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성의 티타임] "타고난 성향일까?"

A: "벌써 포근한 봄이네요. 오늘은 어떤 차가 좋을까요?"
B: "봄 향과 함께 깔끔한 뒷맛으로 황사의 답답함을 씻어주는 민들레차  어때?"
A: "민들레 향이 은은하네요. 그런데 제가 무슨 형인줄 아세요?"
B: "갑자기 왜?… 설마…, 아재(아저씨 개그 또는 아주 재밌는 개그) 개그하려는거야? B형이라고 이미 알고 있는데."
A: "아내가 저보고 B-별종과학자-형이래요. 전 두꺼운 안경에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다니는 그런 20년전 만화 속 과학자 모습도 아닌데요. 옷도 잘 입잖아요. (흔한 연구자의 생각하는 표정으로) 뭐가 문제인지 알 것 같으세요?”
B: "집에서도 열심히 하는 과학자 티를 많이 내셨고만."
A: "그럴지도요."(웃음)
B: "일부 유명한 과학자가 전체를 대변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오늘날 연구하는 사람들의 겉모습이 참 멋져지긴 했지."
A: "영화 속 공간에서도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가 떠올라요."
B: "그런데, 타고난 성향이 그런 것인지 직업병에 의한 것인지 세월이 흘러도 과학자들은 어디서나 티가 난다고 하지 않아? 일단 그들은 연구를 좋아해. 책도 많이 읽고 배움을 즐기지. (자신이 관심 갖는 것에 한정되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모습도 있고. 물론 우리들의 삶은 회의, 회의, 회의, …, 실험, 실험, 논문, … 이런 일들로 너무 바쁘지만 말야.”
A: "그렇죠. 선배, 우리 이 문제 함께 고민해 볼래요?”
B: "하하하(웃음) 넌 과학자형이 맞아.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서 그 답을 찾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확실한 것 같다."
A: "이건 진짜 어려운 문제에요. 과학자 성향과 연구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때요?"
B: "그럼 머리 속으로 우리들의 모습을 그림 그려볼까."
A: "뭔가 패턴 같은 것이 있기는 하네요."
B: "어떤 특별한 발견이라도 했어?"
A: "별 것은 아닌데, 아니 별 것 일수도 있고요. 일상의 습관이 꼭 논문 작성하는 과정을 연습하는 것 같기도 해서요. 과학자들은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지요. 또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찾아다녀요. 수시로 스마트폰을 가지고 사실 여부를 검색하죠. 무엇인가 눈 앞의 대상을 구분짓고 분류하기를 좋아해요. 한 자리에 오래 앉아서 관찰하기를 좋아하고요. 그리고 문제 해결에 집착하기도 하지요."
B: "그러게, 평소 일상에서 논문 작성 연습을 하고 있었네.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대단한 연구 결과를 내야 하는 경쟁 사회에 살고 있는 과학자들의 심리적 압박감이 더욱 더 그렇게 한 것 같다. 더군다나, 워밍-업된 연구 두뇌를 일시에 멈추게 하기는 어렵지. 우리 참 힘들게 살고 있었네."
A: "연구가 아닌 다른 측면에서, 그 몇 가지 과학자들의 습관적 행동이 사람들이 함께하는 연구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기도 해요."
B: "어떤 요소들이?"
A: "대화와 소통에서는 과학자들의 진실 추구하기 습관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누군가와 다툼이 생길 때 자신은 진실의 편에 있어서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의 생각과 경험은 자신이 옳다는 마음을 더욱 더 강하게 다짐하게 하거든요. 이런 마음으로는 좋은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감정만 상할 수 있거든요. 평등하지 않은 관계에서는 더 그럴 것 같아요."
B: "그래, 과학자들이 뭔가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선입견도 지울 필요가 있겠네. 어려워도, 노력이 필요해 보이긴 해."
A: "그 진실 추구하기 습관은 탓하기도 따라오게 한다고 들었어요. 더군다나 구분 짓고 분류하기 습관도는 의견을 함께 하느냐 함께하지 않느냐에 따라 편을 가르기 쉽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실패하면 남 탓으로 돌리면서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끼기도 쉬운 것 같아요. 이러면 서로에 대한 비난만 증폭될 가능성도 있겠지요."
B: "그래, 탓하기는 쉬우면서도 중독성 있지. 그 중독성으로 인해, 비판과 혼동되기 쉬운 비난의 연구문화는 개선이 어려운 것 같아. 비난 증폭은 서로가 실패를 더 두려워하게 만들기도 하겠지. 서로 융합해 도전적인 연구를 해야하는 과학자들이 더욱 더 대화와 소통에 신경 써야 하겠네. 가장 쉽게는 최소한 웃는 얼굴로 먼저 인사하고 상대방을 맞아주는 것이 필요해 보여. 우리가 그래서 지금 티-타임을 갖고 있지."
A: "그리고 가장 공통된 성향이 있어요. 우리 둘 모두 이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문제 해결에 대한 집착인데,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는 과학자 성향 같아요. 연구를 오래할수록 세상에 있는 여러 가지의 문제 찾기가 더 쉬워지고 생각을 더 많이 해보게 되는데, 이게 저희들은 모든 해결책을 알고 있거나 알 수 있는 존재로 착각하게 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세상에 많은 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말하고 싶은 것들이 많죠. 그런데 왜 그런지 모르게 남들 앞에 나서서 말하기에는 또 쑥스럽기도 하고요."
B: "과학자의 삶이 전문가로서 자신이 최고로 많이 알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고, 내몰리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들은 가끔 떠밀려서 짧은 시간 동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어놓아야 했던 것이 습관이 된 것 같이도 해.”
A: "그러네요. 저희가 타고난 성향이 그래서 일 수도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지는 경향도 있어보이네요."
B: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기도 한 것 같은데."
A: "그게 뭔데요?"
B: "지금 상황보다 개선된 상황을 어떻게 만들까 하는 것이지."
A: “가능할까요?”

물론 한 사람이 무엇(연구문화)을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감대가 확산되면 조금씩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 스스로 문화 개선을 위해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가고 작은 것부터 실천한다면 말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새로운 정책과 제도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자원투자 대비 최적의 것을 찾는 일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정책과 제도가 때로는 실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그 정책과 제도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필요해 보인다. 특히 과학자적 성향이 강한 연구자들을 스스로 움직이도록 하려면 그들 특유의 성향과 연구문화를 파악해 정책과 제도에 반영하는 노력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방준성 박사는

방준성 박사는 연구원의 이슈를 젊은 과학자의 입장을 포함해 다양한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코너명을 '티-타임'이라고 한 이유가 분명합니다. 선후배 사이의 갈등이 있을 수 있는 소재를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개하고자 위함입니다.

또 실제로 필자의 글을 보는 선후배들이 어떤 이슈에 대해  티-타임을 갖고 소통을 위한 대화를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글 중간에 나올 질문과 답변은 다른 연구원들도 생각해 보고 되짚어 보기를 원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방준성 박사는 2013년부터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2016년부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 과학자의 생각을 나누기 위해 이번 전문가 필진에 적극 참여키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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