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목 화학연 박사 연구팀 '입김으로 변색하는 투명 필름 제조기술' 개발
"위변조 상품 불법거래 차단···작은 필름으로 강력한 보안솔루션 제공"
습도·온도·압력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산업체 현장 '안전' 지킨다"

박종목 화학연 박사가 입김만으로 위변조 상품을 구별할 수 있는 '투명 필름 제조기술'을 개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박종목 화학연 박사가 입김만으로 위변조 상품을 구별할 수 있는 '투명 필름 제조기술'을 개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보안업계 새로운 솔루션이 등장했다. 정품과 위조품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비밀 표지가 탄생했다. 박종목 한국화학연구원 융합화학연구본부 박사 연구팀이 입김만으로 위변조 상품을 구별할 수 있는 '투명 필름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이 필름은 물품에 붙였는지 여부를 알 수 없을 만큼 얇으면서, 습도 70% 이상의 입김이 닿으면 숨겨진 정품인증 이미지를 다양한 색상으로 드러낸다. 앞으로 이 기술과 정보저장장치가 조합되면 위변조 상품 불법거래를 강력하게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부 환경에 따라 변색하는 투명 필름 제조과정은 복잡하지 않다. 투명 플라스틱 기판에 연구팀이 개발한 특수 화학물질인 고분자를 복층으로 코팅하면 된다. 특정 농도 이상의 습도에만 반응할 수 있도록 설계하거나 원하는 색으로 변색하도록 필름을 제조할 수 있다.

습도에 의한 다양한 색상 변화.<사진=연구팀 제공>
습도에 의한 다양한 색상 변화.<사진=연구팀 제공>
 
박종목 박사는 이번 투명필름 제조기술 개발에 앞서 '카멜레온'을 보고 연구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그는 "카멜레온을 지켜보니 연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라며 "카멜레온은 빛의 강약과 온도 변화에 따라 몸의 빛깔이 바뀐다. 마치 전기가 필요 없는 센서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카멜레온을 모사한 필름을 제작한다면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됐다"라며 "외부 환경에 따라 변색하는 투명 필름을 개발하게 된 이유다. 이또한 필름에 어떠한 전기적 작용도 필요하지 않다"고 연구개발 의의를 설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투명필름은 색소의 도움 없이 변색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카멜레온과 같다. 외부 환경에 따라 몸의 빛깔이 바뀌는 카멜레온 피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별한 색소가 빛깔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단지 광학적·물리적 특성에 의해 변색한다.
 

입김의 양에 따른 색깔변화 이미지.<사진=연구팀 제공>
입김의 양에 따른 색깔변화 이미지.<사진=연구팀 제공>
연구팀은 이를 모사해 색소를 사용하지 않고 고분자 물질의 연속 코팅 공정으로만 필름을 제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존 보안기술인 색변환 잉크, 홀로그램, 입체필름 등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제조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투명 필름이 높은 습도에 노출되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순식간에 광결정 구조가 변하고 구조 변화로 인한 반사빛의 색상이 달라진다. 습기가 사라지면 원래 투명한 상태로 되돌아온다.
 
기존에도 높은 습도에 색이 변화하는 기술은 존재했다. 하지만 기존 기술은 무기입자로 코팅해야 했다. 투명 플라스틱 기판에 코팅할 때 무기입자의 크기가 골라야 하고 배열이 균일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유연한 소재에는 더욱이 사용할 수 없었고 높은 비용과 복잡한 공정의 한계가 있었다.
 
박 박사는 "고분자 물질 코팅에서 배열과 크기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마치 프린터로 출력물을 인쇄하듯 필름을 코팅하면 된다”라며 “간단한 공정, 높은 속도, 저렴한 가격 등이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투명 필름은 습도뿐만 아니라 온도·압력·화학물질 등 다양한 환경에서도 반응할 수 있도록 설계·제작할 수 있다. 한 예로 휘발성 유기화학물질이 필름에 닿으면 변색하도록 만들 수 있다. 필름 하나로 가짜 휘발유를 쉽고 빠르게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또 산업체 현장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위험 가스에만 반응하는 필름을 안경에 코팅한다면 사고 발생 순간 작업자가 인체 감지에 앞서 안경만으로 위험 여부를 알아차리고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다.
 
박 박사는 "우주·심해·극지방·사막 등은 인류의 새로운 개척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극한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로 거듭나겠다"라며 "일반 기술로 접근할 수 없는 부분에 투명 필름을 특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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