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혜성 전문가의 꿈 이룬 준이치 와타나베 일본천문대 부원장
천문연 연구진과 협력 방안 모색···"동아시아 협력 중요"

지난 1972년 10월 8일 도쿄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전 세계 천문학자들은 이날 100,000개 이상의 유성우가 밤하늘을 수놓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곤충채집, 별 관측에 취미를 가졌던 한 소년은 역사적인 현장을 관측하기 위해 선생님에게 운동장 사용 허락을 받았다. 

이윽고 부모, 친구 등을 모아 관측 그룹이 만들어졌다. 초조한 심정으로 밤 늦도록 하늘을 지켜봤지만 결국 단 하나의 용자리유성우(Draconids) 별똥별도 볼 수 없었다. 당시 천문학자들도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고, 지켜봤던 모두가 낙담했다.

소년은 천문학자들도 예측하지 못하는 천체 현상이 있다는데 놀랐다. 이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의문을 가졌다. 이때부터 우주에 관심을 갖고 종종 외부에 나가 망원경으로 별과 행성들을 봤다. 이듬해 생각보다 밝지 않았던 코후테크 혜성(Comet Kohoutek,C/1973E1) 관측에 실패한 반면 2년 후에는 25만년에 한 번 태양계 안쪽으로 들어오는 웨스트 혜성(Comet West, C/1975 V1) 관측에도 성공했다. 그는 천체물리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고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일본국립천문대(NAOJ)의 준이치 와타나베 부원장 겸 교수의 얘기다. 준이치 부원장은 1960년생으로 도쿄대 천문학부를 졸업하고 일본자연과학연구회(NINS) 산하 국립천문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혜성 전문가인 그는 하와이 마우나키아(Mauna Kea) 천문대 스바루 망원경(Subaru Telescope) 운영, 기관 홍보센터 설립 등을 이끌었다.

준이치 부원장이 지난 24일 한국천문연구원(원장 한인우)을 찾았다. 동아시아 천문대(East Asian Observatory, EAO)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천문연 주요 연구자들과 만나 연구시설을 둘러보며​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 국제협력 피할 수 없어···"동아시아 협력 프로젝트 큰 관심"

"우주를 탐색하기 위해 거대관측장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비들을 이제는 한 국가가 만들 수 없습니다. 국제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죠. 기존 국가 관측과 천문학 연구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준이치 와타나베 부원장은 동아시아 협력을 중심으로 한 국제 협력에 관심을 갖고 있다. 소행성과 혜성 공동연구를 위해 지난 10여년간 동아시아 행성과학자 네트워크인 EAST(East Asian Solar system scientists’ neTwork)가 만들어졌지만 소속 연구자들이 모두 바빠져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준이치 와타나베 일본천문대 부원장.<사진=강민구 기자>
준이치 와타나베 일본천문대 부원장.<사진=강민구 기자>
준이치 부원장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각자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으며 상호 발전해 왔다"면서 "이러한 네트워크를 강화시켜 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천문연의 주요 연구자와 시설을 둘러보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직접 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천문연과 일본국립천문대는 다수의 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우주전파관측 연구를 위해 천문연에 설립된 '한일상관센터(KJCC)'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이 일본과 공동으로 개발한 세계 최고 속도의 우주전파관측 자료 처리 장치 등을 기반으로 각종 데이터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유럽남천문대(ESO,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를 벤치마킹한 동아시아천문대(EAO, East Asian Observatory)도 하나의 사례로 꼽힌다. 동아시아천문대는 현재 스바루 망원경과 JCMT(James Clerk Maxwell Telescope)라고 하는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연구와 운영에 일부 참여하고 있다. 

준이치 부원장은 "기존 협력 뿐만 아니라 광학 천문학, 태양 천문학, 전파 천문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천문연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수 프로젝트를 보면서 잠재력을 봤으며, 동아시아 국가들이 긴밀히 협력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국립천문대는 지난 1960년 1.8미터 오카야마 망원경 설치, 1978년 노베야마 전파관측소 설립, 2005년 하와이 스바루 망원경 운영 착수, ALMA(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 참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그는 하와이 관측소 내 스바루 망원경 유지관리, TMT 설립·운영, ALMA 등 국제프로젝트 참여 등을 기관의 주요 화두로 꼽았다. 

준이치 부원장은 "하와이 관측소 내 스바루 망원경도 지속적으로 유지와 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일본, 북미, 유럽 등이 참여해 지난 2013년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건설한 ALMA 참여도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JCMT 운영과 함께 당분간 세계 최대 첨단광학망원경이 될 TMT(Thirty Meter Telescope) 설립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하와이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있어 연구자들이 차세대 거대 망원경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바이오 산업과 같이 단기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하면서 천문우주 분야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준이치 부원장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준이치 부원장은 "천문학에서 투자 대비 효율성만 따지면 안된다"면서 "천문학은 오랜 시간이 투자되어야 하는 분야이지만 기초과학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문학은 경계 없이 인류가 볼 수 있는 최대 규모의 광활한 우주를 다룬다"면서 "이는 인류 미래를 위한 투자이면서 지적 호기심 충족, 정치·사회 문제 해결, 더 나아가 세계 평화에 공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과 달리 한국이 천문학과 같은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이 아직까지는 천문우주 분야에서 최고이지만 최근 정부 예산이 삭감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천문학과 같은 기초과학에 계속 투자했으면 합니다. 이것은 국가가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이웃 국가에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해법입니다."

천문연과 일본천문대가 협력해 설립된 '한일상관센터'에서는 우주전파관측 자료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노덕규 박사가 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천문연과 일본천문대가 협력해 설립된 '한일상관센터'에서는 우주전파관측 자료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노덕규 박사가 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준이치 와타나베 부원장이 정웅섭 천문연 박사에게 우주과학실험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준이치 와타나베 부원장이 정웅섭 천문연 박사에게 우주과학실험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태양광학감시, 태양 전파 감시 등에 대해 김수진 천문연 박사가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태양광학감시, 태양 전파 감시 등에 대해 김수진 천문연 박사가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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