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진흥재단 이사장 후보 공청회·정견발표 등 요구
대덕특구 구성원 한목소리 "성명서 내고 직접 나선다"

"대한민국의 리셋을 위한 적기다. 지금 제대로 하지 않으면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임기가 끝나는 2020년은 암울해진다. 늦는다. 국가 위기 속 향후 3년 동안 우리 모두가 허송세월을 보내면 안된다. 특구진흥재단 역할은 기술 사업화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 대덕을 '한국의 성장동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사장 후보들의 비전을 들을 수 있는 대화 형식 공청회·정견발표 자리 마련이 필요하다."

"이사장 선임 관련 서치커미티를 가동 했지만 결국 특구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특구 구성원들은 그들의 권한을 침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에도 그들은 여전히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특구는 공무원의 사유재산이 아니다. 특구진흥재단 역할을 제시한 성명서를 내고 직접 나서야 한다."

"우리 사회가 각 분야에서 변화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각 단체의 청원 내용은 정부에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관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변화가 보여지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하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재공모가 돌입되면서 서치커미티가 가동되고 있지만,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특구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통해 변화를 촉구하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과학기술단체와 기업체, 교수 등 특구 구성원들은 8일 오전 8시 대덕특구 인근 카페에서 특구진흥재단 역할을 정립하고 이사장 선임에 앞서 정견발표 등 의견을 수립하기 위한 자발적인 모임 자리를 마련했다. 구성원들은 이날 논의를 통해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선임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대화 자리는 ▲대덕특구 상생발전협의회 ▲시민참여연구센터 ▲바이오헬스케어협회 ▲과총대전지역연합회 ▲UST 교수 ▲금강포럼 등 과학기술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특구 이사장 선임의 공정성을 위해 다양한 의견과 고민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이사장 후보와 자연스러운 대화 자리 마련 필수···비밀주의 타파해야"

지난해 특구 구성원들은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3배수 후보들의 소신을 들을 수 있는 공청회 자리 마련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과반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서 무산됐고 재공모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특구 구성원은 향후 압축될 3배수 후보들의 정견발표 자리를 다시 한번 요구하고 나섰다.

대덕특구 소재 대학교 A 교수는 "무거운 공청회 자리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비전을 검증할 수 있는 대화의 자리가 필요하다"라며 "특구 구성원이 후보자들과 토론하며 능력을 검증하고 이 결과를 서치커미티에 반영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특구 구성원들이 직접 인사를 추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라며 "현장 속에서 오랜 기간 지켜봤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안다. 그들이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과학시민단체 B 회장은 "공청회나 정견발표를 열자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정책집행자 입장에서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그들의 현실에서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필요하다면 변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덕특구 상생발전협의회 회장은 "특구진흥재단 업무는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구성원들과 공감대가 형성되고 비전을 명확하게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이사장 선임 프로토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공계 대학 C 교수는 "특구를 발전시키는 주인공은 이사장이다. 정부에서 우리 동네 주인공을 뽑는다는데 특구 구성원들이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라며 "여전히 비공개와 비밀주의인 이사장 선임 절차에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특구진흥재단 '과학문화 확산' 역할···건강한 도시 만들어야"

B 회장은 특구진흥재단의 과학문화 확산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특구진흥재단은 과학이 지역 시민 삶의 질을 책임질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했어야 했다"라며 "사회문제가 과학기술로 해결돼 삶의 질을 높이는 건강한 과학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산학연 연구뿐만 아니라 도시에 과학문화가 녹아들 수 있는 비즈니스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대덕특구는 여러 특구 중 하나가 아니라 국가의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는 허브"라며 "과학문화 인프라를 갖춰 과학문화센터, 공동관리아파트 등 공간적 현안을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시민단체 회원인 D 연구자는 독일 한 지역의 기관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독일 아델스도르프에는 특구진흥재단과 유관한 기업지원 기관이 있다"라며 "기업체·대학·연구기관이 소속돼 있으며 위탁 운영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관은 산업뿐만 아니라 공간 운영 측면에서 지역문화를 책임지고 있다. 과학도시를 만들겠다는 의미"라며 "특구진흥재단도 지역문화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 회장은 "과학도시를 위해 대전시와 대덕특구의 유기적인 융합이 중요하지만, 사실 대덕특구는 이에 무관심이다"라며 "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이 지방자치시와 협력 관계도 중요시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 "2020년 특구진흥재단 역할 논의하면 늦다···생태계 조성 우선"

특구진흥재단 초기 출범 비전에 따른 국가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 거점지로 특구진흥재단이 생태계 조성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새롭게 선임될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임기가 끝나는 2020년이 돼서야 특구진흥재단 역할을 논의한다면 이미 특구 모든 정체성을 잃어버린 뒤라는 것.

대덕 내 자발적 학습모임에서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E 연구자는 "국가적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2020년에 특구진흥재단 역할을 논의한다면 이미 늦을 대로 늦은 상황"이라며 "특구진흥재단이 무엇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지, 방향은 무엇인지 등 특구진흥재단의 역할을 명확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구진흥재단 역할은 기술 사업화뿐만이 아니다"라며 "특구가 지역에 안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지역과 상생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고 덧붙였다.

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이 누구보다도 현장을 잘 알아 생태계의 토대를 다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이구동성으로 강조됐다.

C 교수는 "국가적으로 대덕특구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활성화되지 못했다. 특구도 활성화 준비를 하려면 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이 대덕특구를 알아야 한다"라며 "특구에서 최소한 5년 이상 리더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인사가 이사장 자리로 와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E 연구자도 "대덕특구가 타지역 특구의 모범이 되고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사장이 와야 한다"라며 "대덕특구에 5년~10년 이상 근무하면서 사람·기술·정보 등의 교류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특구진흥재단의 허브 역할도 언급됐다. A 교수는 "대덕특구의 40년 축적 역량으로 다른 특구와 연계할 수 있는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대덕특구를 잘 알면서도 전체 특구를 연결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지역에 있는 구성원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현장 창구가 필요하다. 대화, 토론회, 간담회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라며 "특구진흥재단 내부에서 현장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E 연구자도 정부와 현장 소통 문제를 짚었다. 그는 "기업은 당장 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에서는 매칭펀드로 R&D 참여만 시키고 있다"라며 "기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 이러한 조율도 특구진흥재단의 역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C 교수는 "우리 사회가 각 분야에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각 단체들의 청원 내용은 정부에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라며 "이제는 기관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3년 후에도 이런 요구가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특구진흥재단은 8일 서치커미티(이사장후보발굴단) 구성에 대한 설명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의하면 특구진흥재단 업무관련 분야 전문가 7명으로 구성(기술사업화분야 2명, 기업성장지원분야 2명, 기술금융·투자분야 3명)돼 있으며 2명의 전문가(기술사업화 전문가, 기술금융투자 1명)가 특구내 기관에 종사하고 있다.

또 서치커미티는 기존 특구진흥재단 이사회와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정부부처 인사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선임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촉구한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하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재공모가 진행 중이다. 특구 구성원들의 청원 요청이 일부 반영돼 우수한 인재를 찾기 위한 서치커미티도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특구진흥재단 중심의 서치커미티 구성과 비밀스러운 진행으로 인사 투명성과 공정성에서 우려가 되는게 사실이다.

대한민국 전반에 '리셋(Reset) 코리아' 물결이 커지고 있다. 제대로된 생태계 조성과 문화를 확산시켜 국가의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를 봉합하는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운영체계를 제대로 세워 대한민국의 기반을 단단히 하자는 의미다. 실질적인 선진국의 면모를 갖춰가는 것이기도 하다.

대덕연구개발특구는 30여개의 정부출연기관과 이공계특성화대학 등 어디에도 없는 인프라와 우수인력이 집결된 곳이다.

2005년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생태계를 조성하고 과학문화를 확산시켜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대덕연구개발특구(현재의 특구진흥재단)가 출범했다는 것은 모두가 사실이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특구진흥재단은 출범 초기의 비전을 외면하며 정량적 수치에 집중했다. 특구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생태계를 조성하기 보다 관료주의로 관리에 치중했다. 특구진흥재단 수장부터 조직원들 모두는 특구내 곳곳에서 불거지는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출범 초기 기대했던 생태계는 더욱 피폐해졌고 과학문화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더욱이 4차산업혁명, 강대국들의 자국우선주의, 북한의 압박 등 국외 정세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학기술계 뿐만 아니라 국가 운영 전반에서 기존의 안일한 자세로는 이를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차기 이사장이 재임할 3년은 국가적 위기 극복의 골든 타임이다. 국가의 탄탄한 미래를 위해 과학기술 기반의 튼튼한 생태계 조성과 과학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어야 할 시점이다.

변화의 기회를 놓쳐버린다면 과학기술의 중심지 대덕특구는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도 암울할 뿐이다. 그동안 자부해왔던 과학기술 강국의 위상도 추락하고 말 것이다.

때문에 변화의 시작점인 사람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특구 구성원들이 개인의 시간을 줄여가며 제대로된 인사를 위해 목소리를 모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정부 인사에 관여한다는 불편한 시선도 있지만 현장에서 감지하는 절실함이 모아진 의지의 표명이라는 것이다.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후보들이 가진 특구에 대한 열정과 비전을 확인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청회 또는 정견발표 자리 마련을 다시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대덕특구 과학산업 관련 단체 모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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