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관점에서 보는 '유레카'
저자: 김형근, 출판: 살림Friends

저: 김형근, 출판: 살림Friends.<사진=출판사 제공>
저: 김형근, 출판: 살림Friends.<사진=출판사 제공>
"유레카!"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왕의 왕관에 불순물이 섞여있는지 알아내는 방법을 고심하던 중 욕탕에서 물이 넘치는 모습을 보고 원리를 깨달아 벌거벗은 채로 거리로 뛰어나가 외친 말이다.

부력의 법칙을 발견하며 외친 이 단어는 이후 '순간 떠오른 해결책'의 의미로 주로 통하게 됐다. 하지만 그 누가 알겠는가. 아르키메데스가 책임을 면하게 되어 '살았다!'라는 의미로 외친 말일지.

◆ 고민하고 준비한 자들에게 찾아오는 '유레카의 순간'

"우연(유레카의 순간)이 어떤 사람에게 일어나는지 관찰해 본 적이 있는가? 순간적인 영감은 그것을 얻으려고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하고 고심해 온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법이다"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세균학자인 루이 파스퇴르가 남긴 말이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과학적 발견과 발명이 있었고, 지금도 시시각각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순간순간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철학적·인문학적·사회적 기반이 있었기에 찾아왔다는 뜻이다.

김형근 저자는 과학자들의 삶을 통해서 업적을 재조명한다. 류머티즘을 앓고 있던 아버지가 먹는 살리실산의 부작용을 없애고 싶었던 펠릭스 호프만. 아스피린은 그의 효심에서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수혈 과정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환자들과 죽지 않은 일부 환자들 사이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카를 란트슈타이너는 동료들의 혈액 샘플을 수집하며 비교한 결과 ABO식 혈액형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수술의 생존율은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됐다.

끈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에드워드 제너와 천연두다. 제너는 소젖을 짜던 소녀에게서 우두균을 채취해 접종을 통해 천연두를 예방했다. 그러나 학계에선 증거가 부족하다느니, 아이들로 실험을 했다느니, 우두를 사용하면 소로 변한다느니 조롱을 하기 일쑤였다. 수많은 조롱에도 종두법은 전세계로 퍼져나가 접종되기 시작했고, 1979년 12월 천연두는 '근절'됐다.

장례 행렬에도 주기율표가 등장한 멘델레예프는 어머니 '마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학문의 길을 열어준 어머니 덕분에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고, 결국 인공원소까지 예측한 주기율표를 탄생시킨다. '이 연구를, 존경하는 어머니에게 바친다'라는 문구를 자신의 모든 논문 서두에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는 멘델레예프. 위대한 과학자의 뒤엔 위대한 어머니가 있었다.

꿈 속에서 벤젠의 구조를 깨달은 케쿨레, 직접 황열병의 전염성을 보여준 제시 러지어, 권투 선수와 변호사의 길을 포기하고 천문학자로서 우주팽창이론을 세상에 알린 허블 등 유레카를 외치기까지의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책에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저자가 인문학을 공부한 '과알못(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인 점이다. 과학적 이론이나 공식이 아닌 인문학적 관점에서 과학자의 삶을 바라봄으로써 '유레카'라는 단어를 새롭게 해석한다.

끈기와 노력으로 탄생한 유레카의 순간들은 세계 과학사에 혁명을 가져오고 인류를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했다. 이 책은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접할 수 있는 훌륭한 과학 교양서적임과 동시에 과학자로서의 자세를 다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지침서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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