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지뢰 '포트홀' 해결 "친구 핀잔이 연구 계기"

유평준 건설연 박사, 폐부산물로 포트홀 없는 아스팔트 기술 개발
친환경 아스팔트 공정 개발, 지구 환경까지 잡는다
# 명절 시골 성묫길에 포트홀에 빠진 P씨는 조수석 타이어가 찢어지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요즘 들어 부쩍 많아진 포트홀로 안전운전을 최우선시 했으나 갑작스럽게 나타난 큰 구멍을 피할 길이 없었다.
 
# 직장인 A씨는 강변도로를 달리다 커다란 포트홀에 앞바퀴가 빠져 휠이 깨지는 큰 사고를 당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도로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때까지 계속 내버려뒀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날씨가 포근해지고 봄비가 내리는 봄철마다 운전자들을 위협하는 포트홀 사고가 기승을 부린다. 도로 표면에 난 틈 사이로 수분이 스며들면서 골재들을 잡아주는 힘이 약해지며 도로 표면 일부가 내려앉거나 파손돼 구멍이 파이는 포트홀 발생은 매년 증가 추세다.
 
경기도가 발표한 지난해 도로 파손 신고건수는 하루 평균 26.7건으로 연간 총 9773건이 접수됐다. 서울시의 경우 연 몇 만 건에 달하는 포트홀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포트홀 사고가 매년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원유 정제 기술이 좋아지면서 부산물인 아스팔트의 질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돈이 되는 가솔린이나 기름성분 등을 모조리 뽑아내다 보니 골재를 잡아줄 아스팔트 힘이 약해졌다"는 설명이다.
 
골재들을 잡아주는 힘을 강화하기 위해 보강재를 섞는 방법이 있지만 아스팔트 가격이 2배로 뛰며, 물과 천적이기 때문에 2년만 견디고 나면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도로의 안전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연구자가 있다. 유평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연구소 박사다. 그는 산업부산물인 유리섬유 가루를 폐플라스틱으로 코팅해 아스팔트 보강재로 개발, 2014년 시험시공을 실시한 바 있다. 최근 해당기술을 몽골 도로건설에 활용하기 위해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재활용 아스팔트포장 비율은 20%다. 우리는 보강재를 통해 60%까지 늘리려고 한다"며 "고가의 재료가 아닌 산업 부산물을 통해 도로포장재료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친구의 핀잔, 포트홀 막는 재료 연구 시작

 
유평준 박사는 포트홀을 막는 등 도로의 운전자 안전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유평준 박사는 포트홀을 막는 등 도로의 운전자 안전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친구가 이야기하더군요. 포트홀에 앞바퀴가 빠져 큰 사고를 당했는데 도로포장 재료 연구 한 사람들이 똑똑한 재료를 만들어야하는게 아니냐고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손이 발생하지 않는 도로포장재료를 만들자는 연구를 기획했고 과제가 선정돼 2014년부터 재료개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유 박사는 10여 년 동안 도로포장 관리 시스템 구축 연구를 했다. 1994년 고속도로 포장관리시스템에 필요한 전자지도를 만들기 위해 고속도로 2500km를 갓길로만 저속 주행하는 독특한 실험도 했다. 전자지도에 도로포장이 파손된 위치, 파손 심각성 등을 정확히 표시해주면 관리자가 신속하게 출동해 포트홀 등 위험요소를 조기 제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는 "1994년 당시 전자지도를 탑재한 차량 내비게이션이 일반화 되어 있지 않은 시절이었다. 직접 주행하며 지도를 만들 수밖에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함께 연구했던 동료들은 이후 지리정보 시스템 회사로 이직해 국내 내비게이션 지도제작을 시작했다. 그들의 연구가 국내 내비게이션 시초가 된 셈이다.
 
많은 동료들이 기업으로 떠났지만 그는 '포트홀 등과 같은 심각한 파손이 없는 도로재료를 애초에 만들고 싶다'는 연구 열망이 컸다. 파손이 없는 도로재료를 만들어 수리와 사고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포트홀 때문에 차량 파손 사고를 겪은 친구의 핀잔도 연구의 필요성을 깨닫는데 한몫했다.
 
이후 포트홀 방지를 위한 저비용 고내구성 재료 개발이 한창이던 그에게 2014년 특별한 과제가 주어졌다.

"친환경 건축자재 전문기업에서 일하고 있던 관계자가 우리 연구소를 찾아왔다. 유리섬유를 만드는 과정에 폐기물(유리섬유가루)이 많이 발생하는데 재활용이 10%밖에 안 돼 돈을 주고 버려야하는 상황이라며 '도로재료로 재활용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기업관계자가 가지고온 유리섬유가루와 폐플라스틱.<사진=유평준 박사 제공>기업관계자가 가지고온 유리섬유가루와 폐플라스틱.<사진=유평준 박사 제공>

그가 가져온 유리섬유가루를 본 유 연구원은 고민에 빠졌다. 마침 페트병을 도로 보조 기층용 재료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던 때라 새로운 재료로 포트홀 방지 보강재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재료를 섞는 과정에서 유리섬유가루끼리 뭉치는 등 제대로 섞이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유 박사팀은 폐플라스틱으로 유리섬유가루를 코팅해 플랜트에서 적절하게 혼합할 수 있는 고유의 기술을 활용했다. 가루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코팅해 섞어주면 팝콘처럼 터지면서 다른 재료들과 혼합되는 기술인데, 유 박사팀이 처음으로 개발해 '팝콘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진은 팝콘 효과를 통해 얻은 유리섬유 도로포장용 재료를 일반 도로포장용 재료에 혼합한 결과 콘크리트의 약 1/3 정도의 간접 인장강도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기술은 기업에 이전도 완료한 상태다.
 
유리섬유 보강혼합물은 국내외 10여 곳에 시험시공을 마쳤다. 호남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및 인천지역과 김포 지역  등이다. 그는 "2년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잘 공용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스팔트를 20%만 재활용하고 있다. 이 혼합물을 통해 60%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 박사는 유리섬유 보강혼합물을 극한기후와 열대성기후를 가진 몽골과 캄보디아 도로에 시험 적용하는데도 성공했다. 몽골과 캄보디아 도로포장에 해당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작년 초에는 아리랑TV를 본 중국 관계자로부터 유 박사 기술을 활용해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그는 "현지화 적용 결과를 활용해 스리랑카,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와 쿠웨이트 등 중동지역으로 사업화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 기술을 도로 뿐 아니라 교량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아스팔트, 온난화 주범? '준저온아스팔트혼합물' 개발 CO₂ 잡는다
 
연구실 밖에 마련된 실험실. 트럭 타이어 하중을 가해 개발한 아스팔트의 내구성을 평가하는 모습.<사진=김지영 기자>연구실 밖에 마련된 실험실. 트럭 타이어 하중을 가해 개발한 아스팔트의 내구성을 평가하는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도로재료 연구는 실내 실험실에서도 이뤄지지만 실제 도로환경에서 얼마큼 우수한 성능을 가졌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실외에서 비교실험이 자주 이뤄진다.

밖에 마련된 실외 실험공간에 가보니 실제 트럭 타이어의 하중(4~6톤)을 약 10만 회 동안 가해 혼합물의 내구성을 평가하는 시험공간이 마련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유 박사는 최근 개발한 '준저온아스팔트혼합물'을 테스트하고 있다. 준저온아스팔트혼합물은 아스팔트 생산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내구성이 우수한 기술로 기업에 기술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아스팔트 포장은 160∼170도의 고온에서 생산되는 가열아스팔트 혼합물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고온일수록 이산화탄소 배출이 심각하다. 미국의 경우 약 4000여개의 아스팔트 플랜트에서 매년 약 100만 톤 이상의 아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약 400여개의 아스팔트 플랜트에서 매년 약 30만 톤 이상 발생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스팔트 관련 업계에서도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유 박사팀이 개발한 '준저온아스팔트혼합물'기술은 130도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어 석유연료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가량 줄이는 동시에 도시 열섬현상까지 완화할 수 있다.
 
준저온아스팔트혼합물 개발 소식을 듣고 최근 인도 업체가 건설연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업체는 준저온아스팔트혼합물 우수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건설연이 개발한 혼합물을 실험한 결과 고온에서 코팅이 10% 밖에 벗겨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제품은 90% 코팅이 벗겨진다. 이는 부착이 좋다는 뜻으로 고온이나 한랭이서도 무리없이 사용가능하다는 뜻을 의미한다. 

또 실외에서 실시한 가속시험결과 일반 혼합물대비 약 1.5배 이상의 내구성이 우수하다는 것이 검증됐다.
 
그는 "올해 실용화를 위해 기업체 기술이전을 준비 중"이라면서 "적정한 기업에 이전되어 저변이 확대되면 이산화탄소 감소와 도로포장 수명 1.5배 증대, 예산 절감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 중인 아스팔트들. <사진=김지영 기자>실험 중인 아스팔트들. <사진=김지영 기자>

◆ "도로포장재료연구, 국민 세금낭비를 막을 수 있길"
 
도로 재료뿐 아니라 유 박사는 차량에 블랙박스를 달아 포트홀의 크기와 위치 등을 데이터화시켜 담당자가 포트홀을 유지 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도 꾸준하게 개발 중이다.
 
이전에는 택시에 센서를 달아 운전기사가 포트홀을 발견하면 일부러 포트홀을 밟아 위치를 전송하는 시스템이었으나 안전운전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포트홀 데이터기술은 기존 블랙박스에 소프트웨어를 깔기만 하면 된다. 블랙박스가 포트홀을 촬영하는 순간 위치 및 크기 등을 데이터화해 도로관리기관에 정보를 전송할 수 있게 했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전송하기까지는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지만 현재 85%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추후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완성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연구 한 길을 걸어온 유 박사는 개발한 기술이 단순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용화를 통해 국부창출에 일익을 담당하길 바란다.
 
"국민세금 일부인 연구비를 들여 수행한 결과가 가끔 생각처럼 잘 안될 때도 잦아 가슴이 답답하지만 실패는 또 다른 돌파구가 되기도한다. 우리가 개발한 연구성과가 포트홀 사고를 막고, 도로보수공사 주기를 대폭으로 줄여 세금낭비를 막을 수 있기를 바란다."

실험실에서 진행 중인 연구를 설명하고 있는 유 박사.<사진=김지영 기자>실험실에서 진행 중인 연구를 설명하고 있는 유 박사.<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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