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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료 세금폭탄' 기재부 강행···연구현장 '뿔났다'

[핫이슈]직무발명보상금 과세 법령 입법예고···19일까지 온라인 의견수렴
기재부 "대법원 판례 잘못됐다"···근로소득으로 규정될 경우 최대 40% 과세
김경진 국회의원 "기재부가 강행하면 감면혜택 신설하는 개정 작업 필요"
기술료 등 직무발명보상금(등록보상, 기술이전보상 동일)을 근로소득으로 구분하고 과세를 부과하는 세법시행령 개정이 입법 예고되며 새해 벽두부터 연구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지난 12월 29일 통합입법예고센터에 '소득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하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오는 19일까지 여론 수렴에 들어갔다.

개정안에 따르면 '발명진흥법'에 따른 직무발명보상금은 근로소득(퇴직 후에는 기타소득)으로 구분되고, 비과세 한도는 연 300만원까지만 가능하게 된다. 

개정 이유는 직무발명보상금은 직무 중 발생한 근로소득인만큼 명확히 과세대상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발명을 진흥하기 위해 시작된 '발명진흥법'의 취지를 살리고자 연 300만원까지는 비과세로 한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현행 직무발명보상제도에서는 발명자가 받는 직무발명보상금의 100%를 비과세로, 법인이 지급한 직무발명보상금은 100% 비용으로 처리된다. 

법안이 개정될 경우 발명자는 300만원을 제외한 직무발명보상금에 대해 최고 40%까지의 세금을 내야한다.

가령 연봉 8000만원의 연구자가 연구성과를 1억원에 기술이전했을 경우 기존에는 4000만원은 법인에게, 나머지 6000만원은 발명자에게 직무발명보상금으로 지급됐다.

앞으로는 직무발명보상금이 근로소득에 포함되므로 기술이전금액 1억원 중 4000만원은 법인에게 지급되지만 발명자는 소득세와 지방세, 의료보험료 납부 등을 제외한 3500만원 정도만 받게 된다. 2500만원 가량을 세금으로 내야하는 셈이다. 

◆ 연구현장 "발명진흥법 취지 몰락" 

정부출연기관들의 기술이전 건수와 금액 현황.<자료=국가과학기술연구회 발췌>정부출연기관들의 기술이전 건수와 금액 현황.<자료=국가과학기술연구회 발췌>

정부는 1994년 발명진흥법을 제정하고 2009년 일부개정을 통해 직무발명보상제도를 시행해 왔다. 발명을 장려하고 성과의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촉진해 기술경쟁력을 제고하고 국가 부흥을 이끌겠다는 취지에서다. 또 산업현장의 기술반출과 핵심기술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연구현장에서 기재부의 이번 움직임에 당황해하는 이유는 직무발명보상금의 과세가 핵심이 아니다. 비과세 규모가 현장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데 공분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연구회) 통합통계정보서비스의 정부출연기관별 기술이전 추이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 연구회 소관 25개 정부출연기관의 기술이전 건수는 2076건, 금액은 802억7200만원이다.

얼핏 계산해도 기술이전 한 건당 최소 300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100만원이라는 평균지급 기준이 연구현장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출연기관의 직무발명보상제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대전지방국세청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ETRI,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정부출연기관의 기술료를 근로소득으로 보고 과세를 추징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당시 대법원은 출연연의 기술료는 근로소득이 아닌 직무 발명이므로 비과세라고 판결하며 일단락된 바 있다.

기획재정부의 김성수 사무관은 "대법원이 근로소득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직무발명보상금은 근로소득"이라면서 "이번에 법률을 명확히 바로 잡기 위해 입법예고를 하게된 것"이라고 정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발명진흥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 특허청에 확인한 결과 일반적인 등록 보상금 규모가 100만원 정도였다"면서 "등록보상금과 기술이전보상금 구분없이 그 세배인 300만원까지 비과세키로 했다. 기업과 정부출연기관 모두 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출연연의 한 과학자는 "연간 300만원 한도의 기술료만 비과세로 인정한다는 것은 발명진흥 취지에 맞지 않는다. 기술사업화를 위해 산학연이 힘을 모으고 있는데 정부 정책은 찬물을 끼얺는 양상"이라면서 "PBS 제도로 연구과제가 조각난 것도 모자라 기술료 비과세 규모를 30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우려했다.

과학기술 특허 전문 한 변리사는 "대한민국의 원동력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과학기술력일 것"이라며 "현 국내 상황은 과학기술 활성화를 통해 국가발전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데 이번 입법예고는 안타깝고 아쉬움이 크다"고 걱정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도 기재부의 움직임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기재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과학자의 창의적인 연구활동과 기업으로의 기술이전 등 기술사업화 촉진을 통한 경제 발전 기여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원자력연구원의 콜마비앤에이치의 성공 사례와 대박 나는 연구원을 계속해서 양성해 나가야 할 시점에, 정부가 과학자를 세금을 추징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만일 기재부가 동 시행령 개정안을 강행한다면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서라도 직무발명 보상에 대해서는 감면혜택을 신설하는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권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에서는 직무발명을 장려하기 위해 직무발명보상제도 등의 실시에 관한 지원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면서 그와 반대로 직무발명보상금의 비과세를 연 300만원까지만 보장해준다면 법에서 말하는 종업원이나 법인의 임원, 공무원 등의 발명의욕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그에 대한 보상심리인 조세 전가로 인해 기술이전 금액이 큰 폭으로 증가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기술연구개발 및 개발 의욕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4차산업혁명, 국내외 정세 등을 타개하고 우리나라가 미래를 주도하기 위해 각종 R&D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는 시점에서 기재부의 입법예고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 국회에서 이를 저지할 장치도 없다. 하지만 국회차원에서 고민해 보겠다. 부처간 논의가 이뤄졌을텐데 미래부에서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이는 명백히 직무유기"라고 일갈했다.

한편 입법절차는 입법예고 후 규제심사(15~20일)와 법제처 심사(20~30일), 차관회의 심의(7~10일), 국무회의 심의(약 5일), 대통령 제가(7~10일), 공포(3~4일) 절차를 거친다. 일반적으로 입법까지 보통 5~7개월이 소요되지만 단축, 연장될 수도 있다.

이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은 오는 19일까지 통합입법예고센터(http://opinion.lawmaking.go.kr)를 통해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된다. 또 기획재정부(소득세제과, 전화 (044)215-4211,4216 팩스 (044) 215-8067, 이메일 kss1257@korea.kr)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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