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한림원, 26일 프레스센터서 '지속가능 과기혁신체계' 토론
"10년간 반복되는 과기계문제, 과기역할의 재정립 등 필요해"

 26일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혁신체계'를 주제로 제111회 한림원탁토론회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26일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혁신체계'를 주제로 제111회 한림원탁토론회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계의 조직개편이 있었다. 일하는 방식, 사람이 같은데 조직 개편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우리에게는 10년 단위의 플래닝 타워가 필요하다. 통제와 조정이 아닌 전략적 기획 위주의 플래닝 타워를 만들어야한다."(민경찬 연세대 교수)
 
"많은 실패 속에 성과가 있다. 부처에서 비슷한 연구만 계속하면 무엇이 나오겠는가. 다양한 연구시도와 실패 속에 성과가 있듯, 독창적 연구 시도가 가능하도록 연구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김영배 KAIST 교수)
 
"지금 정부는 자동차 경주의 안전을 위해 속도 줄이는 규제를 만드는 역할만 하는 것 같다. 정부 역할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민간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어주고 규제들을 없애 민간이 마음껏 달리게 해야 한다."(이우일 서울대 교수)
 
차기 정부의 과학기술 거버넌스 추진방향에 대한 과학기술계 석학들의 의견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명철)은 26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혁신체계'를 주제로 제111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가진 민경찬 교수는 그동안 과기계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그러나 그는 "10년 동안 계속 반복만 될 뿐 변화가 없다"며 "이슈에만 매몰되어서는 변화가 없다. 보다 근본적인 과학기술의 역할에 대한 철학적 접근과 방향설정이 필요하다"고 차기정부에 제안했다.
 
특히 그는 "경제성장 기여에만 머물렀던 과학기술역할이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다"면서 "과학기술 현장의 목소리와 국민의 수요를 반영한 비전과 역할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개편이 이뤄지는데 이제 그만해야한다"며 "일하는 사람과 방식이 같아 적응하는데 시간을 쓸 뿐이다. 새 정부가 새로운 변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통제와 조정이 아닌 전략적인 기획을 통한 기초연구와 인력양성, 전략적 투자 등을 수행할 수 있는 플래닝타워를 세워야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단기성과 중심에서 유연하고 개방적이며 지식 및 연구수행 주체를 중시하는 제도와 시스템 확립이 중요하다"며 "감사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건강한 연구자에 대한 신뢰로 생산적 신뢰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감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승조 한림원 기획정책담당 부원장(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은 한림원이 4달여 동안 걸쳐 만든 '과학기술 한국을 위한 차기정부의 비전과 정책제안'을 바탕으로 주제 발표했다.

발표에서 김 부원장은 장기적 안목의 과학기술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예산배분 권한을 갖고 국가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책 컨트롤타워와 국가혁신시스템(INS)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세부 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내용은 현재 각 대통령후보 캠프에 전달된 상태다.
 

주제발표가 끝난 후 토론이 이어졌다.<사진=김지영 기자>
주제발표가 끝난 후 토론이 이어졌다.<사진=김지영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김무환 포항공과대학교 교수는 "수십 년간 과학기술계가 성공적으로 일하면서 좋은 것보다 나쁜 문화가 많이 쌓인 것 같다"며 "단순 시스템 한두 개를 고쳐서 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문화를 다시 살펴야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나쁜 문화는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정부부처, 규정에 얽매여 문구해석에만 매달려 있는 기획관리평가기관과 감사시스템 및 회계법인, 과도한 행정에 시달리는 연구자들의 문화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것 등이다.
 
그는 "이를 혁신하고 단기간에 새로운 변신에 성공하려면 보다 명료하고 과학기술에 관련된 모든 단계의 관계자들이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고 제시돼야한다"며 ▲연구 기획 및 배분의 탈 부처이기주의 ▲부처별·지역별 세분화돼있는 연구기획관리평가 기관 일원화 ▲연구책임자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따른 도덕적 책임 ▲연구결과의 신속하고 활발한 사업화를 위한 '과학기술벤처기업'육성 극대화를 강조했다.
 
김영배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미래 시장지향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향후 과학기술정책이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와 학습이 가능하도록 미들 업다운(middle-updown) 방식의 정책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넥스트 빅씽'(Next Big Thing)은 장기전이다. 다양한 연구시도와 실패 속에 성과가 있듯, 독창적 연구 시도가 가능하도록 연구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우일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단일 기술만 강조하고 있다. 기술 A, B, C를 하자고 정부가 나서는 것이 맞는가"라며 "정부 역할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민간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규제들을 없애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 지속가능한 혁신체계 구축을 위한 3가지 방안(▲정부역할의 변화 ▲전문가 평가에 의한 연구개발 평가제도 확립 ▲창의적 혁신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자유로운 연구개발 활동)을 제시했다.
 
서정연 서강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창의적 융합인재양성을 위해 초중고대학에서의 SW역량 강화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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