연에서 팀 전체를 전문연구요원으로 구성해 연구 기획부터 대중 소통, 평가까지 활발하게 수행하는 곳도 있다. 무엇보다 연구활동 소통에 적극 나서면서 일반 대중에게 반응이 좋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교육문화팀은 팀장을 제외한 모든 팀원이 전문연구요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개인 연구 활동부터 연구 콘텐츠 개발 기획, 실행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총 6명의 팀원 중 3명이 해외학위 소지자다.

스탠포드대에서 학부를 마친 이석형 연구원은 프린스턴대에서 박사과정을 수행하다 휴학하고 수학연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고 있다. 그와 함께 입사한 이승재 연구원도 옥스퍼드대 박사 과정 중 휴학하고 복무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4년 8월 입사이래 전문연구요원 근무 막바지 활동에 있다.

이들은 수학특별전, 수학 상설전시회, 찾아가는 수학강연, 연구소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수학 대중화 콘텐츠 기획부터 개발, 강연까지 전담하고 있다.

특히 교통체증 문제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에 대해 수학적으로 접근하면서 대중들에게 흥미롭게 수학의 원리를 설명했다. 도서산간 지역 학생들의 연구원 방문 프로그램도 이들의 몫이다. 1000여명의 대중 앞에서 강연을 하고, 행사 현장 곳곳을 누비면서 활동하는 것도 다반사다. 

이석형 연구원은 "연구활동의 일환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직접 대중 앞에서 시연할 수 있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특히 연구자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갖춰야 할 자세를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연구를 직접 기획하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경험은 연구자 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면서 "많은 대중, 연구자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학교에 가서도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정수론 분야 연구를 이끌어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 영국을 거쳐 한국을 찾은 이승재 연구원은 "지난 2004년부터 뉴질랜드와 영국에서 거주하다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면서 "그동안 수행한 지식을 기반으로 개인 연구와 대중소통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재 연구원은 "뉴질랜드의 고등학교 재학 당시 수학의 대가인 마커스 드사토이 옥스퍼드대 교수의 대중강연을 들으면서 수학의 매력에 흠뻑 빠졌었고, 이분에게 학업 지도를 받고 있다"면서 "내가 받은 지식을 지도교수님처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수학 관련 행사가 끝난 후에도 학생, 학부모 등으로부터 연락을 받으면서 수학 전공자로서의 책임감과 성취감을 많이 느꼈다"면서 "군론(Group theory) 관련해 학계에서 주목받는 연구자가 되고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연구자가 되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이승재 연구원(좌)와 이석형 연구원(우).<사진=강민구 기자>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이승재 연구원(좌)와 이석형 연구원(우).<사진=강민구 기자>
◆ 전문연구요원으로 각 기관별 1~50여명 복무···다양한 연구 수행

병무청 통계포털자료에 의하면 현재 각 출연연마다 1명~50명의 전문연구요원이 복무하고 있다. 일부 기관에서는 전문연구요원을 정규직으로 임용하면서 복무활동 만료 즉시 소속 연구원으로 연구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출연연의 전문연구요원 중 국외 학위자 현황을 살펴보면 ▲ETRI(46명 중 11명) ▲KIST(34명 중 7명) ▲국가수리과학연구소(6명 중 3명) 등이 소속돼 있다. 학위 소지 국가는 주로 미국, 일본, 유럽 등이다. 

국외 학위 소지자는 학부에서 현역으로 군복무 문제를 해결하고 석·박사를 연달아 수행해 현지에서 취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통해 국내에 자연스럽게 정착하게 되면서 고급두뇌 역수입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이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복무하고 있는 배종윤 연구원은 미국 대학 출신이다. 미시건대 학사, 노스웨스턴대 석사 출신인 배종윤 연구원은 CCP 융합연구단 중질유고도화팀에서 나프타 분해 공정(ACO) 관련 연구를 수행해 왔다. 디젤과 같은 화학연료에서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으로 분리 정제하면 고부가가치화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2개월 후 복무가 완료되면 그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박사학위를 수행할 계획이다.  

배 연구원은 "학교 다닐 때는 좋은 논문을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는데 연구단에서 상용화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산업계와의 협업에 대해 배웠다"면서 "연구에 대한 시선이 넓어졌고 단순한 현상을 밝히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 삶과 연결된 좋은 연구를 수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추후 모국에서 활동하면서 국가 산업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TRI 스마트 UI/UX 디바이스 연구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세광 연구원은 일본 대학 출신이다. 일본 가나자와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주립대에서 석사를 마친 그는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를 마치고 정규직으로 임용돼 스마트 소자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남 연구원은 전문연구요원 복무 당시 다수 연구원들과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면서 연구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남세광 연구원은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로보틱스 분야 학업 지속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면서 많은 선배 연구자를 통해 논문 작성법을 익히고 실험 등을 수행할 수 있었다"면서 "이제는 연차가 쌓이면서 연구와 학업에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 웨어러블기기 관련 소자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 연구원과 동기인 김기수 연구원도 유사한 사례다. 김기수 연구원은 일본 대학 출신으로 홋카이도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를 마쳤다. 김 연구원은 고속신속처리연구그룹에서 광역 WIFI 송수신기, 레이더와 같은 통신 모듈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유년시절부터 꿈이었던 엔지니어를 ETRI에 와서 이뤘다"면서 "이론을 주로 했던 학교 생활과 달리 출연연서 연구를 직접 수행하면서 전체 시스템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렀다. 앞으로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과제도 직접 총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ETRI의 남세광 연구원(좌)과 김기수(우) 연구원.<사진=강민구 기자>
ETRI의 남세광 연구원(좌)과 김기수(우) 연구원.<사진=강민구 기자>
◆ 병특에 대한 왜곡된 시각도 존재···"출연연 병특 점검도 필요"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내외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전문연구요원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군인이라는 신분을 악용해 이들에게 과도한 업무부담을 지게 하는 사례도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승재 연구원은 "전문연구요원이 일반 사병에 비해 연구를 지속한다는 측면에서 혜택 받는 부분이 있고 이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다만 군인 신분이라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으며 왜곡된 시각도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출연연 TO 등의 인력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해외로 돌아가는 사례도 있다. 이현범 KIST 선임연구원은 미국 일리노이공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후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대학에서 간질 관련 약물 기전 연구를 수행했던 그는 KIST 분자인식센터에서 대사체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정규직으로 임용돼 전문연구요원을 마치고 계속 연구원에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현범 KIST 선임연구원은 "주변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를 마치고 TO 등을 이유로 정규직으로 임용되지 못하는 사례도 종종 봤다"면서 "대부분 학업을 수행하러 국외로 다시 가거나 위촉 연구원 등으로 좀 더 연구원에 머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현범 KIST 선임연구원은 "학교에서 수행했던 연구가 1개 단백질을 분석하는 미시 연구라고 한다면 연구원에서는 그동안 질량분석기를 활용해 거시적 관점에서 심혈관 질환 등 전반적인 약물 기전을 분석했다"면서 "지난 3년이 연구를 이해하는 기반이 되었다면 앞으로는 이를 기반으로 관련된 연구를 이끌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전문연구요원을 위한 현황 등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출연연 차원에서 전체적인 관점에서 짚어보고 이들을 위한 정책적 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과학계 한 인사는 "이공계 전문인력이 병특으로 활약하면서 연구현장에서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출연연의 전문연구요원 현황을 되돌아보고 이들을 위한 교류, 지역에 대한 이해와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정책적 고려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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