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23일 개방형 과학문화 공간 Space C# 개관
‘화성에서 온 메시지’ 5월 말까지 전시‧‧‧기후변화 문제 예술로 표현

"대덕연구단지에 없던 공간이 만들어졌네요. 아주 신선하고 좋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규호) 디딤돌플라자 'Space C#'에 들어선 방문객들은 새로운 공간 탄생을 환영했다. 연구자와 시민이 소통할 수 있는 과학문화공간이 화학연 정문 디딤돌플라자 1층에 자리 잡았다. 215㎡ 규모의 Space C#은 화학예술 전시, 화학체험교육, 시민참여전시 등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자·기업인·시민·학생·예술인이 소통하는 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화학연은 지난 23일 디딤돌플라자 준공식에 이어 이날 오후 6시, Space C# 개관 기념 특별전 '화성에서 온 메시지'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시관 구축‧전시기획 진행 경과 소개, '케미컬 댄스Ⅱ_화성으로 온 탄소' 공연, 작품 설명 등이 이뤄졌다.

이규호 원장은 기념사에서 "화학은 어렵다고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화학을 알지 못하면 미래를 선도하기 어렵다"며 "과학자와 시민이 소통하고 융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Space C#을 만들었으니 이곳이 화학의 꿈을 키우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관 내부를 둘러보는 사람들 모습. <사진=한효정 기자>
전시관 내부를 둘러보는 사람들 모습. <사진=한효정 기자>
Space C#이란 이름에는 설립 의도가 담겼다. 'C' Chemistry(화학)․Carbon(탄소)․Creativity(창의)․Convergence(융합)․Change(변화)․Comsos(우주)를, '#'은 화학연의 미래상과 과학문화확산의 시너지 향상을 상징한다.

고영주 화학연 대외협력본부장은 "Space C#은 화학콘서트, 시민화학자, 리빙랩, 화학마술쇼, 방송 등 쉼이 있는 복합 과학문화공간으로 확장될 것"이라며 "탄동천 산책로와 앞으로 조성될 과학문화거리에서 Space C#이 중심지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화성에서 온 메시지' 전시는 탄소자원화와 예술을 융합한 탄소아트프로젝트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생명의 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의도로 기획됐다. 오프닝 전시는 오는 5월 31일까지 개최되며 앞으로 화학연은 다양한 작가들과 차기 전시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는 박형준‧김지수‧안가영‧길현 등 국내 작가와 마르쿠츠 베를리(Markuz Wernli)‧아비바 라마니(Aviva Rahmani)‧셔일 사프렌(Cheryl Safren) 등 해외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감독이자 큐레이터인 유현주 감독은 "이번 전시를 위해 화학연 연구원들이 자문을 주셨다"며 "지구라는 커뮤니티 안에서 과학자와 예술가가 화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했고 인류의 문제를 함께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전시 오픈 기념 공연인 '케미컬 댄스Ⅱ_화성으로 온 탄소'는 안가영 작가와 박현미 안무가가 함께 만들었다. 공연자는 디딤돌플라자 1층 로비 바닥에 그려진 분자구조식 위에서 여러 소품들을 이용해 탄소(C)가 옥텟규칙에 따라 공유결합(covalent bond)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이 공연은 '케미컬 댄스Ⅰ_탄소의 춤'과 함께 영상으로 전시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사용지침서도 함께 제공된다.

이날 개관식과 전시 오프닝 행사에는 연구원 직원, 참여 작가, 화학분야 산학연‧문화예술계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특별 공연으로 안가영 작가의 작품 '케미컬 댄스Ⅱ_화성으로 온 탄소'가 공연됐다. <사진=한효정 기자>
특별 공연으로 안가영 작가의 작품 '케미컬 댄스Ⅱ_화성으로 온 탄소'가 공연됐다. <사진=한효정 기자>
◆ 화학으로 쓴 예술 편지 지구인에게 보내다

'화성에서 온 메시지'는 화성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기후변화 문제를 고민한 전시다. 영화 ‘마션’에서처럼 기후변화가 심각해져 화성으로 예술가들이 이주를 한 상황을 가정해, 지구의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화학의 중요성을 예술 언어로 표현했다.

유현주 감독은 "인간은 언젠간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가겠다는 꿈을 꾸지만, 지구를 살릴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전시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박형준 작가의 '호흡, 지구와 몸'에는 우리의 호흡에도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기 위해 관람객이 풍선을 불어 지구본 모양의 설치물에 넣는 코너를 마련했다. 음식물쓰레기에서 유용한 자원을 생산하는 화학연의 분리막 기술 원리를 영상으로도 표현했다.

박형준 작가가 작품 '호흡, 지구와 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박형준 작가가 작품 '호흡, 지구와 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구리 위에 다양한 화학물질로 그려진 세 개의 그림 'Promontorium Protrusia', 'Round ‘n Round', 'Und ‘n Undone'은 셔일 샤프렌(Cheryl Safren, 미국)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기후변화에 적응한 새로운 괴식물종이 출현해 비정상적인 세포 성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이산화탄소가 식물에 영향을 주면서 특정 식물만 살아남고, 다른 생명체들은 하나씩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를 담았다. 작가는 세 작품을 통해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유현주 감독이 셔일 샤프렌의 작품 'Promontorium Protrusia'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유현주 감독이 셔일 샤프렌의 작품 'Promontorium Protrusia'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김지수 작가는 '숨-Ⅱ'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해 지향해야 할 지구 모습을 제시한다. 작가는 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만드는 식물의 특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모래와 이끼를 각각 사막과 녹지의 상징물로 설치하고 그 경계에 성장호르몬 옥신(Auxin)을 서서히 투여한다. 생명의 상징인 녹색식물이 화학물질과 만나 척박한 땅에서 생명을 확장시켜가는 모습은 화학기술로 지구환경이 복원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김지수 작가가 작품 '숨-Ⅱ'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김지수 작가가 작품 '숨-Ⅱ'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길 현 작가의 '자생화-소망꽃이 피었습니다!Ⅰ,Ⅱ'는 인간이 만든 최초의 유기화합물인 요소 결정체가 꽃처럼 피어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화합물인 요소 결정체가 서로 다른 속도와 모습으로 자라는 모습을 생명현상처럼 표현했으며 인간과 화학기술,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자는 소망을 담았다.

길 현 작가의 '자생화-소망꽃이 피었습니다! Ⅰ' <사진=한효정 기자>
길 현 작가의 '자생화-소망꽃이 피었습니다! Ⅰ' <사진=한효정 기자>
작가 마르쿠츠 베를리(Markuz Wernli, 스위스)와 디자이너 사라 다허(Sarah Daher, 네덜란드)의 작품 '아쿠아포밍, 화성!(Aquaforming Mars!)'은 실험을 통해 인간의 소변으로 식물을 기르는 방법을 제안한다. 지구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학연이 해수담수화 기술 등을 개발하는 것처럼, 작가 또한 물이 없는 화성에서 생존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을 구상했다. 이날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소변 기증을 요청하기도 했다. 기증자는 24시간동안 무엇을 먹었는지 그리고 본인의 소변으로 길러진 식물이 자신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을 기증서에 적어야 한다.

마르쿠츠 베를리 작가가 '아쿠아포밍, 화성!(Aquaforming Mars!)'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마르쿠츠 베를리 작가가 '아쿠아포밍, 화성!(Aquaforming Mars!)'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관람객들이 소변으로 기른 식물을 보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관람객들이 소변으로 기른 식물을 보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미국의 생태과학예술가 아비바 라마니의 'The Blued Trees Symphony'는 지구의 해수면 상승이후의 변화된 대륙을 묘사하고 안전한 지역만을 표시한 지도다. 작품 앞에 설치된 나무들은 오선지를 표현한 것이고 여기서 흘러나오는 자연의 음악을 들려준다.

아비바 라마니의 작품 'The Blued Trees Symphony'. 작품 근처에서 음악이 들렸다. <사진=한효정 기자>
아비바 라마니의 작품 'The Blued Trees Symphony'. 작품 근처에서 음악이 들렸다. <사진=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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