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규 교수팀, 라우훗-쿠리어 반응 이용···다양한 천연물, 신약 등 합성 가능성 제시

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방식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천연물을 인위적으로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KAIST(총장 신성철)는 한순규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분자 간 화학반응의 일종인 라우훗-쿠리어 반응(Rauhut-Currier 반응)을 이용해 이합체 천연물인 플루게닌 C를 합성했다고 18일 밝혔다.

천연물 전합성(Total Synthesis)은 순차적 화학반응을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 물질을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합성해내는 연구 분야다.

이 과정은 각 단계의 화학반응이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져야만 목표하는 분자에 도달할 수 있어 높은 수준의 인내심, 창의성 등이 요구된다. 

이번 연구는 분자 간 라우훗-쿠리어 반응을 전합성에 응용한 최초 사례다. 이 반응은 지난 1963년 라우훗과 쿠리어에 의해 보고된 반응으로 친핵체 촉매에 의해 진행되는 현상이다.

기존의 분자 간 라우훗-쿠리어 반응은 150도 이상의 고온·고농도 용액에서 유독한 촉매를 통해 비 선택적으로 진행된다는 한계가 있어 천연물 전합성에 적합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반응물 내부에 친핵체를 위치시켰다. 또 이를 통해 상온의 옅은 용액에서 촉매 없이 간단한 염기성 시료를 첨가시키는 것만으로 라우훗-쿠리어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어 연구팀은 이 반응 조건을 이용해 시중에서 구입 가능한 아미노산 유도체를 12단계를 거쳐 플루게닌 C라는 천연물질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한순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라우훗-쿠리어 반응의 효율성과 선택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발견"이라며 "기존에는 합성할 수 없었던 다양한 천연물, 신약, 유기재료를 합성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의 정착 연구비, 하이리스크하이리턴(HRHR), RED&B(Research, Education, Development & Business) 과제와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 지원사업,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화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지(JACS :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지난 10일자로 게재됐다. 

플루게닌C의 합성 경로.<자료=KAIST 제공>
플루게닌C의 합성 경로.<자료=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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