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교육봉사단 농촌지역 다문화가정 첫 수업
전남 장성 다문화 엄마들, 자녀 가르칠 생각에 열공 모드

사전 인터넷 수업을 받긴 했지만, 엄마들에게 초등고학년 문제가 쉽지는 않다. <사진=김한진 기자>
사전 인터넷 수업을 받긴 했지만, 엄마들에게 초등고학년 문제가 쉽지는 않다. <사진=김한진 기자>
"하~ 교수님 오시자마자 시험 보네요잉~."

시험지를 받아 든 학생들이 볼 멘 소리를 하면서도 답을 쓱쓱 적어 내려 간다.

교실에 모인 8명의 학생들은 자녀교육을 위해 모인 다문화가정 엄마들이다. 베트남과 중국에서 왔으며, 현재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들을 두고 있다.

한국에서 지낸지 오래라 생활은 문제가 없는데, 쑥쑥 학년이 올라가는 자녀들 교육이 문제다. 농촌지역에 있는 다문화가정은 농사일 등 대부분 맞벌이 가정으로,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고 본인도 교육을 모른다. 도시처럼 보낼 학원도 귀하다. 

이런 교육격차환경에 놓인 다문화가정을 돕고자 한마음교육봉사단(최병규 단장)이 출동했다. 그동안 다문화가정 인구도 많고 교육인프라도 풍부한 대전과 서울에서는 교육활동이 자리 잡았으나 도시 외 지역에서는 이번 장성엄마학교가 처음이다. 

◆ 농촌지역 다문화교육봉사 첫 시간 '기대치' 확인

최병규 단장이 칠판에 답을 써내려가자 여기저기서 탄식과 웃음이 터져 나온다. 시험지 채점결과 80점 이상 맞춘 엄마들이 절반 이상이다. 문제수준은 초등 5~6학년 수준. 성적우수자는 사전 인터넷 수업을 잘 마친 결실로 기업에서 후원해 준 문화상품권도 받았다. 

"엄마 발음이 정확해야 자녀들도 정확합니다. 똑바로!" <사진=김한진 기자>
"엄마 발음이 정확해야 자녀들도 정확합니다. 똑바로!" <사진=김한진 기자>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아이들에게 발음을 정확히 알려 주도록 연습하셔야 돼요."

최 단장은 엄마들의 오답을 지도하며, 다시는 단어와 발음이 틀리지 않도록 반복 학습을 시킨다. 엄마부터 제대로 배워야 자녀들에게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는 의지다. 다문화에 대한 얕은 온정주의가 아니라,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도 우리나라의 인재로서 성장하기 위해선 가정교육이 중요하다. 이것이 한마음교육봉사단의 주요 이념이다.

"교수님, 그러면 발해는 고려하고는 연관이 없나요?"

질문이 왕성하고 수준도 초보 수준이 넘는다. 엄마들은 봉사단이 마련한 교과과정을 통해 한국의 역사를 알고, 사회구조를 익히고, 생활을 돕는 수학과 과학을 배운다. 다음 교육은 4월 말 현지 교사들의 봉사로 실시될 예정이다. 수업의 작은 목표는 초등검정고시 전원 합격이다. 첫 수업의 분위기로 보아 농촌지역 학교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 공부하는 엄마가 건강한 다문화 자녀 길러

한마음봉사단은 KAIST명예교수인 최병규 단장을 중심으로 전현직 교수와 교사, KAIST 학생들과 기업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다문화를 고려한 온라인 사전교육과 오프라인 교육확인을 통해 수업을 효율성을 높이는 교육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있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는 방법은 엄마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는 거예요. 공부하면서 한국사회도 익히고, 아이들에게도 자신 있게 가르쳐주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더 열심히 하세요. 질문은 언제든지 카톡방에 올려주시고요."(최병규 단장) 

다문화 가정 엄마가 자녀들의 공부에 관심을 기울인 만큼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랄 것이다. 청년들이 떠난 농촌지역의 빈 곳을, 올바르게 성장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최 단장의 교육봉사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희망에 찬 전남장성엄마학교 1기생들과 봉사 교사들 <사진=김한진 기자>
희망에 찬 전남장성엄마학교 1기생들과 봉사 교사들 <사진=김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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