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이끌었다는 것은 충분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 과학계는 아직 미완성 상태다. 특구 구성원들과 특구진흥재단이 힘을 모아 완성의 길로 만들어 가야 한다."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추천위원회에서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청원 움직임과 재공모 결정 진행과정을 지켜본 과학산업계 구성원들의 목소리다. 그동안 과학기술인들은 특구 생태계 회복을 위해 염원을 담은 청원서를 국회로 제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이번 이사장 재공모 사례가 특구 생태계를 바로잡는 발판이 됐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았다. 원로과학자 대표단체인 과학기술연우연합회 이정순 회장은 "특구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낸 것에는 용기가 따랐다"라며 "하지만 합리적인 이야기를 통해 생태계를 바로잡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과학기술인들은 특구진흥재단이 어련히 잘 해주겠지라고 생각해 왔다"라며 "개별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의 유기적 노력이 중요하다. 끝난 것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특구의 발전적 생태계를 위해 이사장 추천위원회의 전문가 발굴 방식과 특구 구성원들의 의견이 이사회 등에 반영되도록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덕특구 한 벤처기업 대표는 "특구진흥재단이 할 일이 많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돼 풀뿌리 연구 및 산업적 가치가 모아져야 한다"라며 "특구 현장의 의견이 각종 이사회에 정식으로 전달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필요하다면, 이사장 추천위원회에서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라며 "만시지탄이지만, 세계적 연구·혁신 클러스터로 재도약을 위해 연구와 기업을 이해하는 훌륭한 분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덕의 과학 시민단체 정용환 벽돌한장 대표는 특구 진흥재단의 구심점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그동안 과학기술인들은 특구진흥재단 역할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이사장 선임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라며 "특구진흥재단이 구심점 역할을 하며 과학기술인과 호흡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출연연 한 책임연구원은 "과학기술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이끌었다는 것 자체가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과학계 생태계는 아직 미완성 상태지만 완성의 길로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특구진흥재단 재공모 이후 후보자 공청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 회장은 "이사회에서 특구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고려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라며 "좋은 리더를 선정하기 위해 후보들의 검증 절차는 필수가 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출연연 출신 원로 과학자는 "그동안 특구진흥재단은 고객보다 종업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격이었다"라며 "특구진흥재단 본래 목적으로 돌이킬 전략이 있는 후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런 가운데 특구 구성원들은 무엇보다 새로 올 이사장에 거는 기대가 컸다. 

한 중견 과학자는 "특구의 미래 정책과 방향을 함께 기획하고 고민하는 채널 역할이 필요하다"라며 "기술사업화와 창조경제 뿐만 아니라 과학문화 확산까지 공감할 수 있는 리더가 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구소기업 P 대표는 "특구는 하이테크 고부가가치 기업들이 밀집돼 있다. 하이테크는 타 기술과 융합돼야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라며 "특구의 고부가가치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스타트업 K 대표는 "그동안 특구진흥재단은 '진흥' 단어가 빠졌고, '결과물 내놔라' 수준이었다"라며 "결과물을 걷어가는 이사장이 아닌 공동체와 함께 한다는 철학과 신념이 또렷한 수장이 오고, 자리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