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없는 연구자, 과감히 출연연 떠나라"

문길주 UST 총장 "과학계 실력으로 보장받아야" 강조
원정연구원, 19일 UST 사이언스홀서 '제26회 원정포럼' 개최
산·학·연·관 전문가 초청 '제4차 산업혁명과 출연연 역할' 논의
원정연구원은 19일 UST 사이언스홀에서 '제4차 산업혁명과 출연연 역할'의 주제로 '제26회 원정포럼'을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원정연구원은 19일 UST 사이언스홀에서 '제4차 산업혁명과 출연연 역할'의 주제로 '제26회 원정포럼'을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국가는 지난 50년간 과학자들에게 어마어마한 혜택을 줬다. IMF 때도 예산을 줄이지 않았고 유치 과학자들에게 고급 아파트를 제공했다. 이제는 과학계가 정부에게 보답해야 한다. 과학계 새로운 생태계 변혁에 자신 없는 연구자는 과감하게 출연연을 떠나야 한다. 연구자 스스로 변화가 필요할 때다."

문길주 UST 총장이 한국 과학계가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하며 연구자들에게 던진 일침이다.

원정연구원(이사장 채영복)은 19일 UST 사이언스홀에서 송종국 STEPI 원장과 문길주 UST 총장을 초청, '제4차 산업혁명과 출연연 역할'이라는 주제로 제26회 원정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에서 모든 과학기술인이 혁신의 주체가 되는 혁신 분권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방향에 공감한 산·학·연·관 전문가 약 6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주제발표와 패널 토론, 플로어 토론 등 각계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진행됐다.

◆ "韓 과학계 축적의 기술···쌓아온 IP 늘어놓고 연결해야"

"과학계가 축적해온 방대한 IP(지식재산) 결과물을 늘어놓고 연결시켜 빅데이터화해 신산업을 발굴해야 한다. 이제는 과학자 스스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시키는 일만 하는 관성에 탈피해야 한다."

문길주 UST 총장이 '과학기술 갈림길에 서다'의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문길주 UST 총장이 '과학기술 갈림길에 서다'의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포럼에서 문길주 UST 총장이 '과학기술 갈림길에 서다'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문 총장은 발표 서두에 국내 출연연이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성장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지난 50년 만에 산업혁명을 이룩하고 선진국으로 성장했지만, 25개 출연연은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성장하지 못했다"라며 "세계적 연구기관 조건은 2000명 이상의 규모를 가지며 50년 이상의 연륜이 필요하고 노벨상 수상급 연구원이 재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총장은 세계적 연구기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유로 ▲기관장의 사람을 얻는 정책(HRD) 부재 ▲출연연 국제화 미비로 명성 부족 ▲선진국 지원인력 40% 대비 국내 20% 수준 ▲규모와 자율성 악화 등을 꼽았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KIST는 1966년에 설립됐지만, 인력 규모는 800명 수준"이라며 "지난 50년간 정책 혼선이 원인이고 장기 계획이 부재했다. 이제는 출연연 재도약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 과학계 연구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국은 1969년 달에 가겠다고 발표했고 1990년에는 개인 유전자 특성에 따른 맞춤 의약품 시대를 열기 위한 '게놈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2012년에는 화성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인류의 장기적 가치를 보며 연구 방향을 잡고 있다.

반면 한국 과학계는 정권이 바뀌면 연구 방향도 바뀐다. 문 총장은 "미국 과학계가 인류 가치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시기에 한국은 논문·특허 프로젝트에만 지속하고 있었다"라며 "안해도 되는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었고 유지비만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과학계 R&D 역량에 '독창성'이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보자"라며 "우리나라에 축적된 방대한 IP를 펼쳐놓고 서로 연결하며 연구회 간, 출연연 간, 대학 간 융합으로 새로운 신산업을 발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종국 STEPI 원장이 '환경변화와 출연연 발전방향' 주제로 강단에 올랐다.<사진=박성민 기자>송종국 STEPI 원장이 '환경변화와 출연연 발전방향' 주제로 강단에 올랐다.<사진=박성민 기자>
이어 송종국 STEPI 원장이 '환경변화와 출연연 발전방향'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출연연 혁신 방안으로 '문제해결 중심 미션 구체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다양한 전문영역 중심으로 문제해결 목표 중심으로 협력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라며 "해결해야 할 문제 중심으로 임무가 구체화돼야 한다"고 직언했다.

또 그는 전문가가 주도하는 연구회 운영체제 확립을 강조했다. 한 예로 화학 연구회, 에너지 연구회, 보건의료 연구회 등 전문가 중심 운영체제로 연구회 체계 개편을 촉구했다.

독일식 평의원 제도를 벤치마킹해 현장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고 연구원 참여 확대를 꾀하겠다는 속내다.

기술과 사회 상호작용 확대 방안도 설명했다. 그는 "기술 문제 중심에서 경제사회 문제로 중심을 이동해야 한다"라며 "경제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융합적 접근으로 기술과 사회 상호작용을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산·학·연·관 전문가 머리 맞대 '제4차 산업혁명과 출연연 역할' 논의

포럼에서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모여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포럼에서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모여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과 출연연 역할' 주제로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최영명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 회장이 토론 좌장을 맡았고 패널로는 김재현 공주대학교 교수,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총연합회 회장, 이석봉 대덕넷 대표, 정순용 한국화학연구원 부원장, 최도영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기관지원팀 팀장(가나다순) 등이 나섰다.

김재현 교수는 과학계 중심 국가 패러다임 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정부는 전문가인 과학기술인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맡겨 과학계 스스로 책임성·책무성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라며 "과학계 정권·정부 관료들은 기득권을 포기하고 자유형 거버넌스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요구했다.

양수석 회장은 출연연 평가·관리·감사 방향성을 강조하며 "축구 경기는 심판 3명이 있지만 매 경기 반칙하는 선수가 있다. 반면 골프 경기는 심판이 없는데도 선수가 양심껏 판단해 반칙을 인정한다"라며 "과학계도 선수가 심판이 돼야 한다. 관리자·감독자가 뛰어다니는 것이 아닌 연구자가 신사적으로 자신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자 스스로 생태계를 만들어 가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석봉 대표는 "연구자들이 과제에서는 전문성과 용기가 있겠지만, 과학계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용기는 부족하다"라며 "때로는 저항의식이 필요하고 옥죄는 연구 환경을 스스로 깨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연연 발전위에서 수립한 출연연 자기주도 혁신안 3대 전략 6대 의제를 설명한 정순용 부원장은 "국회 미방위를 비롯해 미래부 등과 혁신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라며 "첫술에 배부르기는 어렵지만, 공감대가 누적된다면 기로에선 과학기술계에 희망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도영 팀장은 출연연이 인력 공급자 역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연연에서 선진연구자를 양성해 기업과 대학으로 내보내야 한다"라며 "출연연 인력이 우수해 다른 곳에서 모셔가려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산업혁명 태동기에 출연연 재도약 기회를 정립해 나가자"고 말했다.

채영복 이사장은 "제4차 산업혁명에서 출연연이 적어도 플랫폼 역할은 해야 된다"라며 "무엇을 사회에 기여하며 위상을 다시 찾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자. 연구소 역량을 집결해 빛을 볼 수 있는 연구를 찾아가자"고 강조했다.

이날 원정포럼에는 산·학·연·관 전문가 약 60명이 참석했다.<사진=박성민 기자> 이날 원정포럼에는 산·학·연·관 전문가 약 60명이 참석했다.<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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