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좌담]특구재단 관련 과학계 시민단체 등 구성원 대표들의 대화
공청회 참여 등 특구 구성원 의견 반영 촉구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관련 긴급 좌담회 참석자들의 모습.(왼쪽부터 시계방향)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 정환삼 연총 부회장, 이정순 과기연우회 회장, 정용환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 대표, 김소영 과실연 충청권 대표, 유진산 파멥신 대표.<사진=박은희 기자>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관련 긴급 좌담회 참석자들의 모습.(왼쪽부터 시계방향)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 정환삼 연총 부회장, 이정순 과기연우회 회장, 정용환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 대표, 김소영 과실연 충청권 대표, 유진산 파멥신 대표.<사진=박은희 기자>
"한국사회의 축소판이 '대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덕이 연구단지 본연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만의 과학문화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회로 삼자."(이정순 과학기술연우연합회 회장)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선정위원회에 과학민간단체가 참여해야 한다. 또한, 3배수 결정 후에는 후보자들이 기업인, 과학자 등 특구 구성원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청회를 갖고 후보자 검증에 나서야 한다."(정용환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 대표)

"특구진흥재단이 연구소 기업 중심 기술사업화에 치중하는 것 같다. 대덕 구성원의 네트워킹과 생태계 조성 등을 활성화시킬 인사가 와야 한다."(이용관 블루포인트 파트너스 대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을 이끌 이사장 선임이 최근 재공모에 들어간 가운데 과학기술단체, 기업체, 교수 등 특구 구성원이 모여 제대로 된 이사장 검증 절차 마련을 촉구했다. 대덕넷은 31일 특구재단 이사장 선임 관련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이정순 과학기술연우연합회(이하 연우회) 회장 ▲이용관 블루포인트 파트너스(이하 블루포인트) 대표 ▲정용환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 대표(이하 벽돌한장,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정환삼 출연연구발전협의회(연총) 부회장▲유진산 파멥신 대표 ▲김소영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하 과실연) 충청권 대표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 특구진흥재단, 기술사업화에 올인?···"초기 설립 취지부터 살려야"

이날 참석자들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수행해 온 그동안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최근 특구진흥재단에서 중시하고 있는 기술사업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영 과실연 충청권 대표는 "지난해 특구진흥재단에서 개최한 수십개의 포럼이 모두 기술사업화 관련이었으며, 제자들이 창업한 스타트업도 재단으로부터 창업자금을 지원받았다"면서 "기술사업화에만 너무 치중하고 있어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특구진흥재단에서 중시하는 연구소기업 모델 자체가 민간 자본시장에서 환영 받지 못하는 실정인데,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실적을 위한 숫자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구진흥재단은 공공성,지역성, 글로벌화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직위라고 본다"면서 "한정된 자원속에서 모든 것을 다하기 보다 전략적 접근을 통한 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환삼 연총 부회장도 "테크노파크, 테크노밸리 등 유사한 기술사업화 업무를 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이러한 측면보다는 대덕특구만의 정체성 확립과 문화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환 벽돌한장 대표는 "지난 70년대 대덕연구단지관리사무소로 시작해 네트워크 조성, 생태계 조성 등을 수행했던 기존의 역할은 사라진 반면 애초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기술사업화와 창조경제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참가자들은 특구진흥재단의 고유 역할인 연구생태계 조성, 교류 활성화, 대덕특구를 위한 환경 개선 등 문화 확립에 특구진흥재단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순 연우회 회장은 "모든 문제는 문화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한국에는 '과거제도' 부터 시작된 입신양명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면서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의 문화는 우리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만의 과학문화생태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대덕은 타지역 대비 기술잠재력이 높은 반면 출연연 연구원, 교수 간 교류나 소통은 부족하다"면서 "내부 교류 활성화를 이끌고, 이따금씩 외부 자본가 등을 초청해 기술 방향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특구가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는 "대전지역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혁신신약살롱, 바이오헬스케어협회 등을 통해 성공적인 교류 네트워킹 모임을 갖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례처럼 다양한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네트워크가 대덕특구에 활성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환삼 연총 부회장은 "사적으로 연구원들을 만나면 조언을 듣거나 서로 대화할 것이 많기 때문에 소통이 활성화됐으면 한다"면서 "연구원들은 자신의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하는 반면 사업화에 나서고 싶어하는 연구원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속성을 고려해 연구를 공유하는 문화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환 벽돌한장 대표는 "대덕특구를 위해 전체적인 부분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단지를 미래지향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고민하는 이사장이 선임돼야 한다"고 말했다.

◆ 철학·장기적 안목 갖춘 이사장 선임 필요···"공청회 등 후보자 검증 기회 촉구"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선임이 재공모에 들어간 가운데 좌담회 패널들은 제대로 된 이사장 선임을 촉구했다.<사진=박은희 기자>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선임이 재공모에 들어간 가운데 좌담회 패널들은 제대로 된 이사장 선임을 촉구했다.<사진=박은희 기자>
패널들은 특구재단 이사장 선임과정에서 특구 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후보자 공청회 마련, 이사장 선임 위원회에 과학기술유관단체 참여 등을 촉구했다.

김소영 과실연 충청권 대표는 "이사회 추천과 교수협의회 추천을 병행하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KAIST 사례를 참고했으면 한다"면서 "KAIST는 다양한 인재풀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출신 총장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환삼 연총 부회장은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선임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심사위원회부터 바르게 구성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부지확보 등 대덕특구 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에도 특구진흥재단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는 "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오픈마인드를 갖고 있으면서 대덕특구의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는 분이 선임돼야 한다"면서 "아울러 최근 대전지역 바이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용지 확보 등에도 적극 나서 미래 산업을 지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이탈리아 명품을 만든 것은 고객들의 깐깐한 요구 때문"이라고 예를 들며 "특구 기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높은 수준의 이사장이 선임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공모는 지난해 11월 9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됐으며 전직 관료를 포함해 9명이 서류를 냈다. 이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5일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해 오태식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이경호 대전지역사업평가단 단장, 이영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이름 가나다순)을 3배수로 확정했다.

그런 가운데, 출연연, 기업, 대학 등 대덕특구 내 과학기술인들이 참여하는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된 '세계적 R&D클러스터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청원서'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로 전달됐다.

이어 지난 25일 특구진흥재단에서 열린 이사장선임 이사회 결과, 후보자 3명중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부결되며 원점에서 재공모가 결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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