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RD, 과학과 함께 하는 '겨울나기' 이야기 소개

첫 눈은 로망으로 기다렸지만, 쌓인 눈은 제설작업의 한숨을 쉬게 한다. 푹푹 찌는 날씨에 짜증을 냈지만 어느새 '차라리 더운 게 낫지'라며 여름을 생각하게 만드는 겨울이다.

겨울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옷을 하나 둘 껴입고, 감기예방에 좋은 음식을 먹으며, 건조해지지 않게 가습기를 켠다. 비단 사람뿐 아니라 동·식물들도 겨울을 준비하고, 적응한다.

과학이 발전하며 겨울과 관련된 과학현상이 밝혀질수록 우리의 조상들은 어떻게 겨울을 나는 방법을 찾았는지 궁금하게 한다. '얼어 죽지 않으려고 온갖 걸 다해봤다'라는 절박한 대답이 나올 수도 있지만 말이다.

1년에 한 번씩 우리를 찾아오는 겨울. 이를 반겨주는 우리의 모습은 과학기술이 발전하며 변하고 있다. 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원장 류용섭)는 겨울 속 숨겨진 과학들을 살펴보는 과학 겨울나기를 준비했다.

◆ 독한 녀석이 찾아왔다···독감과 백신

날씨가 조금만 추워져도 나오는 말이 있으니, '감기 조심하세요'다. 시도 때도 없이 우리 건강을 노리는 감기. 하지만 이번엔 말 그대로 '독한 녀석들'이 찾아왔다. 심지어 조류들에게도 찾아와 전국의 닭과 오리 농가는 초비상 사태다.

독감과 감기는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질병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며 고열과 심한 기침, 인후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폐렴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으로 발전해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수 백가지의 감기 바이러스와는 달리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므로 시기에 맞춰 백신 접종을 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성질에 따라 크게 A형·B형·C형 등이 발견되었고, 이 중 A형과 B형이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이는 예방접종을 하러 갔을 경우 자주 보게 된다. '3가 백신'과 '4가 백신'의 차이를 살펴보면 A형의 H1N1과 H3N2, B형의 빅토리아와 야마가타 등의 명칭이 붙은 걸 볼 수 있다. 백신은 해당 병원체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형성하게 한다.

바이러스의 항원을 알고 있기에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어떨까? 이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09년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플루'다. 정확한 명칭은 '신종 인플루엔자 A(H1N1)'로 현재는 A형 독감 백신에 포함되어 있다.

표면의 H항원과 N항원의 형태에 따라 'H1N1', 'H3N2' 같은 명칭이 따로 붙는다. A형 인플루엔자의 항원들은 매년 조금씩 소변이를 일으키기에 백신도 따라서 새로 접종을 하게 된다. 그러나 기존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항원으로의 대변이를 일으키는 경우는 백신의 개발이 늦어질 수밖에 없고,인류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독감 뿐만 아니라 최근 메르스, 에볼라 등의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 때마다 인류는 새로운 백신을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끊임없는 창과 방패의 대결, 바이러스들이 '어휴 저 독한 인간들'이라며 포기할 날이 오진 않을까?

◆ 이거 방탄유니폼이야~!···스케이트 유니폼의 과학

대표적인 겨울 스포츠로 유명한 스케이트. 하계 올림픽에 양궁이 있다면, 동계 올림픽엔 쇼트트랙이 있다. 여기에 최근 스피드 스케이팅도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스케이트 유니폼에도 숨겨진 과학이 있다.

쇼트트랙의 경우 111.12m의 트랙 한 바퀴를 지속적으로 달려야 한다. 가장 짧은 500m부터 가장 긴 3000m까지 달려야 할 거리는 다르지만, 승리 조건은 똑같다. '가장 먼저 들어온 사람'이 우승자가 되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주행 전략을 달리해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한다.

이때 가장 크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선수의 편의성이다. 코너 구간이 잦은 쇼트트랙은 원심력의 영향을 많이 받고,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 허리를 굽혀 수직항력의 축을 기울인다. 쇼트트랙 경기를 보면 뒷짐을 지고 허리를 굽힌 채 주행하는 모습이 보이는 이유다.

허리를 굽힌 주행, 순간 바깥쪽 코너 공략을 위한 양발 코너워크 등 상황에 따라 자세가 변하는 쇼트트랙 선수는 자세를 잡아주고 움직임을 편안하게 하는 우레탄, 라미네이트 등의 소재가 사용된 유니폼을 입는다. 주로 쓰는 관절 부분, 마찰이 많은 허벅지 부분은 더 부드러운 재질이 사용된다.

여기에 충돌이 잦아 스케이트 날에 의한 부상 가능성이 높은 쇼트트랙의 경우 특수 방탄 소재인 '케블라'가 활용된다. 안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부상방지용 패드나 슈트를 겹쳐 입었던 이전의 불편한 착용감을 해결했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경우는 '가장 빨리 들어온 사람'이 우승자가 되기 때문에 속도와 밀접한 기술들이 접목되었다. 공기와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유니폼엔 미세한 홈들이 파여져 있어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미국의 대표팀은 록히드 마틴 사가 전투기 기술을 접목한 특수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 주목을 받았고, 네덜란드 대표팀은 하루에 3000만원의 비용이 드는 윈드터널 실험까지 거쳐 유니폼을 제작,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의 메달 을 휩쓸었다.

네덜란드빙상경기연맹(KNSB)이 해당 유니폼을 제작한 스포츠컨펙스의 기술 유출을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휠라코리아가 KNSB와의 공식 후원 계약을 맺음으로써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한국 선수들도 해당 기술이 적용된 유니폼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스케이트 날, 장갑 등에도 다양한 원리가 적용됐다.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스포츠인 스케이트. '방탄'유니폼의 기술도 필요하지만, 마지막 승부를 결정짓는 건 남들보다 '한 발' 앞설 수 있는 정신력이다.

◆ 사람도 겨울잠을 잘 수 있을까?

겨울이 오면 여러 동물들이 겨울잠에 들어간다. 사람들도 이불을 푹 뒤짚어쓰고 귤을 까먹으며 자체 겨울잠(?)을 보여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잠만 자는 것이 오히려 힘든 것임을 느끼게 된다. 겨울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는 동물들의 꿀잠 비결은 무엇일까?

겨울잠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동물은 곰과 개구리다. 그러나 이 둘의 겨울잠은 다르다. 항온 동물인 곰, 다람쥐, 너구리 등은 겨울철에도 활동할 순 있으나, 체온을 유지하는 데에는 먹이 섭취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먹이를 구하기 힘든 겨울에는 최대한 움직임을 줄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겨울잠을 선택하는 것이다.

반대로 개구리, 뱀 등의 양서류와 파충류 그리고 어류는 변온 동물이기에 겨울철 기온에 따라 얼어죽을 수도 있다. 때문에 생존을 위해 겨울잠에 들어가며, 체내 활동이 거의 멈추는 '가사(假死)' 상태가 된다. 이들의 경우 체액 속에 부동물질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포가 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우주탐사 중 긴 잠에 드는 인터스텔라의 등장인물들 <출처=네이버 영화 인터스텔라 스틸컷>
우주탐사 중 긴 잠에 드는 인터스텔라의 등장인물들 <출처=네이버 영화 인터스텔라 스틸컷>
그렇다면 인간은 겨울잠을 잘 수 있을까? 최근 이와 관련해 '냉동인간'을 선택한 말기암환자 영국소녀가 화제다. 영화 속 냉동 상태로 긴 시간을 보낸 후 미래에서 다시 깨어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항온 동물이지만, 냉동인간 기술에는 현재 변온 동물의 원리를 적용한 기술들이 개발 중에 있다.

인체는 70%가 물로 구성돼있고, 이를 냉각시킬시 부피가 늘어나며 세포가 파열된다. 때문에 전신의 체액을 빼낸 후 부동액의 성질을 가진 물질로 채워 넣는다. 필요에 따라선 장기들 역시 적출해야할 수도 있다. 즉 우리가 상상하는 평온한 상태에서 잠이 드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점은 '해동'이다. 얼어붙었던 신체 조직들이 과연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하다. 토끼나 물고기 등의 실험에선 일부 성공사례가 들려오곤 있지만 사람의 사례는 없다. 현재로썬 '깨어날 수 없는 잠'이다.

우리가 상상했던 미래기술 중 구현하기 힘든 기술중 하나인 냉동인간. 깨우는 방법도, 깨워서 보여줄 미래의 모습도 함께 발전시켜야 하는 숙제를 끝내기 전까진 잠들 수 없는 까다로운 기술이다.

◆ 뜨개질로 따뜻함을 계산하다

따뜻한 벽난로 옆 흔들의자에서 뜨개질을 하는 장면은 익숙하다. 바늘 앞뒤로 실을 넘겨가다보면 어느새 다양한 패턴이 완성된다. 그저 단순한 행동의 반복으로 보이는 뜨개질에도 수학과 과학이 숨어있다. 

기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비례식이다. 뜨개질은 기본의 도안이 존재하지만, 이를 실제로 착용하고 사용하는 대상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해야한다. 이때 가로의 베이스가 되는 '코'의 수와 쌓아올리는 세로의 '단'의 수를 계산할 때 비례식이 사용된다. 

모자나 스웨터 등 조금 더 복잡한 도안의 경우는 여기에 입체적인 인지능력이 필요하다. 폭이 좁아지는 패턴의 경우 일정 단수마다 줄어드는 코의 수를 계산해야 하며, 원뿔이나 구의 형태에선 코와 단의 수에 따라 접히는 각도가 달라지므로 둘레와 반지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뜨개질의 원리는 최근 성균관대 엄숭호 교수팀이 바이오 분야에 응용하기도 했다. DNA 뜨개질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기술은 핵산을 실로, 효소를 바늘로 사용해 핵산구조체를 합성하는 방법이다. 

핵산구조체를 나노미터 크기까지 정밀하게 조절해서 합성할 수 있어, 크기 및 구조에 따른 상호 작용 성질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기존 핵산과 효소의 원리를 밝히는 기초자료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응용과학 연구에도 사용될 전망이다. 

대상에 꼭 맞는 사이즈와 도안이 필요하듯, 겨울만의 따뜻한 뜨개질 수식을 계산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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