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 관계자 "서치커미티 공개시 청탁 외압 우려"
특구 구성원들 "서치커미티는 최적임자 찾는 열린 창구 돼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하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재공모가 진행중인 가운데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서치커미티(Search Commitee)' 인원을 구성하는 것은 물론 특구 구성원들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비공개로 운영되면서 또다시 공정성과 투명성 여부에 논란이 일고 있다.

특구진흥재단 관계자에 의하면 지난 1월 25일 이사장 선임이 무산되며 지난달 22일 이사장 재공모에 들어갔다. 동시에 이사장후보발굴단(서치커미티)도 가동됐다. 하지만 특구 구성원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밀스럽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되며 특구 구성원들이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서치커미티는 국내외 우수 인력을 발굴하기 위해 7인 이내 각분야 전문가로 구성되는게 일반적이다. KAIST와 DGIST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에서도 매번 기관장을 뽑을 때마다 적극 가동하고 있다. 

기존 KAIST 등의 서치커미티는 이사회와 미래부 장관의 추천으로 구성하고 있다. 총장선임위원회와는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된다.

반면 특구진흥재단의 서치커미티는 이사장추천위원회(5명)의 추천으로 구성된다. 서치커미티가 이사장추천위원회와 별도 조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하부 조직으로 구성되는 셈이다. 때문에 처음부터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운영 역시 여전히 비공개 투성이다. 이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은 이사회 이사 3명과 외부 인력 2명 등 5명으로 구성된다. 이사회는 현 김차동 이사장을 이사장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기획재정부의 당연직 2명, 선임직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선임직은 물론 이사회 당연직이 추천하게 된다.

선임직 이사는 부산대, 경북대, 전북대, GIST 등의 교수진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개발특구 출범 취지와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아는 대덕 출신은 전무하다. 이들 선임직 이사 중 누가 이사장추천위원회에 포함돼 있는지, 외부인사 2명은 누구인지 특구진흥재단의 비공개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서치커미티 구성원도 비공개다. 이사장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기술사업화, 기업성장 지원, 파이낸싱, 투자 등의 분야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됐다는 답변이 전부다.

결국 이사회 당연직(현 이사장, 정부관료)이 추천한 선임직 이사가 이사장추천위원회에 포함되고 그들이 서치커미티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정부관료의 입김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라는 해석이다.

특구 구성원들이 신용현 국회의원을 통해 국회에 제출한 청원서에 따른 특구구성원을 포함한 서치커미티 제안은 일단 묵살된 것으로 확인된다.

특구 구성원이 포함됐는가, 진행 과정을 공개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도 특구진흥재단 관계자는 "알 수 없다, 어렵다"는 답변으로 즉답을 피하고 있어 공정성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치커미티 비공개에 대해 특구진흥재단 관계자는 "구성원이 공개되면 외압이나 청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그리고 서치커미티에 정부관료는 포함하지 않고 가능한 민간 주도로 운영된다. 진행과정을 공개하려면 이사회를 열고 규정을 논의해야 해 사실상 어렵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기존과 달라진게 없는 셈이다.

앞으로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공모는 어떻게 진행될까.

특구진흥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사장 선임은 공개모집과 이사장발굴위원회(서치커미티) 추천 후보를 대상으로 이사장추천위원회에서 서류심사와 면접을 진행하게 된다. 공모제와 서치커미티가 병행된다.

서치커미티 추천 후보는 추천서와 함께 이사장추천위원회에 서류가 전달되게 된다. 이사장추천위원회는 서치커미티 추천인사와 공개모집 후보를 대상으로 서류와 면접을 통해 6배수, 3배수를 거쳐 이사회에 3인 이내를 최종 추천하게 된다.

이에 대해 국회 한 관계자는 "이번 서치커미티 도입이 기존에 없던 사례로 규정도 없는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청원서에 분명하게 공개를 요청한바 있고 청원 심사가 이뤄질 경우 비공개로 일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덕특구 한 구성원은 "서치커미티라는 절차가 포함되긴 했지만 특구 구성원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사장추천위원회에서 서치커미티를 구성한다는 것부터 모순이다. 비공개를 지속할 경우 자칫 그나물에 그밥이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출연연의 A 박사는 "기존처럼 밀실에서 진행되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형식만 갖추고 진행은 여전히 일방적인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한다"고 지적하면서 "특구 구성원들이 서치커미티와 공청회를 제안한 것은 공개를 통해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며 제대로 된 인물을 선임하고 특구생태계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였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지난 1월 25일 오후 2시 특구진흥재단 이노폴리스회의실에서 열린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선임 이사회  결과, 후보자 3명중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부결돼 재공모 절차(3월 23일까지)가 진행 중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기업·대학 등 대덕특구 내 과학기술인들이 참여하는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된 '세계적 R&D 클러스터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청원서'(소개의원: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가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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