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후성유전 이야기
저자: 팀 스펙터, 역은이: 이유, 출판: 니케북스, 원서: Identically Different

저자: 팀 스펙터, 역은이: 이유, 출판: 니케북스, 원서: Identically Different
저자: 팀 스펙터, 역은이: 이유, 출판: 니케북스, 원서: Identically Different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할까?

한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라는 이론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염색체 검사로 친자를 확인하고 범인을 찾아내며 앞으로 얻게 될 병까지 알아내는 게 이미 익숙해진 세상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염색체 검사를 통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오자 유방절제술을 감행해 선제적 치료를 단행했을 정도다.

이처럼 유전자는 고정된 것이며 변할 수 없다는 것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과학계의 신조였다.

한번 물려받은 유전자는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없고, 죽을 때까지 몸에 남거나 혹은 다음 세대로 변하지 않은 채 전해진다.

친구나 배우자, 생활방식을 선택하거나 기억력을 훈련시키는 것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유전자는 언제나 불변이다. 그런데 정말로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할까? 이 책은 이러한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반박으로 시작한다.

◆쌍둥인데 왜 다르지?

하나의 수정란에서 분열해 똑같은 복제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이론적으로는 외모나 성격뿐 아니라 취향이나 건강상태까지 똑같아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이런 견해들은 태어나자마자 헤어져 완전히 다른 나라 다른 부모 다른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이 취향과 성격, 신체조건까지 똑같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험을 통해 뒷받침되어왔다.

그러나 이 결과가 차이점을 감추는 식으로 왜곡되었고,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일란성 쌍둥이들이 얼마나 다른 점이 많은 지 알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왜 샴쌍둥이 라딘과 랄레는 죽음을 무릅쓰면서까지 떨어지기를 원했을까?

저자는 한 몸으로 태어나 서로 떨어질 수 없었던 일란성 샴쌍둥이 자매 라딘과 랄레의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그들은 똑같은 유전자와 똑같은 환경을 공유했지만, 성격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하고 싶은 일도 달랐다.

그들은 서로 떨어지기를 원했고 그 갈망은 위험을 무릅쓴 엄청난 규모의 분리수술로 이어졌다. 결국 수술이 실패해 두 자매는 죽음에 이르고 말지만, 이 사례는 인간이 그 누구와도 똑같을 수 없는 존재로 살아가고자 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와도 다른 개별적인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갈망이 유전과 환경의 영향 말고도 변화의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당신이 비만인 이유는 당신의 할머니가 많이 먹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 걸까?', '오르가슴도 유전의 영향일까?', '뚱뚱한 것은 유전일까?' 와 같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품고 있던 의문들에 답을 건넨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례와 실험결과들을 통해 유전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름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다.

우리 삶을 관통하는 '행복', '수명', '섹스', '본성', '종교'에 이르는 방대하고도 포괄적인 키워드를 팀 스펙터 박사는 '후성유전'이라는 실로 탄탄하게 엮었다. 심오한 주제와 과학적 지식을 다루고 있고, 분량도 짧지 않음에도 술술 읽히는 것은 쌍둥이들의 흥미로운 사례가 이 책을 한결 다채롭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에 조예가 깊은 독자는 물론, 후성유전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까지도 눈을 떼지 못하고 읽을 재미있는 책이다. <글: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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