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멘토' 나선 KAIST 학생들

한마음교육봉사단에서 지속적인 봉사활동 위해 'SEED' 동아리 만들어
다문화 가정 중학생 학습 멘토로 나선 KAIST 시드 동아리 학생들. 왼쪽부터 김상준 기계공학과 석사 3학기, 양세린 전산학과 2학년, 조준모 전기전자과 2학년. <사진=길애경 기자> 다문화 가정 중학생 학습 멘토로 나선 KAIST 시드 동아리 학생들. 왼쪽부터 김상준 기계공학과 석사 3학기, 양세린 전산학과 2학년, 조준모 전기전자과 2학년. <사진=길애경 기자>

"중학생 수학 수업을 맡고 있는데 영상 제작을 위해 카메라를 켜놓고 혼자 촬영하고 편집까지 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어요.(웃음) 지금은 시험 일정 등과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업 내용을 방학때 집중해서 촬영하는 등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양세린 KAIST 전산학과 2학년)

"수강생과 봉사 참여자가 늘면서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SEED'라는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수강생이 적어 8~9명으로 가능했는데 중학생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봉사 참여자를 더 늘릴 계획입니다."(조준모 KAIST 전기전자과 2학년)

"총괄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중학생 친구들의 학습 진행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친구들이 어려워하면 이를 반영해 학습계획을 짜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김상준 KAIST 기계공학과 석사 3학기)

다문화 가정 중학생들의 멘토로 나선 KAIST 'SEED' 동아리 학생들. 기말고사를 전날 마친 때문인지 다소 지쳐보였다. 하지만 그간의 봉사 활동 이야기가 시작되자 생기가 넘친다.

학생들은 다문화 가정의 안착을 돕는 '한마음교육봉사단(단장 최병규 KAIST 명예교수)'에서 중학생들에게 수학 공부를 지원하는 봉사 활동을 하면서 처음 만나게 됐단다. 초기의 낯설음은  '다문화 가정을 위한 봉사활동'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쉽게 극복됐다.

지금은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위해  '시드(SEED)'라는 봉사 동아리도 만들었다. 

◆ "혼밥 혼술이 트렌드지만 공부는 나눌수록 재미"

시드 동아리 학생들은 중학생 수학 교안도 직접 만들고 영상도 직접 촬영한다. 사진은 양세린 학생의 수업  동영상 일부.<사진= 양세린 학생 제공>시드 동아리 학생들은 중학생 수학 교안도 직접 만들고 영상도 직접 촬영한다. 사진은 양세린 학생의 수업 동영상 일부.<사진= 양세린 학생 제공>

"고교시기 영재학교에 다니면서 지역의 어려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과 과학을 지도했었는데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같이 나누면서 재미를 느꼈어요. 대학에 와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초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를 보고 바로 지원했어요."

양세린 전산학과 학생의 이야기다. 대부분의 시드 회원들이 봉사에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드 회원은 20여명. 다문화 가정 중학생들의 수학을 지도한다. 온라인 수업은 물론 SNS에 올라온 질문에도 시간이 되는 회원들이 실시간 답하며 돕는다. 아직 정기적이지는 않지만 오프라인에서도 중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형, 언니 역할도 기꺼이 맡는다.

온라인 수업은 시드 회원들이 동영상 속 교사로 나선다. 전체 회원 중 7~8명정도가 중학교 교과서 등 선정된 도서를 바탕으로 직접 수업 교안을 만들고 동영상도 촬영한다. 촬영은 회원이 스스로 하고 편집도 마쳐야 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때문에 회원들은 시험과 학회 일정을 피해 주말이나 방학기간 중에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수학은 어렵지 않은데 교안 만들기는 쉽지 않아요. 중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이해가 잘 되도록 쉽게 설명해야하는 것도 고민이 필요하고요. 또 중학생들이 영상을 보고 '소리가 작다' '칠판이 잘 안보인다' 등 보내오는 피드백을 반영해서 지도법을 달리 하기도 합니다."

시드의 회장을 맡고 있는 조준모 전기전자과 학생은 인터넷 강의에 매력을 느껴 참여하게 됐다. 그는 "중학교 1학년의 심화 학습을 맡고 있는데 방학을 이용해 강의계획서를 만들고 촬영도 마치기 때문에 시험이나 수업 등 일정 조정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조준모 학생은 순수한 봉사활동을 위해 한마음교육봉사단에서 지급하는 약간의 봉사료도 반납했다. 또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동아리 '시드' 구성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그는 "봉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속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봉사에 참여하는 학생과 관심있는 학생을 중심으로 동아리를 만들었다. 20여명의 회원 중 8명정도가 강의에 나서고 있는데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해 올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회원 확보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KAIST 재학생들은 학비 등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다. 또래 친구들은 학비를 벌기위해 아르바이트도 하고 빡빡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국가의 지원에 대한 보상으로 봉사활동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조율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문화 가정의 중학생들이 낙오자없이 수업에 참여하도록 운영을 돕는 학생도 있다. 김상준 KAIST 기계공학과 석사 과정생은 총괄을 맡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중학생이 온라인 강의와 형성평가, 숙제문제 풀이, 총괄평가 등을 빠지지 않고 참여하도록 매주 개인별로 확인한다.

김상준 석사 과정생은 "학생들과 직접 만나지 않지만 평가와 숙제풀이 한 내용을 한명씩 보다보면 힘들어 하는 친구도 있고 성적이 오르는 친구도 있어 무척 가깝게 느껴진다"면서 "매주 한명씩 확인하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학생들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도 크다"고 참여 의미를 밝혔다.  

다문화 가정 중학생들의 오프라인 수업은 한마음교육봉사단장인 최병규 명예교수가 맡고 있다. 별도의 공간에서 2주에 한번씩 중학생들을 위한 시험 문제를 준비하고 채점을 통해 학생들을 지도한다. 별도의 과외인셈이다.

KAIST 형, 누나를 학습 멘토로 둔 다문화 가정 중학생들의 성적 변화가 있었을까. 매봉중학교 1학년인 김 모군은 "학원에 다닐때는 성적이 많이 오르지 않았는데 한마음봉사단 수업을 받으면서 중위권이던 성적이 상위권으로 올랐다"면서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 다문화 가정의 사회 안착 위해 나선 '한마음교육봉사단'

최병규 교수는 2주에 한번 오프라인에서 다문화 가정 중학생의 수학, 영어 평가시험과 지도를 맡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최병규 교수는 2주에 한번 오프라인에서 다문화 가정 중학생의 수학, 영어 평가시험과 지도를 맡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국내 다문화 가정의 자녀수는 2014년 기준 20만명이 넘는다. 매년 1만명 이상씩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다문화 가정의 부모 중 상당수는 한국의 교육제도와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자녀 교육과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다문화 가정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률은 93%에 이르지만 중·고등학교 진학률은 75%수준, 대학 진학률은 5%로 급격히 떨어진다.

최병규 KAIST 산업공학과 명예교수는 이런 문제 해소에 기여하고자 2014년 한마음교육봉사단(이하 한마음봉사단)을 발족했다. 한마음봉사단은 일회성 행사가 아닌 다문화 가정의 엄마교육을 위해 엄마학교를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엄마들이 초등학교 자녀를 직접 지도할 수 있도록 한글 등 수업이 진행되며 참여 엄마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김엘레나 씨는 "한마음봉사단 수업을 통해 초등학교에 다니는 둘째아이는 직접 지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아이들 오프라인 수업이 있는 2주에 한번 엄마들과 같이 만나면서 사춘기를 맞은 아들의 마음도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봉사단과 시드 학생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병규 교수는 "KAIST 교수와 일선 초등학교 교사들이 참여해 다문화가정의 엄마들 수업을 지도하는데 엄마들 대부분 검정고시까지 통과했다"면서 "엄마들이 같이 공부하며 개인적인 고민도 나누고 검정고시 시험에 합격하면서 자신감도 상승했다. 지금은 먼저 공부한 엄마들이 교사로 나서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가정 엄마와 자녀들이 겨울 방학전 마지막 수업 후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 서로 자녀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사진=길애경 기자>다문화 가정 엄마와 자녀들이 겨울 방학전 마지막 수업 후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 서로 자녀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사진=길애경 기자>
길애경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