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대학으로 통폐합'···방안에 "또 흔드나?"

박진 KDI 교수, 9일 국회서 ‘출연연과 대학 통합안’ 발표
올 여름 보고서 형태로 출판 예정…차기 정권 제안 활용
박진 KDI 교수가 9일 국회에서  '출연연과 대학 통합안' 을 제안했다.<사진=김지영 기자>박진 KDI 교수가 9일 국회에서 '출연연과 대학 통합안' 을 제안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학으로 이관하자는 내용의 '출연연 개편방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출연연 소속을 대학에 이관해 출연연의 자율성과 리더쉽을 안정화 시키자'는 내용으로 과학기술계의 파장이 예상된다.
 
출연연과 대학의 통폐합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1년 KIST와 KAIST의 통합 추진에 이어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시절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KAIST 통합 노력이 현장 반발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박진 KDI 대학원 교수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거버넌스 개혁' 세미나에서 '출연연과 대학 통합안' 주제발표를 하며 출연연 통폐합 카드를 꺼냈다. 이유는 출연연 예산투입에 비해 성과가 미흡하며, 현재 대학과 출연연이 차별화가 없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성과미흡과 대학과 출연연간 차별성 제로의 가장 큰 이유를 정부정책, 출연연, 거버넌스 문제 등에서 찾았다. 산학연간 경쟁구도로 인한 대형과제 집중 불가능, PBS 제도로 연구보다 연구수주 및 행정에 몰두하는 등 장벽존재, 성과에 대한 평가환류체계 미흡, 정부의 과도한 통제와 단기실적주의 등이 단적인 예다.
 
그는 "이는 출연연 잘못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정부정책, 출연연만 바뀐다고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버넌스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가 제시한 거버넌스 변화는 출연연을 대학으로 이관하고 남은 기관들은 통폐합해 대학이나 민간으로 이관하는 것이다. 특히 그는 KAIST와 DGIST, GIST, UST 등 과학기술 특화대학의 부설로 연구기관화시키는 개편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대학에 의한 출연연 운영으로 자율성 강화, 리더십 안정화로 내부경영 개선, 대학 내 자원 배분 유연성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강제적 이관에는 반대하며 "출연연이 스스로 대학으로 이관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방안은 KDI가 자체 연구과제로 수행 중으로 올 3월까지 추가 연구해 올해 여름 보고서 형태로 출판을 예정하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장의 의견을 더 수렴해 차기 정권에 해당 안이 활용되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토론자들은 현재의 거버넌스 모습을 더 지켜봐줄 것과 차기 정권에서 무리한 통합에 반대하는 등 의견을 내놓았다.<사진=김지영 기자>토론자들은 현재의 거버넌스 모습을 더 지켜봐줄 것과 차기 정권에서 무리한 통합에 반대하는 등 의견을 내놓았다.<사진=김지영 기자>

과학계는 정권 교체 때 마다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아왔다. 트라우마 때문인지 토론이 끝나도록 참석자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경청하며 활발하게 토론했다. 토론에서 연구자들은 출연연-대학 통합에 반대의견을 비쳤다.
 
정순용 한국화학연구원 부원장(출연연 혁신위원장)은 박진 교수가 지적한 출연연 성과미흡에 대해 "출연연은 논문만 쓰지 않는다. 장기 원천연구와 함께 중소기업지원, 사회문제 해결 등 논문이나 기술료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며 "출연연을 다시 흐트러뜨려 대학으로 이관, 통폐합하는 개편은 현실적이지도 않다"라고 반대했다.

그는 이어 출연연 거버넌스의 현재 모습(단일연구회 체제)을 더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출연연간 융합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정책하기 위해 거버넌스가 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일 필요가 있다"며 "또 다른 형태로 거버넌스가 흔들릴 경우 일선 연구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출연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인식이 거버넌스 자체보다 중요하다. 이런 시각에서 논의가 활성화 돼야한다"고 말했다.
 
엄미정 STEPI 전략기획실장은 "당장 다음 정권에서 출연연-대학 통합은 위험하다"고 피력했다. 내부 직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2~3년간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기에 생산적인 일을 하기 어려운 등 사회적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출연연의 문제를 푸는 것이 맞는지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엄 실장은 "조직의 문제는 조직이 풀고 정책의 문제는 정책으로 충분히 풀 수 있는데 왜 이것을 대학과 출연연 통합으로 풀려고 하는지 궁금하다"며 "통합에 대한 확신을 하는 이유를 더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유명희 KIST 책임연구원 역시 "우리나라에서 KAIST는 우수한 대학이지만 통합으로 정말 경쟁력이 있는지 담보할 수 있을까. 통합을 통한 구조개혁 이전에 충분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과거 KIST와 KAIST 통합으로 인한 출연연 종사자들의 사기 저하 등 트라우마 등도 고려해야할 것을 주문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역시 "출연연의 역할 중 하나가 불모지 개척이다. 대학으로 출연연을 이관했을 때 이런 역할이 가능한지, 또 전문연구소가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없다"면서 "선진국을 따라하고 벤치마킹해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만의 독특한 모델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승조 서울대 교수는 출연연의 대학 이관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출연연이 목표하고 지향하던 목표가 주변 상황이 변화면서 달라졌다. 이제는 변화해야하는 때"라며 "출연연이 미래 대비를 위한 큰 비전을 가지고 가야한다. 이관먼저 하지 말고 연구그룹핑화를 먼저하고 이관하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이 외에도 행사에 참석한 연구자들은 ▲출연연의 진짜 목적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출연연을 대학에 이관함으로써 거버넌스와 자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출연연 개편보다 공무원의 비전문성과 비효율성이 더 핵심이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행사에는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오세정, 진영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권 교체 때 마다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아온 과학계는 트라우마 때문인지 토론이 끝나도록 참석자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사진=김지영 기자>정권 교체 때 마다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아온 과학계는 트라우마 때문인지 토론이 끝나도록 참석자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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