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책연구모임, 7일 토론회 개최
새로운 성장동력위해 R&D평가방법 개선·정책연속성 등 강조

"그동안 물건 판매, 수출 경쟁력과 관계없는 것(논문)에 이공계 박사들이 에너지낭비를 했다. 우리는 수출해서 먹고산다. 대학과 출연연 평가 기준인 SCI논문 숫자, 이거 고치지 않으면 위험하다."(박희재 서울대 공과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장)
 
"R&D 비용은 많이 늘었다. 그런데 기계 등 단순 하드웨어를 늘리는데 만 급급했다. 기술을 개발했다고 끝이 아니다. 산업화를 거쳐야하고 그 시장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많이도 필요 없다. 6개 정도의 미래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적어도 8년 이상 집중해야 성장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한다."(장석인 산업연구원 산업경쟁력연구본부 신산업실 선임연구원)
 
7일 이른 아침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의 불이 밝게 켜진 가운데 10여명의 국회의원과 40여명의 과학기술자, 일반인 등이 토론회를 함께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의 주요 화두는 '미래성장동력'이었다.
 
국회의원들이 만든 과학기술정책연구모임의 첫 행사인 연속 토론이 7일 국회의원에서 개최됐다. 첫 토론은 '새로운 성장 동력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주제로 박희재 서울대 공과대 교수와 장석인 산업통상자원 선임연구원이 발제를 가졌다. 발제자와 참가자들은 신성장동력을 위해 ▲R&D평가방법 개선하고 ▲정책 연속성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투자될 것 ▲인력교육 등을 제안했다.
 
◆ 소수 아이템 갖고 승부 거는 한국 '위험하다'…중간허리 키워야
 
박희재 교수에 따르면 수출해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품목은 64개다.(2012년 기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관광으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탈리아의 주력 수출품목이 228개다. 1등은 중국 1485개, 독일 703개, 미국 603개 순이다.
 
적은 분야라도 수출만 많이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 수출을 가장 많이한 삼성이 750억 달러를, 그 다음이 반토막도 안 되는 100억 달러를 수출한 SK 하이닉스, 50억 달러를 수출한 엘지이노텍 순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소수의 기업이 소수의 아이템을 가지고 승부를 거는 구조다. 너무 위험하다"라고 진단했다.
 
과거 전례 없는 경제성장을 해온 우리가 이러한 상황이 된 요인 중 하나로 박 교수는 SCI에 목을 맸던 대학과 출연연을 지적했다. 첨단 특허와 논문 1건이 만 명을 먹여살리고, 필요한 경험과 지식은 사면되고, 생산은 개도국으로 아웃소싱하고 우리가 고부가 가치 지식노동을 하면 된다는 그릇된 고정관념들 속에서 SCI논문만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지난 과거가 물건을 수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공계 박사의 80%가 대학과 출연연에, 기업에 16%가 있다. 이들이 혁신을 해야 하는데 많은 연구자가 소속된 대학과 출연연의 평가기준이 논문이었다. 그동안 너무 에너지를 낭비했다"며 "우리는 변곡점에 와있다. 더 이상 특허나 SCI를 따지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R&D투자가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중간 허리기업이 없다. 히든챔피언을 키워줄 R&D를 해야 한다. 연구 중심 기획연구가 아닌 기업과 시장이 들어와 함께 하는 연구,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돈, 일자리 창출이 되는지를 봐야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R&D예산은 많아 보이지만 각 부처별로 칸막이 예산이 많아 사실상 쓸 예산이 별로 없다"면서 "R&D수 대폭 조정과 연구를 할수록 범죄자가 되는 너무 복잡한 규제 등이 현장에서 외면 받는 연구결과를 만든다"며 개선을 요청했다.
 

장석인 선임연구원은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R&D투자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진짜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중간단계에 더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것이다.
 
장 선임연구원은 "과거 성장 동력은 해외 물건을 사들여 기계를 해체해보면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술부터 시스템 구축, 설비, 제품서비스를 어디에 판매할지를 고민해야한다"며 "기술 R&D부터 생산관점, 전략적 시장 등을 보며 기술을 어떻게 밀어줄지를 봐야한다. 이것은 R&D비용만 늘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성장 동력만큼은 단기성과 주의를 탈피해야한다"면서 "많은 기업들이 성장 동력을 위해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술 6개 정도를 축약해 정부가 7~8년간 집중해야 성장이 가능함을 기억해야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계획과 입법도 중요하나 이 안에 담긴 실제 수행 기업들이 스마트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통합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미래성장동력실 연구위원도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200여개의 과제를 했지만 어떻게 투자하고 보완했는지 들어보질 못했다"며 "너무 많은 과제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추진하기보다 제대로 계획을 세우고 평가해 없앨 것은 지우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는 방식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래성장동력에 10년 이상 투자가 가능하도록 암묵적으로라도 성장 동력만큼은 연속성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봉태 ETRI 미래전략연구소장은 "연구비는 늘었지만 관리기관, 진흥기관이 늘어난 것이지 연구원 숫자가 늘어난 것도, 연구원 숫자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라며 기관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정부는 의료와 국방에 집중할 것과, 여기서 파생된 기술이 산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필요 없는 규제들을 정리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문미옥 국회의원은 "올바른 R&D정책방향을 고민하고, 물적 투자뿐 아니라 인적 소프트웨어 등 투자를 병행해 효과를 낼 것과 R&D 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대학과 공공, 민간이 어떤 역할을 할지 등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성훈 국회입법조사처 과학기술정책담당 입법조사관은 "최근 다양한 부처에서 성장 동력을 선정 발표했다. 다양한 기관이 성장동력을 발표하는 것은 현 정부가 어떤 분야를 육성하고자 하는지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문제"라며 "이렇게 체계가 없었던 것은 법규정도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최소 5년은 성장동력을 고정하는 방안, 정권이 바뀌었을 때 성장 동력 전면폐기가 아닌 회전계획(롤링플랜)변경 방식, 성장동력 육성 일관 체계화 등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과학기술정책연구모임은 과학기술과 관련된 차기정부의 과제와 미래성장동력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참석하는 국회의원은 김경수, 김두관, 김병관, 문미옥, 박광온, 박정, 백혜련, 소병훈, 송옥주, 신창현, 어기구, 우원식, 유동수, 윤후덕, 이원욱, 이훈, 전현희, 진영, 최운열 의원이다. 오는 14일 의원회관 제9간담회시에서 '에너지정책'을 주제로 두 번째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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