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경 UNIST·박도윤 부산대병원 교수팀 공동 연구···암세포 분리 기술 개발
"환자맞춤형 암 치료법 활용 기대"···'분석화학'에 게재 

FAST 디스크의 디자인과 기능. (a)non-FAST의 경우 혈액 샘플이 필터의 기공을 통과할 때 기체-액체 경계면이 형성되며, 모세관 압력(Pc)보다 큰 압력(P)이 가해졌을 때만 여과할 수 있다. (b)FAST가 적용된 랩온어디스크와 휴대용 구동기기의 이미지.<자료=UNIST 제공>
FAST 디스크의 디자인과 기능. (a)non-FAST의 경우 혈액 샘플이 필터의 기공을 통과할 때 기체-액체 경계면이 형성되며, 모세관 압력(Pc)보다 큰 압력(P)이 가해졌을 때만 여과할 수 있다. (b)FAST가 적용된 랩온어디스크와 휴대용 구동기기의 이미지.<자료=UN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혈액 내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암세포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UNIST(총장 정무영)는 조윤경 생명과학부 교수팀이 박도윤 부산대병원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암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혈관 내 순환하는 종양세포를 선택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암은 인류의 사망원인 중 1위를 차지하는 질병으로 암환자 90% 이상은 원발암이 아님 전이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이가 일어나는 동안 암 조직에서 떨어져 혈관 내를 순환하는 종양세포(CTC)는 혈관 내로 침입해 혈류와 함께 떠다니다 다른 조직에 침투해 전이암을 만든다. 

종양세포를 미리 찾아내면 전이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지만, 혈액 1㎖ 속 CTC는 수십 개 미만으로 매우 적어 검출하기 어렵다. 같은 양의 혈액 속에 적혈구는 수십억 개, 백혈구는 수백만 개 존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연구팀은 'FAST(Fluid Assisted Separation Technology)' 기술을 랩온어디스크(Lab-on-a-disc)에 적용해 수㎖의 혈액에서 1분 내에 CTC를 95% 이상의 효율로 포획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랩온어디스크는 디스크 모양의 칩에 미세구조들이 일체화 돼 각종 생화학 반응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바이오칩으로 랩온어디스크에 마이크로 필터를 장착해 크기 차이로 세포를 분리한다. 

FAST 랩온어디스크 위쪽으로 혈액을 넣은 뒤 구동장치에 넣고 회전시키면 크기가 작은 혈구세포가 필터 아래쪽으로 빠져나가고 CTC만 남는다. 필터는 랩온어디스크 가운데에 들어가는데 혈액이 걸러지는 아래쪽에는 항상 물이 채워진다. 

채워진 물이 '마중물' 역할을 해 혈액이 필터 전면에서 고르게 걸러져 CTC가 손상되는 것을 막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기존 CTC 검출은 혈액에 복잡한 전처리 과정을 해야 하고 비싼 시료도 필요했다. 또 CTC 표면에 있는 단백질을 이용하는 방식은 정확도 부분에서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 142명의 암환자와 50명의 정상인 혈액 검사를 진행해 CTC 검출 성능을 검증했다. 

조 교수는 "폐암환자의 혈액에서 분리한 CTC에서 조직검사 때와 동일한 유전정보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분자진단이나 맞춤형 진료에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소형 장비를 활용하고 사용법이 매우 간단해 병원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기술"이라며 "조직 검사가 아닌 채혈만으로 암세포를 검출할 수 있어 향후 전이암의 조직 진단이나 항암치료 효과의 모니터링 등 암의 진단과 치료에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임상현장 발굴 국가핵심 중개연구 사업과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을 통해 이뤄졌으며, 기술은 국내 벤처 기업 클리노믹스에 이전됐다. 연구성과는 분석 분야 학술지 '분석화학(Analytical Chemistry)' 최신호 표지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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