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간다 ③]강선웅 KIT 박사의 도전···한국형 독성 연구 표준 세계화
2년 연속 안전성연구소 '우수연구자' 선정
공동연구로 세포배양·주삿바늘 코팅기술 개발 ···"다양한 전공 경험 큰 힘 됐죠"  

과학기술의 미래는 젊음이다. 젊은 연구자와 벤처기업인들이 미래를 향해 힘차게 꿈을 키워나가는 것이 과학공동체의 미래이자 국가의 미래다. 미래를 이끌 주역이자 열정 가득한 이들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의 희망을 본다. 대덕넷은 연구현장, 산업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젊은이들을 조명하며 이들의 꿈과 미래를 응원한다. 정유년 연중기획으로 '2030이 간다' 시리즈를 연재한다.<편집자의 편지>

국내에서만 희생되는 실험동물 숫자가 연간 200만 마리. 신약개발과 화학물질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 쥐, 토끼, 원숭이, 제프라피시 등 다양한 실험동물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 생명체의 희생을 방지하겠다며 동물실험을 대체할 인공장기 연구에 나선 과학자가 있다. 

강선웅 안전성평가연구소(KIT)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42세로 연구소 생활 4년차 신진 연구자다. 강 박사는 미국 유타대학교에서 포스닥으로 암줄기세포(Cancer Stem Cell) 약물전달체계를 연구한 뒤 차의과학대학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분자영상 세포추적 연구노하우를 쌓은 다음 지난 2013년 안전성평가연의 연구자로 합류했다.

강 박사는 2년 연속 내부 선정 우수연구자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연구활동이 왕성하다. 가시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연구성과는 BRIC(포항공대 생물학전문연구정보센터)에서 발표한 '의생명과학관련 연구자들이 선정한 응용기술부문 연구성과 Top5'에 선정되는 등 관련 분야를 이끌 차세대 연구자로도 주목받고 있다.  

미니장기 관련 연구의 진전을 위해 필요한 세포배양 기술 등의 요소기술 개발과 기술이전에도 성공한 그의 꿈은 한국형 독성 연구 표준화와 세계화다.

◆ 실패 통해 세포배양법 개발···"기술이전 활발히 수행"

미니장기를 지칭하는 '오가노이드(Organoid)'는 줄기세포나 장기세포에서 분리한 세포를 배양하거나 재조합해서 만든다. 줄기세포 등을 이용해 세포 조직을 만든다면 기존 동물실험보다 정교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많은 연구자들이 위, 신장, 갑상선, 간 등을 오가노이드로 만들어 각종 질환을 해결하기 위한 실험에 나서고 있다. 

윤리적·과학적인 이유로 동물실험 반대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어 오가노이드 연구의 중요성은 국내외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EU(유럽연합)은 지난 2013년 동물실험 화장품 금지법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4일 식품의약안전처가 동물 실험을 거쳐 만든 화장품 유통, 판매 등을 금지하는 화장품법 시행령을 공포한 바 있다.

강 박사는 연구소에서 오가노이드 관련 연구를 수행하던 상황에서 독성 평가 모델, 대량 세포 제작, 3차원 배양 등 공통 기반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허강무 충남대 교수가 함께 온도감응성 고분자를 이용해 개발한 '3D 스페로이드 형성·배양법'은 그의 대표적인 연구성과로 꼽힌다.

특히 이 기술은 실패 과정에서 개발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세포는 특성상 상호결합해 응집체를 만드는 특성을 갖고 있다. 처음 계획은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기존에 상용화된 젤라틴 단백질 혼합물 '매트리젤'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대체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실제 연구를 수행하니 이와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됐다.  

강선웅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사진=강민구 기자>
강선웅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사진=강민구 기자>
"허 교수님이 개발한 온도에 반응해서 젤이나 액체로 변하는 성질이 있는 물질을 활용했습니다. 그런데 세포는 오히려 붙지 않았죠. 연구가 항상 목표한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고심 끝에 사용법을 달리해 세포를 배양하는데 활용했습니다. 실패를 기회로 잘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기존에 세포배양을 하기 위해서는 각 개별 세포별로 제어해야 했다. 비용이 많이 소모되고 대량 또는 장기적으로 배양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런데 개발된 배양법은 각 개별 세포를 떨어지게 만들면서 특별한 장비나 추가 공정 없이 세포를 장기간 배양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이 기술을 생명과학 연구기자재 개발 기업에 기술이전하기도 했다. 현재는 특허 등을 보완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공정을 향상시켜 분리되는 세포의 규모 제어까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장 파급력도 있다.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연간 성장률은 연간 18~25%로 추산된다. 현재 시장은 미국, 유럽이 주도하고 있지만 일본, 중국 등에서도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제품별 차별점이 많지 않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기술이전한 회사와 지속적으로 컨택하면서 개선된 연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중에 출시된 세포배양 접시에 대해 연구자들의 만족도가 높지는 않아요. 한 회사는 품질보다 사용자 편의성 향상에 집중하며 몇년만에 시장 점유율을 2배 이상 끌어 올리기도 했죠. 응용분야를 넓혀주고 좀 더 많이 팔릴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연구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KAIST 이해신 교수팀과 홍합 족사 구조를 모방한 주삿바늘을 공동 연구하기도 했다. 홍합이 섬유 형태의 족사를 이용해 강한 파도가 치는 해안가 바위에서도 단단히 붙어 생존하는 현상에 착안했다. 개발된 주삿바늘은 구조상 지혈기능을 갖고 있어 출혈을 방지한다.

실제로 이를 인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안전성 검증이 진행돼야 하지만 적용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 출혈이나 역류 없이 투여하고자 했던 물질을 온전히 투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암환자, 혈우병환자, 당뇨병 환자 등을 치료하기 위한 정밀의료과학 분야에서 활용성이 높다. 현재 혈우병에 걸린 쥐 모델을 이용해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까지 마쳤다.

지난해 말 이 기술들은 각각 네이처 머터리얼스(Nature Materials)지와 NPG 아시아 머터리얼스(NPG Asia Materials)지에 게재됐다. 특히 네이처 머터리얼스지 게재는 최근 몇 년간 순수 국내기술로는 드문 사례다. 

세포 배양 플레이트.<사진=강민구 기자>
세포 배양 플레이트.<사진=강민구 기자>
◆ "함께 하니 성과 커져···다양한 연구 경험 성과 창출 원동력으로"

"제가 한 분야를 깊게 잘하지는 못해요. 저는 평범한 연구자입니다. 다만 중합체 합성, 조직세포 제작, 세포추적 영상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던 것이 협력 연구에 도움이 됐어요."

강 박사는 단기간 내 기술이전 등의 성과를 올리는 비결로 다양한 연구 배경(Background)를 꼽았다. 이러한 배경을 갖춘 그에게 기관 차원의 기획과제 지원은 큰 도움이 됐다.

매년 신진연구자를 대상으로 내부공모를 통해 유망연구과제가 지원된다. 그는 지원비를 통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교류의 기회를 갖게 됐다. 이 때 만난 인연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공동연구를 추진하게 됐다. 

연구실 개방도 성과를 높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그가 속한 센터 특성상 연구실은 오픈랩처럼 운영된다. 연구에 한해서는 자유롭게 교류하자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 연구 과정에서도 1달에 2~3번 미팅을 가졌으며, 안전성평가연구소와 충남대를 서로 오가는 과정을 거쳐 검증된 데이터를 활용했다. 

"대부분 대전에 계신 교수들인데 가까이 있으니 좀 더 만나기 쉬워요. 전화 한 통화면 10분 안에 만날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찾아올 수 있도록 오픈랩처럼 실험실을 운영했는데 대부분 연구실도 그렇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실험실의 문턱이 좀 더 낮았다고 할 수 있죠."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주로 비임상 독성평가 등을 다루기 때문에 과학보다는 기술 측면 연구 성격이 강하다. 규제가 정해지면 이에 맞춘 분석과 성능평가 등이 이뤄진다. 사실상 규제기관에 가까운 셈이다. 

강 박사가 조직공학, 줄기세포 연구를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관련 분야 연구자가 드물었지만 최근에는 동물실험 대체를 위해 이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오가노이드는 재생의료, 치료제 개발 등 치료를 위한 연구가 중점적으로 수행되어 왔지만 체내 면역 반응 등이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강 박사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화학물질 평가 부분으로 실질적으로 체내 면역 반응 평가 등 없이 보다 빠른 연구가 수행될 수 있다. 특히 줄기세포를 이용해 3차원으로 오가노이드를 제작한다면 조직세포처럼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그의 최종 목표는 기관에서 오가노이드를 제작하고 이를 표준화시키는 것. 이를 위한 연구는 현재 중간 단계로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남아있다. 강 박사는 앞으로 연구결과에 대해 일희일비 하지 않고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독성평가를 규제과학이라고도 합니다. 규제를 만드는 것이 우리 기관이 해야 할 주요 역할 중 하나죠. 많은 연구진들이 동물실험 대체 모델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규제는 OECD 가이드라인 등을 거쳐 최종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앞으로 오가노이드를 제작하고 이를 표준화시켜 전세계 연구자들이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자료=세포배양 과정, 강선웅 박사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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