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만료 전 전출 연구자 106명···연구 경력 '디딤돌' 평가
"비영년직 재계약 제도 보완···시니어 인력풀 마련 필요"

IBS(기초과학연구원) 출범 5년이 지나며 계약 만료되는 비영년직 연구자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계약 만료 전 다른 기관으로 전출한 연구자는 106명으로 집계됐다. 대다수 연구자들은 "5년 이내로 쌓은 연구 경력이 국내외 다양한 연구 현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벤치마킹한 IBS. 수월성에 기반해 세계적 수준의 과학자를 유치해 왔다. 연구단장이 자율적으로 연구주제를 선택하고 예산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국내·외 석학들이 IBS의 연구단장 공모에 참여했다. 국내외 과학계가 주목했다. 네이처에서 이례적으로 보도하며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2011년 설립된 이후 28개 연구단이 발족됐다. 본원 중심의 연구단과 대학내 캠퍼스 연구단으로 구분, 국내외 과학자들이 연구인력으로 참여해 물리학, 수학, 화학, 생명과학 등 과학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기초연구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연구인력 선발도 기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영년직과 비영년직 연구위원 트랙으로 선발했다.

첫 연구단이 꾸려진 시점은 2012년 7월, 7개의 내부연구단과 2개의 캠퍼스 연구단이 선정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IBS 출범 5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 기초연구 인력 생태계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기초연구 인력 생태계는 구축되고 있을까

IBS의 연구인력(연구위원)은 단장과 부단장, 그룹리더를 제외하고 영년직과 비영년직 두 트랙으로 선발된다.

영년직 연구위원은 5년 계약을 마치고 본인의 선택과 심사를 통해 2년을 더한 7년까지 IBS에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심사를 통해 영년직 연구위원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비영년직 연구위원은 2+3, 3+2 등 5년 동안 연구 경력을 쌓고 계약이 만료되면 국내외 기업·대학·연구소 등으로 다양하게 진출해 나간다. 연구단장이 논문 작성과 연구 지속을 위해 필요로 하면 심사를 통해 영년직 트랙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그런 사례는 많지 않다.

연구위원 평가는 2년째 중간보고를 통해 부족한 내용을 점검하고 컨설팅한다. 이후 3년째부터 평가가 이뤄진다.

2017년 1월말 기준 IBS의 연구인력은 영년직 연구위원 49명, 비영년직 연구위원 345명이다. 외국인 비중은 22%수준이다. 계약기간이 만료되기전 IBS에서  다른 곳으로 전출한 연구위원도 공식 보고된 사례만 106명에 이른다. 이직 기관은 기업, 대학교, 국내 연구기관 등이다. 일부는 해외 연구기관의 포닥으로 가기도 했다.

영년직 연구위원도 그동안의 연구실적을 바탕으로 대학, 외국기업, 외국 연구소로 전출한 사례도 있다. 2013년 7월 비영년직 연구위원으로 온 A 박사의 경우 영년직 연구위원으로 전환됐지만 2016년 2월 국내 대학의 조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2014년 8월 영년직 연구위원으로 IBS에 합류한 B 연구원 역시 2015년 2월 대학으로 전출했다.

연구위원 중 계약 만료시점이 다가오는 대상은 26명(영년직 5명, 비영년직 21명)이다.  2012년 7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선발된 연구위원들이다. 당시 선발된 63명 중 37명의 연구위원은 이미 다른 곳으로 전출한 상태다.

IBS 관계자는 "IBS 연구단에 오는 인력 대부분 포닥이나 박사학위를 마치고 온 젊은 연구자들이 많아 기간이 만료되기전 대학, 연구소, 기업으로 다양하게 전출한다"면서 "IBS 설립이 각국에 알려지면서 홍콩대, 캐나다 연구소 등 외국대학과 연구소 이전도 활발하다. 남아 있는 분들 중 논문 등의 이유로 전출을 미루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영년직 연구위원도 본인의 연구와 계획에 따라 국내 대학 등으로 전출하기도 한다. 이는 결국 기초연구 생태계가 그만큼 탄탄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또 다른 IBS 관계자는 "영년직 연구위원들도 전출 한다는 것은 IBS의 연구환경과 조건 등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무조건 외국 사례를 따르기보다 국내 여건에 맞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 IBS를 떠난 연구자들의 조언···"시니어 인력풀 활용돼야"

IBS에서 비영년직 후 대학으로 전출한 한 교수는 'IBS 시니어 인력풀 활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초 과학 개선을 위해 시니어 인력풀을 잘 활용해야 한다"라며 "규정상 비영년직은 재계약이 불가능하지만, 성과에 따라 재계약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니어 연구자가 역량을 펼치지 못하고 후퇴하는 경우도 종종 봤다. 영년직 전환이 아니더라도 비영년직을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이레벨을 연구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영년직 후 기업 연구소로 전출한 연구자는 '비영년직 이직 범위'를 언급했다. 그는 "비영년직 과정을 밟고 있는 젊은 박사들이 IBS를 나왔을 때 다른 출연연 정규직으로 갈 수 있는 확률이 낮다"라며 "대학교수로 이직하지 못한다면 출연연 계약직으로 지원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출연연 계약직 지원 조건에 '박사 졸업 후 3년~5년 이내'라는 제한이 있다"라며 "출연연 비정규직으로 가기 위해 굳이 비영년직 5년을 채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반면 5년 동안 큰 성과를 내서 출연연 정규직으로 옮기려는 연구자들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비영년직 3년간 후 출연연으로 전출한 모 박사는 "IBS를 비롯해 고등과학원 등에도 비영년직이 있다. 박사 학위를 받은 젊은 연구자들이 국가 연구소로 바로 진출할 수 국내 유일한 제도"라며 "IBS는 그들이 기초연구 역량을 다지고 더 큰 기초연구 판으로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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