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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발견 후 6년 만에 빛 본 '연구성과'

장종산 화학연 박사팀 "실험 결과는 의도적으로 조작하지 않는한 진실"
"새로운 발견, 셰일가스, 천연가스 속 질소 낮은 비용으로 제거 기대“
장종산 박사가 하이브리드 나노세공소재의 질소흡착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장종산 박사가 하이브리드 나노세공소재의 질소흡착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하이브리드 나노세공소재를 이용해 공기 속의 질소를 분리하는 연구는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되었어요. 그런데 선택적으로 질소를 흡착할 수 있다는 결과는 누구도 얻지 못했지요. 우리는 6년전 우연히 질소에 대한 특이성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동일 물질로 정반대의 결과만 알려졌기 때문에 외국의 공동연구자들조차 믿으려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여러 그룹과 협력연구 끝에 기회가 오면서 입증하게 됐고요. 그야말로 세렌디피티죠."(웃음)

처음 연구결과를 얻은 지 6년 만에 빛을 보게 된 한국화학연구원의 질소흡착 물질. 장종산 박사는 결과를 공식 인정받기까지 과정을 세렌디피티의 법칙(Serendipity's Law)에 비유했다. 세렌디피티는 노력 끝에 찾아온 우연한 행운을 의미하는 말로 노벨상 수상자들이 많이 인용하기도 한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규호) 화학공정(CCP) 융합연구단의 장종산 박사와 윤지웅 박사 연구팀이 세렌디피티의 법칙에 걸 맞는 성과를 내 주목된다. 

연구팀은 화학연 장현주 박사팀과 배윤상 연세대 교수팀, KAIST 정유성 교수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공동으로 3가 크롬 이온과 유기산 화합물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나노세공소재가 질소를 선택적으로 흡착할 수 있다는 특성을 처음으로 밝히는데 성공했다.

◆ "실험 결과는 의도적으로 조작하지 않는 한 진실"

천연가스나 셰일가스는 메탄가스와 질소 등이 포함돼 있다. 메탄가스는 도시가스나 연료로 사용되는데 메탄이 높은 열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질소를 선택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무엇보다 질소가 포함된 상태로 사용할 경우 질소산화물을 배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어 질소 제거는 필수다. 

하지만 질소는 가장 흔한 기체이면서 활성이 낮아 흡착이 어려운게 사실이다. 현재 산소와 질소 분리에는 리튬계 제올라이트와 칼슘계 제올라이트 흡착제가 사용된다. 하지만 리튬계는 가격이 높고 칼슘계는 흡착률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이는 메탄과 질소 분리에는 효과가 없어 사용이 제한적이다. 메탄과 질소 분리에는 티타늄계 제올라이트가 사용된다. 그러나 질소 흡착량이 낮아 아직까지 상업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상태다.

산업현장에서는 천연가스의 질소 분리를 위해 초저온 증류법이 사용되는데 다량의 냉각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문제와 거대 장치가 필요해 비용 부담이 크다. 때문에 각국은 질소를 흡착할 수 있는 물질 개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장종산 박사 연구팀은 자연계 뿌리혹박테리아에 포함된 전이금속 이온이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빈자리가 질소를 강하게 결합하는 특성에 관심이 많았다. 일종의 자연모사다.

연구팀은 뿌리혹박테리아의 특성을 활용, 물을 사용하는 냉방시스템의 수분흡착제를 연구하던 중 하이브리드 나노세공소재의 새로운 특성을 발견했다. 하이브리드 나노세공소재 골격의 금속이온이 결합 후 발생하는 빈자리를 통해 질소를 강하게 선택적으로 흡착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장 박사는 "수분흡착제의 금속 이온에서 빈자리를 만들려면 조심스럽게 물 분자를 제거해주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윤지웅 박사가 기존과 다른 환경에서 수많은 실험을 했다"면서 "기존 연구는 물질의 안정성을 고려해 보통 150도 정도의 환경에서 처리 하는데 우리는 온도와 처리조건을 다르게 해서 새로운 특성들을 보려고 시도했다"고 연구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다 250도 환경에서 실험하니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 보였다. 기존 결과와 정반대로 하이브리드 나노세공소재도 질소를 흡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하이브리드 나노세공소재가 일정 환경에서 결합할 경우 빈자리를 갖게 되고 빈자리에서 질소를 흡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또 메탄과 산소 모두에서 질소를 강하게 흡착해 분리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장 박사에 의하면 크롬이온의 분자궤도와 질소의 분자궤도가 겹쳐지는 자리에서 전자를 주고받는 역결합으로 질소 흡착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6년 전 처음 이 현상을 발견했을 당시에는 기존과 정반대 결과로 외부에 공개하지 못했다. 진행되던 과제 수행으로 제대로 확인해볼 기회도 없었다. 그러다 윤 박사가 프랑스 CNRS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게 되면서 연구를 지속하게 되고 다시 실험이 시작됐다. 이후 장 박사의 조언과 공동연구팀의 협력으로 첫 발견 6년 만에 결과가 공식 인정받으며 빛을 보기에 이른다.

화학연의 성과는 기존 공기분리용 리튬계 제올라이트에 비해 29%이상, 메탄 분리용 티타늄계 제올라이트에 비해서는 2배 이상 질소 흡착량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결과는 한국과 미국 특허로도 출원됐다. 이번 성과로 기존 셰일가스, 천연가스, 바이오가스에서 질소를 제거하는데 쓰이는 초저온 냉각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 박사는 "실험은 일부러 조작하지 않는한 진실하다. 그 믿음으로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면서 "하이브리드 나노세공소재 흡착물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연구 된 물질이지만 질소 흡착 특성을 밝힌 것은 화학연이 처음"이라고 연구의의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질소 흡착제는 천연가스 액화나 조선해양에 많은 LNG 운반선에서 활용될 수 있다. 운반선의 질소를 지속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폭발위험도 있고 액화가 어려워 막대한 에너지를 활용해 초저온 증류법으로 분리하고 있다"면서 "이번 성과로 이미 산업계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 해양조선업과 산업용 분리공정에서 미래형 질소 흡착소재 효율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지원하는 '화학공정 융합연구단(단장 박용기) 과제와 미래부의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의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연구단(단장 김광호)' 과제로 진행됐다.

연구는 장종산 화학연 박사가 주도하고 윤지웅 박사가 제1저자로, 배윤상 연세대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성과는 재료과학분야 '네이처 머티리얼스'지 온라인판에 지난 12월 19일 공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 장종산 박사 연구팀.<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한국화학연구원 장종산 박사 연구팀.<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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