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연구 기둥 故 신중훈 교수 헌정논문으로 빛본다

KAIST·충남대 공동 연구팀, 모든 색 낼 수 있는 '무지개 미세입자 제조기술' 개발
햇빛 아래서도 선명한 디스플레이 구현···'어드밴스드 머티니얼즈' 7일자 게재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메티니얼즈' 2월 7일자에 실린 공동 연구팀의 논문 서두 부분. 故 신중훈 교수에게 논문을 헌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료=김신현 KAIST 교수 제공>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메티니얼즈' 2월 7일자에 실린 공동 연구팀의 논문 서두 부분. 故 신중훈 교수에게 논문을 헌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료=김신현 KAIST 교수 제공>

"나노광학 분야의 세계적 대가 故 신중훈 교수에게 헌정한다."

재료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니얼즈(Advanced Materials)' 2월 7일자 온라인판 논문(Magnetoresponsive Photonic Microspheres with Structural Color Gradient)에 故 신중훈 KAIST 물리학과 교수를 업적을 기리는 문구가 새겨졌다. 

지난해 10월 불의의 사고로 영면한 신 교수의 연구업적이 빛을 보게 된 것.    

KAIST(총장 강성모)는 김신현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와 故 신중훈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정종율 충남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모든 색을 낼 수 있는 무지개 미세입자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반사색의 자유로운 조절이 가능한 무지개 미세입자는 햇빛 아래에서도 선명한 디스플레이 표시가 가능해 차세대 반사형 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 

오팔(opal), 모포(Morpho) 나비, 공작새의 깃털 등은 모두 색소 없이도 규칙적 나노구조를 이용해 아름다운 색깔을 구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규칙적 나노구조는 빛의 간섭 현상을 통해 특정 파장의 빛만을 선택적으로 반사해 색소 없이도 색을 낼 수 있다. 이처럼 규칙적인 나노 구조를 통해 빛을 선택적으로 반사하는 물질을 '광결정'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광결정은 한 색깔만 발현할 수 있어 다양한 색 구현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반사형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눈이 동그란 구형 구조물에 쌓일 때 위치에 따라 눈의 두께가 달라지는 점에 주목, 하나의 광결정에 가시광선 전 영역의 반사색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구의 표면에 물질을 증착하면 위쪽인 정상 부분의 물질이 가장 두껍게 쌓이고 측면으로 갈수록 물질이 얇아진다. 연구팀은 규칙적인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 두 가지 서로 다른 굴절률을 갖는 물질인 타이타니아(titania)와 실리카(silica)를 교대로 구형 미세입자에 증착했다.

이렇게 형성된 규칙적인 적층 구조는 정상 부분에서 굴절률 변화 주기가 가장 크고 측면으로 갈수록 작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에 미세 입자는 정상 부분에서 장파장의 빨간 빛을 반사하고 측면부에서 단파장의 파란 빛을 반사할 수 있으며 빨간색과 파란색 사이의 다른 모든 색깔도 구의 위치에 따라 상응하는 지점에서 반사할 수 있는 무지개 미세입자를 제작해 냈다. 

연구팀은 또 제작된 여러 색깔 중 미세입자가 특정 색깔을 발현하도록 유도하고 제어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성을 이용했다. 무지개 미세입자 표면에 자성을 띄는 철을 증착해 자석처럼 미세입자의 배향 방향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등 사용자가 보는 색깔도 자유롭게 제어가 가능하게 됐다. 

외부 자기장에 따른 입자 배형 변화의 모식도(상단). 배향 각도에 따른 색변화. <자료=KAIST 제공>외부 자기장에 따른 입자 배형 변화의 모식도(상단). 배향 각도에 따른 색변화. <자료=KAIST 제공>

◆ "마지막 퇴고 못하고"···빈자리 채워 연구 지속 

왼쪽부터 1저자로 참여한 이승열 KAIST 학생, 김신현 KAIST 교수, 故 신중훈 KAIST 교수. <사진=KAIST 제공>왼쪽부터 1저자로 참여한 이승열 KAIST 학생, 김신현 KAIST 교수, 故 신중훈 KAIST 교수. <사진=KAIST 제공>

"연구는 마친 상태로 국제 학술지에 들어간 논문 원고를 공저자인 신 교수에게 마지막 확인을 부탁한다고 이메일을 보냈죠. 주말에 검토하고 회신 주겠다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이번 논문은 신 교수의 마지막 퇴고가 이뤄지지 않은 채 국제 학술지에 그대로 실렸다. 김 교수는 안타까움에 "이 연구 결과를 지난 2016년 9월 30일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나노광학 분야의 세계적 대가 故 신중훈 교수에게 헌정한다"는 문구를 논문 서두에 넣었다. 
 
신 교수는 물질 표면에 물질을 '증착'하는 연구를 담당했다. 그의 주된 연구 분야를 활용한 연구로 구형 미세입자에 증착을 성공하는 데 일조했다. 김 교수는 "기존에는 평면 위에 증착을 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둥근 구 표면 입자에 증착하는 것으로 고 신 교수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회고했다. 

무지개 입자 제조 방법. 구형 미세입자 표면에 자성을 띄는 철을 증착한 다음 타이타니아와 실리카를 교대로 증착하고 미세입자를 회수한다. 故 신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증착 부분을 담당했다. <자료=KAIST 제공>무지개 입자 제조 방법. 구형 미세입자 표면에 자성을 띄는 철을 증착한 다음 타이타니아와 실리카를 교대로 증착하고 미세입자를 회수한다. 故 신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증착 부분을 담당했다. <자료=KAIST 제공>

논문이 발표돼 관련 연구는 일단락 됐지만 상용화 등을 위한 추후 연구가 남은 상태다. 김 교수는 "논문이 나오긴 했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신 교수의 빈자리가 너무 크지만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는 반사형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는 의미가 있다. 휴대폰, LCD 모니터 등은 디스플레이를 하기 위해 형광등을 켜야 한다. 반사형 디스플레이는 형광등이 아닌 외부 빛을 이용할 수 있다"며 "전력 소모를 줄여 배터리의 사용시간을 늘릴 수 있다. 추가 연구를 통해 구현해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故 신중훈 교수는 지난해 9월 30일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했다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는 1996년 9월 당시 최연소로 KAIST 물리학과 교수로 임용됐으며, '올해의 젊은과학자상', '한국공학상 젊은과학자상', 대통령 표창, KAIST 공적상 등 다수의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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