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현 의원실 22일 '과학기술 헌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유능한 국가혁신체계 구축위해 변화해야"

노환진 UST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노환진 UST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대한민국 헌법에서 과학기술 활동을 규정한 1963년 당시 최고의 이슈는 '경제'였다. 과학기술은 국민경제발전 수단으로 위상을 가졌다. 세계 10대 경제대국까지 도달한 우리나라가 아직도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과학기술활동을 국한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자리로 가야한다. 선진국으로 진입하기위해 포기했던 많은 가치들을 되살려야한다."
 
노환진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2일 신용현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 헌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 주제발표자로 나서 "과학기술 활동에 대한 새로운 헌법적 규정을 요구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정부의 기본적 구도는 정부연구소를 설립하고 육성해 그 지식을 정책에 활용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우리 정부는 정부연구소를 키우지 않고 그 지식을 활용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는 "오히려 정부가 지식을 만들고 정부연구소는 그것을 합리화하려는 역할로 변질되었다"라며 "급한 경우 정부는 선진국에 의존하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자주성을 지켜나가기 어려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PBS 제도 등으로 대학과 출연연이 오히려 헐뜯고 경쟁하도록 만든 것도 한 예다. 그는 "각 부처가 공공적 문제를 국가과제로 정하고 출연연이 해결하도록 기회를 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초연구를 대학에 의뢰하는 방식의 연구체계가 구축돼야 국가연구역량이 제대로 성장한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러한 방향으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는 점점 후퇴하고 있다. 여러 정권에서 추진된 정책의 실패, 높지 않은 연구개발성과, 더욱 전문화되고 다양화되는 선진국과는 반대되는 우리나라 전문기관의 행보 등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노 교수는 이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 운영의 틀이 좀 더 과학적으로 바뀌어야한다"고 강조하며 헌법 제127조 개정을 청원했다. 헌법 127조는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1988년 개정된 제10호 헌법으로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과학기술의 경제논리는 그동안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과학기술 안건을 경제장관회의에서 다뤘고, 과기처가 경제부처에 속해왔다. 정부출연연을 공기업과 대등하게 관리하고, 단기실적주의 정책선호는 과감한 도전을 회피하는 과학자를 만들었다. 

그는 "과학기술을 국가 경제발전의 수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헌법 제127조를 개정해 과학기술활동의 목적을 국민경제발전의 수단에서 해방시켜야한다. 정부가 육성하는 과학기술 목적은 경제발전뿐 아니라 국정운영 전반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유능한 국가혁신체계를 구축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청원했다.
 
특히 그는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로 가야한다. 우리가 신속하게 선진국에 진입하겠다고 매진하면서 포기했던 많은 것들이 되살아나야한다"며 "연구 자율성을 위해, 인적 자원 개발을 위해, 유능한 국가 혁신체계를 위해 하위법률을 개정하는 일이 아직 남아있지만 헌법개정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발제한 박기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박사도 과학기술 시대의 새로운 헌법체계 모색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헌법의 과학기술 조항이 경제헌법의 이념적 가치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과학기술을 통해 경제발전을 추구한다는 점만 명시하고 있어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을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경제발전을 포함한 인간과 과학기술의 조화를 통한 과학기술의 혜택이 사회에 긍정적으로 확산되고 이를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접근하고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돼야한다"며 "이런 내용이 헌법이 추구하는 모든 과학기술 가치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과학기술의 역할이 확대된 측면을 고려해 헌법 개정이 진행돼야한다는데 공감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과학기술의 역할이 확대된 측면을 고려해 헌법 개정이 진행돼야한다는데 공감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수단인 것은 사실이나 과학을 기술개발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과학기술 헌법 개정에 적극 찬성하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그는 "과학기술 투자를 요구하거나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헌법개정이 된다면 재앙이다. 이기주의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과학기술의 진정한 가치를 헌법 전문에 명쾌하고 분명하게 써놓는 것으로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이은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과거 우리는 과학기술을 통해 경제 진흥을 했고 성공적이었다"면서 "그러나 과학기술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인간의 삶, 생명 등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과학기술이 사회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의 핵심축임을 인식하고 과학기술 증진을 위한 내용을 헌법에 반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황희 STEPI 선임연구위원도 "과학기술을 통해 세계적인 문화와 국가 안보, 국민안전, 난제해결의 방법을 고민해야한다"며 "그런 측면을 고려해 헌법에 과학기술을 담아야한다"고 설명했다.
 
권석민 미래부 과장은 "과학기술이 사회적 안전이나 건강 등 사회 기여도가 높은 만큼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통합적으로 담아내는 관점의 헌법 개정논의가 필요하다"라며 "융합시대다. 과학기술과 경제의 분리가 아닌 융합과 통섭의 관점에서 지향할 내용이 헌법과 같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사람과 기술밖에 없는 나라다. 과학기술이 단지 경제발전에 종속된다면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사회부흥에서 제대로 역할하기 힘들 것"이라며 "과학기술이 인류문명과 삶의 질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해 기초기술, 과학기술 발전에 노력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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