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연·지질자원연·철도연 등 78개 기관 참여해 연구현장 방문
백용 복합재난대응 융합단장 "현장 경험과 국민 목소리 담아 국가 안전 최선 다할 것"

거제도에 위치한 석유비축기지를 방문한 과학자들. 2년간 70회의 만남의 통해 과제를 도출하며 지난해 하반기 복합재난대응 융합연구단에 선정됐다.<사진= 복합재난대응 융합연구단 제공>
거제도에 위치한 석유비축기지를 방문한 과학자들. 2년간 70회의 만남의 통해 과제를 도출하며 지난해 하반기 복합재난대응 융합연구단에 선정됐다.<사진= 복합재난대응 융합연구단 제공>
일산에서 시작해 목포, 제주도를 거쳐 부여, 서울, 포항, 속초에 이어 대구까지.

전국을 누볐다. 한두명도 아니고 78개 기관의 과학자 250여명이 전국의 연구현장을 방문하며 재밌게 이야기 꽃을 피웠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처음에는 연구분야가 다른 것은 기본, 연구소 위치가 곳곳에 흩어져 있어 한 번 만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연구자들은 당장의 연구활동이 아닌 클러스터 모임에 개인시간을 별도로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도 현장에서 만나 재미있게 판을 만들어 보자고."

그렇게 시작됐다. 2014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클러스터 선정에 이어 지난해 실용화형 융합연구단에 이름을 올린 '복합재난대응 융합연구단(단장 백용)'의 출발점이다.

◆ "한 달에 2번 만나며 정보 공유하고 이야기로 시작"

사회기반시설 재난예방 및 대응 기술 융합클러스터(이하 융합클러스터)는 체계적이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국민의 안전과 과학기술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면서 현장에 중점을 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중심축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철도연구원 등이 참여한 융합클러스터는 도심지 시설물, 대형지하산업시설물, 광역교통시설물, 사이버 보안 등 4개 분과를 구성했다.

각 분과별 인원은 적게는 10개 기관 34명, 많게는 35개 기관 95명으로 전체 인원만 246명. 한번 이동하는 것도 어렵고 마음을 같이 모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준비는 건설연에서 맡았고 융합의 필요성에 공감한 연구자들이 어려운 가운데 참석했다. 융합클러스터 운영 2년간 70회의 만남이 이뤄졌다. 월 2회 이상 만난셈이다. 

"각 분과별 연구 성격 상 도심지에 위치한 곳도 있지만 목포, 제주까지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연구소들이 많았어요. 일단 구성원들의 랩을 가보기로 했어요. 많게는 한 달에 2번 정도 만나서 평소 가보지 못하는 다른 연구소 랩 현장까지 들여다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죠."

백용 단장은 "다른 연구소는 많이 가지만 랩 구석구석까지 둘러보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라면서 "현장 곳곳을 가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많이 나왔고 서로 정보도 공유하며 협력점이 보이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융합클러스터 참여자들은 전남 목표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주의 국립기상과학원, 경주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등 곳곳을 둘러보고 기술을 논의하며 정책과 방향을 설정했다. 또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국가 재해와 재난 대응을 위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 "2년 동안 재밌게 보냈더니, 연구단 선정"

전국의 랩을 방문하며 출연연간 벽을 낮추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했다.<사진=복합재난대응 융합연구단 제공>
전국의 랩을 방문하며 출연연간 벽을 낮추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했다.<사진=복합재난대응 융합연구단 제공>
"2년 동안 화합하며 재밌게 보냈어요. 그러면서 출연연간 느껴졌던 벽도 낮아졌고요. 기업도 방문하는 등 다양한 활동 속에서 각각의 기술소개부터 방향성까지 아이디어도 속속 나왔고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 방향도 분명하게 잡아갔다. 관련 기술특허분석과 기술조사 등을 바탕으로 문제해결형 과제를 도출했다.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분과별 기술 소개도 세심하게 배려했다. 각각의 기술을 일러스트로 제작, 한 눈에 보며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2016년 하반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실용화형 융합연구단에 선정됐다.

융합클러스터 모임에 참여했던 한 과학자는 "융합 클러스터 모임은 출연연간 벽을 낮추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열심히 해도 성과에 반영되지 않는 별도의 업무로 볼 수 있어 부담이 되는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평소에는 가볼 수 없었던 연구시설을 보면서 우리가 모른 분야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리고 다른 연구소의 과학자들과 자주 보면서 많이 친해진 것은 큰 성과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거제도의 석유비축기지를 다녀왔다는 한 과학자는 "보안시설은 연구자들도 이유없이 방문하기 어렵다. 융합클러스터 모임을 통해 방문한 현장이 꽤 많다"면서 "다른분야를 보는 것만으도 자극을 받는다. 시간 제약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연구자간 벽없이 만날 수 있는 모임이 필요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융합클러스터장에 이어 융합연구단 수장을 맡은 백용 단장은  "현장을 알고 모르고는 연구과제 기획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면서 "융합연구단이 착수되면서 연구도 본격 이뤄지게 된다. 그동안 기반을 잘 다진 만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며 국민의 안전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융합연구단은 3년간 매년 90억원씩 27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백 단장은 "앞으로 재해·재난 위험요소를 사전에 예측하고, 사고 발생 시 필요한 정보를 수집·분석·통합해 신속한 대응과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어하는 시스템 개발을 맡게 된다"면서 "1, 2차년도에 각 요소별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3차 년도에는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실제 현장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검증시험을 거쳐 실용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융합생태계 조성을 위해 임무연계형, 산업밀착형, 초기탐색형으로 구분, 2014년 1기,  2015년 2기로 구분 각각 10개의 융합클러스터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융합클러스터의 주요 활동은 각 연구소별 연구자간 친목을 도모하며 융합형 과제를 도출하는데 있다.

융합클러스터 모임 참석자들이 랩 현장 방문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사진=복합재난대응 융합연구단 제공>
융합클러스터 모임 참석자들이 랩 현장 방문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사진=복합재난대응 융합연구단 제공>

복합재난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일러스트.<사진=복합재난대응 융합연구단 제공>
복합재난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일러스트.<사진=복합재난대응 융합연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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