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비즈니스화 꿈꾸는 스타트업···빅데이터로 농장 컨설팅하는 인공지능 '파로타' 개발

스마트팜 기술을 시범 운영중인 조치원 농장 전경.<사진=스마프 제공>
스마트팜 기술을 시범 운영중인 조치원 농장 전경.<사진=스마프 제공>
세종시 조치원읍의 한 농장. 이곳의 밭에는 농장 자동화 장비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작물에 물을 공급하는 '관수 밸브', 작물 상태와 환경 정보를 감지하는 '스마트 센서', 정보를 기록하는 '데이터 허브'가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와 토양·기후·물가 등의 빅데이터를 취합·분석하는 인공지능 '파로타'가 농장을 관리하고 있다. 파로타는 올해 농사로 이윤을 내기 위한 작물 재배 시나리오와 마케팅 전략을 농부에게 알려준다.
 
이곳 조치원 농장은 농업 전문 기업 스마프(대표 채한별)가 개발한 인공지능 '파로타'를 시범 연구하는 장소다. 스마프는 농업에 특화된 인공지능 '파로타'를 개발해 농업 4.0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채한별 대표는, 모든 것이 사람에 의해 이뤄지는 노동집약적인 현 농업 체제에서는 빅팜(Big Farm, 대(大)농)이 만들어질 수 없다고 판단, 데이터 기반 자동 농업화 시대에 도전했다. 최종 목표는 농업의 비즈니스화다.
 

스마프는 미래과학기술지주의 투자를 받으면서 작년 말 연구소 기업에 등록이 됐다. 현재 본사는 대전이며 인천에 부설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 법인 설립을 앞두고 채한별 대표는 대전과 인천을 오가느라 바쁘다. <사진=한효정 기자>
스마프는 미래과학기술지주의 투자를 받으면서 작년 말 연구소 기업에 등록이 됐다. 현재 본사는 대전이며 인천에 부설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 법인 설립을 앞두고 채한별 대표는 대전과 인천을 오가느라 바쁘다. <사진=한효정 기자>
◆ 앉아서 농장 경영하는 시대 연다

채 대표는 창업 전 2년 정도 버섯 농장을 운영했다. 당시 괴짜 농업인으로 불리며 효율적인 농장 운영을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다. 그러다 내린 결론은 농업의 미래가 버섯 농사와 같은 시설 농업이 아닌 노지 재배에 있다는 것이었다.
 
노지 재배를 위해 필요한 것이 농장의 지능화·규모화·자유화라고 생각한 그는 농업에 특화된 인공지능을 개발하게 됐다. 주위 사람들은 '인공지능은 꿈같은 소리'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그 꿈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작년 11월 IBM Bluemix를 활용해 탄생한  '파로타'는 16년간의 기상청 기후 정보, 토양, 공판장 경락 데이터, 농장 센서 값 등 농장 관련 빅데이터를 취합해 농장 생산량, 공판장 수익을 예상하고 이윤을 극대화할 방법과 정보를 웹이나 모바일로 농부에게 제시한다. 
 
파로타는 유효한 데이터만 뽑아내는 'Pick & Stick' 알고리즘으로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다. 따라서 사람이 계산하면 몇 달이 걸릴 일을 두 시간에 해결한다. 스마프가 지향하는 자동화의 모습이다.

"파로타를 이용하면 앉아서 농장을 경영할 수 있어요. 앞으로 농장들이 이렇게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랍니다." 채 대표는 파로타가 사람보다 더 정확한 농장 컨설팅을 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스마프가 초창기에 개발한 '팜킷(Farm Kit)'에는 관수 자동화 밸브와 센서가 달려 있다. 센서는 파로타에게 토양 온도, 습도 등 환경 정보를 제공한다. 파로타에 많은 정보가 축적될수록 결과값은 정확해진다. 채 대표는 팜킷의 오픈 소스를 부분적으로 공개해서 제 3의 제조사에서 직접 어플과 장비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정보들이 결과적으로 파로타를 살찌워주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스마프는 파로타를 앞세워 현재 중국 시장에 도전중이다. 중국 시장에 스마프의 전략을 안착시키고 충분한 자료를 얻을 계획이다.

왼쪽 위부터 센서, RF농장용 허브, 스마트 관수 밸브, RF유량계. RF(Radio-Frequency)는 무선 저전력장거리통신을 의미한다. <사진=스마프 제공>
왼쪽 위부터 센서, RF농장용 허브, 스마트 관수 밸브, RF유량계. RF(Radio-Frequency)는 무선 저전력장거리통신을 의미한다. <사진=스마프 제공>
◆ 한국 농업 '정보 비대칭' 해결해야 

2015년 설립된 스마프는 채한별 대표를 포함해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전문가, 디자이너, COO 등 4명의 임원이 함께 하고 있다. 농업 관련 스타트업이지만 구성은 하이테크 기업과 같다. 채 대표는 "임원들 자체가 기술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서 각자가 팀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팀 구성은 실리콘밸리의 구성을 차용했다.
 
"처음에는 내가 편하고 싶어서 농장 자동화에 관심을 가졌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사명감을 갖게 됐다." 기업인이 된 채 대표는 이제 한국 농업의 미래를 생각한다.

채 대표는 "앞으로 기업형 농장이 농장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한국은 승계농이 되어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며 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을 정보의 비대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파로타가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도만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농업인과 기업인이 획기적으로 농업을 바꿀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세계 IT 대기업들이 농업에 뛰어드는 것이 의미 없는 것이 아니며 시대의 흐름을 읽은 것이라 말했다. 파로타가 빅데이터를 이용해 농업을 운영하듯이 IT의 영역은 넓어지고 있다. 채 대표는 "생각보다 농업은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이며 이 추세에 한국만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의 최종 목표는 농업의 비즈니스화이지만 때가 되면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긴 뒤 파로타와 함께 귀농해 빅팜의 농부가 되는 것이 내 목표"라고 말했다.

스마프는 올해 초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이하 MWC)에 참여했다. MWC는 모바일 관련 가장 큰 전시회 중 하나로, 모바일 관련 서비스 사업자, 플랫폼 개발사, 네트워크 사업자, 기기 제조사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전시하는 자리다. 사진은 스마프 부스(좌)와 전시 제품(우)이다. <사진=스마프 제공>
스마프는 올해 초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이하 MWC)에 참여했다. MWC는 모바일 관련 가장 큰 전시회 중 하나로, 모바일 관련 서비스 사업자, 플랫폼 개발사, 네트워크 사업자, 기기 제조사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전시하는 자리다. 사진은 스마프 부스(좌)와 전시 제품(우)이다. <사진=스마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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