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산업 부산물 '수천만톤' 방치···"한순간 건설 자재 된다"
네오본드-UNIST-미래과학기술지주 합작성과 '무시멘트 결합재'
장인배 대표 "年 100만톤 시멘트 생산 목표···오롯이 친환경"

장인배 네오본드 대표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산업 부산물을 이용해 연간 100만톤의 무시멘트 결합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사진=박성민 기자>
장인배 네오본드 대표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산업 부산물을 이용해 연간 100만톤의 무시멘트 결합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사진=박성민 기자>
"동남아 대부분 국가에는 석탄 발전소와 제철소에서 발생한 산업 부산물을 처리하지 못하고 수천만톤이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복잡한 공정 없이 부산물에 '화학적 활성화제'만 첨가한다면 고부가가치 시멘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산업 부산물로 연간 100만톤의 무시멘트 결합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고부가가치 친환경 건설자재 제조기업을 이끄는 장인배 네오본드 대표의 포부다.

장인배 대표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때는 20대 대기업 직장 시절이다. 당시 환경 관리실에서 근무했던 장 대표는 국가·지역·기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소음·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환경 자료를 수집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환경 문제를 직면하면서 에너지 절감 사업에 눈 돌리게 됐다.

네오본드 핵심 기술은 '무(無)시멘트 결합재'. 무시멘트는 일반 시멘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기존보다 뛰어난 성능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생산할 수 있다.

일반 시멘트는 1톤 제조 시 0.9톤 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 중 약 7%가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저탄소 무시멘트 결합재 개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됐지만, 대부분 기술은 제품 단가가 비싸고 수소이온농도(pH)가 최고 수치인 14를 넘는 고부식성 용액을 사용해 위험성이 제기돼 왔다.

네오본드의 무시멘트 결합재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우고 남은 재인 '플라이 애시'와 제철소에서 발생한 '고로 슬래그'를 85% 이상 사용한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기존 시멘트 대비 15% 이하로 낮췄다. 가격도 일반 시멘트 80% 수준에 불과하다. 네오본드는 UNIST 연구팀이 개발한 무시멘트 결합재 기술을 지난 2014년 9월 기술이전 했다.

장 대표는 "환경과 에너지는 같은 개념이다. 에너지를 절감할수록 환경을 보존할 수 있다"라며 "가치가 없었던 산업 부산물을 통해 고부가가치 친환경 건설 자재로 만들며 지구환경 보존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시멘트 제조 설비 1/10 수준···제조과정 '친환경', 제품 '불연·단열·경량' 

"친환경은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제품이 친환경이거나, 제품 제조과정이 친환경이어야 하죠. 무시멘트 결합재는 제품과 제조과정 모두 친환경입니다. 가치가 없는 산업 부산물을 이용해 고부가가치 친환경 건설 자재를 만들 수 있죠." 

장 대표가 무시멘트 결합재로 생산할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장 대표가 무시멘트 결합재로 생산할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무시멘트 결합재에 사용되는 재료는 산업 부산물인 '플라이 애시'와 '고로 슬래그'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내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고로 슬래그는 연간 1000만톤이다.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플라이 애시도 800만톤이지만, 600만톤은 콘크리트와 시멘트 혼화재 등 저가의 건설재료로 활용된다. 나머지 부산물들은 속수무책으로 매립·폐기되는 실정.

이처럼 값어치 없는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친환경 건설 자재로 만들 수 있다. 두 종류 부산물을 일정한 배합비에 맞춰 화학적 활성화제를 넣고 상온에서 혼합하기만 하면 된다.

무시멘트 결합재 제조 공정에 특별한 에너지가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시멘트로 제작된 콘크리트 구조물보다 무시멘트 결합재로 제작된 콘크리트 구조물은 불연, 단열, 경량 등의 특징이 있다.

장 대표는 "산업 부산물은 이미 1400℃ 이상 온도에서 연소 후 발생했기 때문에 더는 연소하지 않아 불연의 장점이 있다"라며 "또 미세한 기공들이 있어 단열과 경량 효과를 평균 대비 40% 이상 높였다"고 설명했다.  

무시멘트 결합재로 불연 단열재, 경량 칸막이, 층간 소음 방지재, 건축 내·외장재 등 다양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무겁고 단열 효과가 작았던 기존 시멘트로 만들지 못한 건축 자재를 생산할 수 있다.

장 대표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일반 시멘트는 연간 5000만톤 수준이며 세계적으로 50억톤을 사용한다"라며 "무시멘트 결합재 제조 설비는 특별한 에너지 소비 공정이 없으므로 기존 설비 대비 1/10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일반 시멘트는 톤당 7만5000원 수준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물류비 부담으로 인해 수입·수출이 어려운 제품이다"라며 "산업 부산물이 발생하는 지역에 무시멘트 결합재 제조 설비를 증설해 고부가가치 건설 자재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무시멘트 결합재 개발 기술은 지난해 4월 미래부 '10대 실용화 과제'로 선정된 바 있다.

◆ 동남아 '수천만톤' 부산물 활용···"현지생산·현지판매 목표"

장 대표가 네오본드의 해외진출 전략 및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장 대표가 네오본드의 해외진출 전략 및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수년간 동남아 가난한 국가를 돌며 시장조사를 해왔습니다. 대부분 자원은 있지만, 기술이 없어 활용을 못 하고 있죠. 동남아 국가에 쌓여있는 수천만톤 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무시멘트 결합재 제조 설비를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장 대표에 따르면 필리핀에만 18개 석탄발전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수천만톤이 10~20년간 그대로 방치돼 있다. 부산물을 처리하지 못하는 국가·지역에 무시멘트 결합재 제조 설비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네오본드의 목표다.

그는 "필리핀, 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 러시아, 브라질 등 일반 시멘트가 비싸거나 제조 설비가 부족한 나라들과 업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1년간 100만톤의 무시멘트 결합재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판매까지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네오본드는 해외진출에 앞서 국내 산업 부산물 활용 방안도 구상 중이다. 그는 "국내 석탄발전소 주변에는 부산물이 날려 항상 민원이 발생한다"라며 "발전소 주변에 무시멘트 결합재 제조 설비를 증설해 지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부산물을 줄이며 건설 자재를 생산한다면 지역의 상생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지역과 산업체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국가 기관, 대학교, 대기업, 연구소는 과제를 벗어나 실질적으로 지역민과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재활용 시장에서 산업 부산물 활용은 1%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산업 부산물을 이용해 고부가가치를 건설 자재를 만드는 최고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고 피력했다.

장 대표가 무시멘트 결합재 제조 설비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장 대표가 무시멘트 결합재 제조 설비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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