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장비 활용 결과 이용한 논문 해외 저널 게재 시작"
KBSI 국산연구장비활용랩, 국산장비에 대한 선입견 없애 


국산연구장비기업 아스타에서 개발한 MALDI-TOF MS 장비 시연 모습. <영상=윤병철 기자>

우리나라 연구장비 시장 규모는 1조6000억원. 세계 시장규모의 5.9% 수준으로 연구장비 기반기술도 취약하다. 때문에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첨단연구장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추격형 연구를 탈피하고 선도형 연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첨단 연구장비를 국내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장비기업의 80% 이상이 1990년대 이후 설립돼 그 역사가 짧고, 74%가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으로 국내 연구장비 개발 산업은 빈약하기만 한 실정이다.

연구장비 산업은 국내산업뿐 아니라 관련 주변산업 활성화로 이어져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커 국가적으로 육성해야할 분야.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이광식)은 국내연구자들이 국산 연구장비의 우수성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국산연구장비 활용랩'(http://www.kbsi.re.kr/si/, 이하 활용랩)을 대전 본원과 전주센터에 각각 설치했다. 

어떻게 하면 국내 산·학·연에 대한 국산연구장비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국내 연구장비 개발업체가 외산 제품 대비 우수한 제품 개발에 성공했더라도 Made in Korea, 즉 '국산 제품' 이라는 이유로 연구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저평가 받는 일이 많다.  '기술과 성능 면에서 외국산이 더 좋다'는 인식과 국제적으로 성능이 검증된 외산장비로 결과를 내야 논문이 쉽게 받아들여진다는 인식이 연구장비개발과 산업생태계 조성에 걸림돌로 작용되기도 했다.

분석과학기반 연구장비 개발 사업 전체를 담당하고 있는 조영훈 연구장비개발사업단장과 국산연구장비의 우수성을 알리고, 품질에 대한 신뢰성과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한 국산장비활용랩 을 담당하고 있는 서정주 질량분석장비개발팀 팀장을 만나 활용랩 이용 현황과 운영 계획 등을 들어 봤다.

조영훈 단장(좌)와 서정주 팀장(우).<사진=조은정 기자>
조영훈 단장(좌)와 서정주 팀장(우).<사진=조은정 기자>
◆ 국산장비 선입견 없애려면? "먼저 연구자들이 직접 써보게끔"

"외국 연구장비 기업들은 워낙 첨단과 고가로 가다보니 오히려 보급형(기준: 가격, 크기, 시료대상 면) 연구장비에 대한 기술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시장 자체가 다르다고 보면 된다. 그동안 기초지원연의 분석과학장비개발은 보급형 연구장비 개발에 초점이 맞춰있는데 앞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연구용 연구장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영훈 단장)

"처음에는 국산장비성능평가에 주력했으나, 그보다는  힘들게 시장을 개척한 국산연구장비를  국내 산·학·연에 소개하는 일이 먼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연구자들로 하여금, 직접 국산연구장비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다. 중국은 자국 국산장비 활용을 위해 현장검출장비 위주 전시실인 국산기기응용시범센터'를 운영하고 있었고 우리도 다국적기업의 쇼룸처럼 장비를 직접 운용·체험하는 '데모랩' 설치가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서정주 박사)                        

기초지원연 대덕 본원 활용랩에서는 화학 및 바이오 장비를 중심으로 MALDI-TOF Mass Spectrometer(매트릭스 보조 레이저   탈착 질량분석기), Rapid Enzyme Digestion System (고속효소분해반응기), GC (기체크로마토그래피) Real-Time qPCR (유전자증폭정량분석기) 등 총 4대의 국산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대덕 활용랩에 구축되어 있는 연구장비들. 장비는 매년 추가되고 있다. <디자인=대덕넷 남선>
대덕 활용랩에 구축되어 있는 연구장비들. 장비는 매년 추가되고 있다. <디자인=대덕넷 남선>
활용랩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지난 2016년 하반기. 아직까지는 성능향상사업이나 활용지원 사업을 통해 알려져 있다. 대전의 활용랩은 지난해 3회의 사용자 교육을 실시 총 18건의 연구활용을 지원했다. 또 서강대학교 등 4개 대학에서 활용랩 장비를 이용한 결과를 통해 4편의 SCI 논문이 투고되었고 5편의 학회 발표가 있었다.

국산 장비의 데이터 분석 결과. <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국산 장비의 데이터 분석 결과. <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특히 2016년부터는 국산장비활용지원연구를 통해 국산장비 모델명이 명시된 SCI 논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넓히고 있어 활용랩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초지원연 질환표적기능연구팀의 이경복 박사팀이 국산 레이져주사공초점현미경인 나노스코프시스템즈의 K1-Fluo로 측정한 데이터가 화학분야 권위지인 '케미칼 커뮤니케이션스(Chem. Commun)'에 실리는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서정주 박사는 "물론 연구자 입장에서도 좋은 성과였지만, 연구장비 개발 업체 대표가 크게 기뻐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K1-Fluo는 재료 등에서만 쓰이는 현미경에 공초점을 달아 응용 역영을 생명과학 쪽으로 넓히고, 이 영역에서 국산 연구장비명이 SCI논문에 명기된 사례다. 앞으로 장비를 성능개선하는 공동연구를 통해 생명과학 분야에서의 시장영역을 개척 하는데 실직적인 도움이 되고자한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의 호응도 좋다. 설립 초기 활용랩을 찾은 이용자 대부분 무료로 이용하는 국산 장비보다 분석지원을 하고 있는 외산 장비 활용을 먼저 원해 아쉬움도 많았지만, 국산 장비를 활용해본 이용자들 입에서 "활용해보니 국산도 좋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정주 박사는 "가장 먼저 국산장비를 활용한 기초지원연 연구진들 역시 외국장비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는 평을 한다. 특히 PCR의 경우 소내 대여 요청이 많아 활용랩에 전시되고 있는 시간이 적을 정도다. 외부 연구자들도 국산 장비를 많이 활용해보고 그 성능을 직접 눈으로, 손으로 증명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초지원연은 국내연구자들이 국산 연구장비의 우수성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국산연구장비 활용랩'을 대전 본원과 전주센터에 각각 설치했다. <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기초지원연은 국내연구자들이 국산 연구장비의 우수성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국산연구장비 활용랩'을 대전 본원과 전주센터에 각각 설치했다. <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 "연구장비 직접 뜯어보고, 만들어보고"

연구 장비 대부분이 '억' 소리 나는 고가임을 감안할 때, 구입 이후에 지출해야할 유지보수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이에 기초지원연은 2015년부터 연구장비 운영교육과 더불어 유지보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첨단 연구장비 개발 및 실용화 진흥 프로젝트 일환으로 연구장비 운영과 유지보수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20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했다.

교육은 ICP-MS(유도결합플라즈마질량분석기)와 LC-MS(액체크로마토그래프질량분석기) 등 주요 분석장비 20여 종을 대상으로 장비당 10명씩 상·하반기 매년 4개월간 2차례씩 진행된다.

서 박사는 "특히 올해부터는 교육용 장비종류와 동일 혹은 유사한 국산장비가 있을 경우에는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해 교육생들이 직접 운영하고, 유지보수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훈 단장은 "연구장비 자체를 소개하고 운영 노하우를 가르치는 교육은 많지만, 연구장비 자체를 직접 분해해 보고 다시 제작하게 하는 유지보수에 관한 전문 실습 교육은 기초지원연이 최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연구환경이 '단기 성과' 위주다 보니,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외산장비를 구입해 '빨리 빨리' 성과를 내야한다는 문화가 자리잡혔다"며 "연구장비를 직접 개발하고, 유지 보수까지 할 수 있다면 연구장비 생태계를 조성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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